내년부터 주력 라인업 부상 전망
기술 리더십으로 신시장 개척

'갤럭시 Z 폴드2'와 '갤럭시 Z 플립 5G' /사진 =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Z 폴드2'와 '갤럭시 Z 플립 5G'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예상대로 지난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7980만대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웠던 2분기 대비로는 47%가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가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 호조는 어느정도 예견된 성과였다. 상반기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펜트업' 수요로 이어졌고, 특히 경쟁자들이 주춤했던 점이 주요했다.

제조사별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 / 자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조사별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 / 자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플은 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 운영에 차질을 겪으며 아이폰 신제품 출시가 예년보다 한달여 미뤄지며 샤오미에 점유율 3위 자리를 내줬다. 미국 무역제재로 크게 흔들린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가 8%까지 벌어졌다.

삼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갤럭시 노트20' '갤럭시 Z 폴드2' 등 플래그십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4분기에는 다시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넛크래커' 위기


올 4분기에는 잠시 미뤄뒀던 애플과의 혈투가 재개된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는 올해 8000만~8500만대의 수요와 더불어 2021년 2억3000만~2억4000만대의 출하량이 예상되고 있다. 아이폰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한국에서도 사전예약만 50만대에 달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은 앞서 내놓은 플래그십 제품 효과가 감소하는 동시에 경쟁 제품 등장에 늘어난 마케팅 비용 증가로 4분기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중저가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리는 샤오미, 원플러스, ZTE 등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프리미엄 시장의 애플과 중저가 시장의 중국 제조사 사이에 낀 삼성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가동을 통해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을 따돌릴 확실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은 이에 '폴더블'을 히든카드로 내밀었다.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은 폴더블폰 대중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래그십 라인업을 차별화하겠다는 내년 스마트폰 사업 전략 방향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코로나19로 인한 프리미엄폰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아직 전체 스마트폰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수년간 축적한 플렉서블 기술력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하며 판매를 매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경쟁력 입증한 폴더블폰 '주력'으로 부상


스마트폰은 대중화 이후 바(bar) 형태에서 폼팩터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피처폰 시절 플립, 폴더, 슬라이드 등 다양하게 폼팩터를 제시하며 앞서가던 당시보다 삼성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뽐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동안 삼성은 디스플레이 끝을 구부려 보조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한 '갤럭시 노트 엣지'나 좌우 곡률을 준 '갤럭시 라운드' 등의 제품을 내놨지만 일회성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삼성이 최초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내놨을 때에도 이런 실험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첫해 50만대 판매 성과를 거뒀다. 이어 올해 '갤럭시 Z 플립' '갤럭시 Z 폴드2' 등 후속작이 연이어 나오며 폴더블폰은 삼성의 확실한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폴드'를 무대에서 직접 공개했다. /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폴드'를 무대에서 직접 공개했다. /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전세계 100만대였던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오는 2025년 약 1억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의 폴드블폰은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요층을 만들어내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줬고, 특히 추격에 나선 화웨이, 모토로라 등과 큰 기술적 격차를 보여주며 혁신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폴더블폰은 애플이 아예 진입조차하지 못한 영역이라 당분간 삼성의 독주가 예상된다.

내년부터 폴더블폰은 삼성의 주력 스마트폰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이 가장 자신 있는 하드웨어 혁신을 대표하고 있고, 시장성도 어느정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갤럭시S'와 함께 삼성 플래그십 라인업을 대표하던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자리를 폴더블폰이 대체할 것이란 소문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폴더블 + S펜' 조합 나오나


삼성이 내년에 내놓을 폴더블폰으로 가장 유력한 후속 제품은 스타일러스 'S펜'을 탑재한 모델이다. 그동안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정체성이던 S펜을 태블릿 수준의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폴더블폰에 실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이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스타일러스펜을 탑재한 폴더블 전자 장치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Z 폴드2'에도 S펜 탑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초박막강화유리(UTG)의 내구성 문제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특허를 기반으로 예상한 S펜을 탑재한 폴더블폰 / 사진 = 렛츠고디지털
삼성전자 특허를 기반으로 예상한 S펜을 탑재한 폴더블폰 / 사진 = 렛츠고디지털

업계에선 삼성이 UTG 두께를 높여 내구성 문제를 해소하고, 기존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적용된 'EMR(Electro Magnetic Resonance)' 방식 대신 디지타이저가 필요없는 'AES(Active Electrostatic Solution)'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해 '라이트' 버전이 나올 것이란 예측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는 '갤럭시 Z 폴드' 시리즈에서 카메라 등 일부 사양을 낮춰 가격을 1000달러 이하로 떨어뜨릴 것이란 예상이다.

두 번 접는 폴더블폰 예상 렌더링 / 사진 = 레츠고디지털
두 번 접는 폴더블폰 예상 렌더링 / 사진 = 레츠고디지털

이밖에도 안팎으로 두번을 접는 형태나 슬라이딩 키보드가 달린 제품 등이 그동안 삼성이 출원한 특허를 바탕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년에는 LG전자가 '롤러블폰'으로 이형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등 폼팩터 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폴더블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과 이를 추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의 기술 혁신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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