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에 위치한 스페이스X 본사에서 황창규(오른쪽) 전 KT 회장이 일런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지니뮤직은 KT의 자회사다. /사진 = KT 
지난 2017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에 위치한 스페이스X 본사에서 황창규(오른쪽) 전 KT 회장이 일런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지니뮤직은 KT의 자회사다. /사진 = KT 

 

지난 1년간 큰 폭의 주가 움직임이 없었던 국내 음원스트리밍 2위 사업자 '지니뮤직'이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4일 테슬라와의 제휴설이 터지면서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테슬라코리아가 "사실무근"으로 대응하며 시외 하한가를 맞은 것. 이후 다시 반등했으나 테슬라의 국내 법인인 테슬라코리아 측의 "사실무근" 입장이 재차 나오며 18일도 등락을 반복한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사의 입장대로 아직 계약 사항을 밝힐 수 없는 단계거나, 추가 사업제휴가 논의되고 있거나, 아니면 무산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왜 시장에선 여전히 '테슬라 지니뮤직 탑재설'을 주목하고 있을까. 그 이유를 테크M이 분석해봤다. 


'테슬라-KT의 밀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테슬라와 KT의 사업제휴설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년전, KT는 커넥티드카(통신기술이 접목된 차) 관련, 테슬라와 통신망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황장규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이스X 본사에서 테슬라 오너인 일론 머스크와 만남을 갖으며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대한 포괄적 협력을 약속했다. 문제는 당시의 테슬라가 국내시장에서 큰 파급력을 지닌 사업자가 아닌 탓에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후로 3년 뒤인 지난해 4월, 테슬라는 KT의 LTE 망을 활용한 커넥티드카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테슬라코리아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로 신고하고, 통신융합서비스 출시 권한을 획득했다. 테슬라 차량에 LTE 모뎀을 내장해 KT 통신망과 연결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와 음악,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이로인해 업계에선 테슬라-지니뮤직 탑재설이 지난해 알려진 커넥티드카 제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수년전 제휴를 약속한 데다, 관련 서비스를 위한 신고도 이미 마쳤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요 언론사 대부분 테슬라코리아의 "사실무근" 대응 이후에도 테슬라-지니뮤직 탑재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증권가도 이같은 전망을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6거래일 연속 매도 버튼을 눌렀던 기관투자자는 18일, 2만주 가량을 순매수하며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 = 테슬라
사진 = 테슬라

 


"사실무근" vs "확인불가" 진실은 뭐야? 


이같은 상황에서 테슬라코리아는 여전히 "사실무근", KT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지니뮤직 이외에도 모회사인 KT와 테슬라가 추가적인 사업제휴를 논의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 전기차인 동시에, 자율주행차로 시장 지위를 굳힌 테슬라 입장에선 통신망 안정이 시장 안착의 핵심 요소다. 이로인해 국내 이동통신사와의 제휴가 필수적인 상황. 대표적인 사례로 테슬라는 최근 SK텔레콤의 티맵과 손을 잡고 지도서비스 고도화에 팔을 걷고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니뮤직을 비롯한 콘텐츠 탑재 외에도 KT가 테슬라 관련 관제서비스 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KT가 사내 업무용차를 전부 테슬라로 바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KT는 지난해 7월 이후, 전기차 통합관제·원격제어 등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이 한창이다. KT 입장에선 전기차 사업 고도화를 위해 전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와의 제휴 경험이 절실한 상태다.  

테슬라 또한 SK텔레콤에 이어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인 KT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서비스 안정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지난해 히트작인 모델 3를 비롯, 국내에서만 1만1826대를 판매하며 국내 1위 수입차 업체로 손꼽힌다.  

 

사진 = 지니뮤직
사진 = 지니뮤직

 


테슬라 탑재설의 또다른 근거는…'KT 지니뮤직 > SKT 플로' 


업계에서 테슬라 지니뮤직 제휴설을 높게 보는 또다른 이유로 지니뮤직 자체의 경쟁력을 꼽는다. 지니뮤직은 카카오 멜론을 잇는 국내 2위 음원스트리밍 사업자로 월간 순이용자(모바일인덱스, 2020년 12월 기준)만 4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지니뮤직은 지난 2018년 CJ ENM의 엠넷뮤직(CJ디지털뮤직)을 인수, 자체 음원보유량을 늘리며 시장 내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이용자가 300만명에 그치고 있는 SK텔레콤 플로와는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업계에선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외산 음원스트리밍 서비스보다 토종 음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니뮤직과의 제휴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실제 지니뮤직은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고 대표 신차인 제네시스 GV70에 지니뮤직 기반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뤄진 테슬라-SK텔레콤 티맵 제휴 당시에도, 수주전부터 비밀유지 관련 테슬라 측이 민감하게 대응한 바 있다"면서 "통신사와의 제휴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도 부문은 경쟁력을 갖춘 SK텔레콤과, 음원 등 인포테인먼트 부문은 KT와 손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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