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쳐온 지난해에 이어 올해 스마트폰 시장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LG전자는 6년 동안 5조원의 적자를 낸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만 남게 된다.
삼성전자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새해부터 서둘러 '갤럭시 S' 신제품을 내놨지만, 반응이 예전 같진 않다. 올해 '접는폰(폴더블폰)'을 띄우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라이벌 애플 역시 접는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성숙한 기술을 골라 예쁘게 포장해 내놓는 게 애플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삼성이 폴더블폰을 띄우면 곧바로 추격해 올 것으로 보인다.
LG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지도 모른다
지난 20일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매각이든 축소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23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수장만 4명이 바뀌었다. 국내 생산기지를 베트남에 옮기고 제조자개발방식(ODM)을 확대해 원가도 낮춰봤지만, 도통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게 가장 문제다.
지난해 출시한 야심작 'LG 벨벳'과 'LG 윙'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기대가 컸던 LG 윙이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참한 성적으로 MC사업본부에 결정타를 날렸다.
LG전자는 위기 때마다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되뇌였다. 하지만 오히려 과거의 영광이 독이 됐다. 모듈폰 'G5'부터 스위블폰 LG 윙까지, 매번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했으나 낮은 성능과 품질, 안정성으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LG의 마지막 카드 역시 'LG 롤러블'이다. 접는폰을 건너 뛰고 돌돌 마는 롤러블폰으로 승부를 보려했으나, 그 전에 사업을 접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먼저 전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수도 있다고 밝히자마자 주가는 10% 이상 폭등했다.
시장에선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어야 살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삼성은 접는 스마트폰을 더 많이 만든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게 되면 국내에 유일하게 남게 될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 역시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20% 아래로 내려갔고, 선점을 노렸던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제 막 첫 제품을 내놓은 애플에 역전을 허용했다.
삼성은 올해도 프리미엄폰 시장에선 애플과, 중저가폰 시장에선 중국 제조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고독한 외줄타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예약판매를 진행한 '갤럭시 S21'은 전작보단 나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잘 팔린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작이 워낙 안팔린 탓도 있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영향도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무기가 바로 접는폰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지난해 280만대에서 올해 560만대를 웃돌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아직까지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은 3종 이상의 폴더블폰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갤럭시 S'와 '갤럭시 노트'로 양분되던 플래그십 라인업을 '갤럭시 Z' 시리즈가 대체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포화에 이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폴더블 중심으로 뒤짚어 보려는 시도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기존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을 수 있다. S펜이 달리거나, 두번 접는 폰도 예상되고 있다. 다만 LG와 달리 삼성은 한 걸음씩 돌다리를 두들겨가며 폴더블폰을 서서히 주류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애플도 접는 스마트폰을 만들 것 같다
접는폰 시장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애플이다. 애플은 모뎀 수급 문제로 5G 시장에 1년 이상 늦게 진입했지만, 지난해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를 내놓은 지 단 2달 만에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1위를 할 전망이라니, 애플이 하면 다르긴 다르다.
하지만 아이폰 역시 사실 최근 들어 별다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12의 경우 5G 교체 수요를 타고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후속 제품에 대해 기대감을 품을 만한 새로운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애플 역시 폼팩터 혁신을 염두하고 접는폰 개발에는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접이식 스크린을 시험하는 수준으로, 정식 출시 계획까진 알려진 바 없다. 아직 확실한 방향은 정하지 않고 '간'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폴더블이든 롤러블이든, 애플은 충분히 기술과 시장이 성숙한 후에야 실제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가 아니더라도 검증된 기술을 '애플식'으로 번듯하게 꾸며 내놓으면 가장 잘 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삼성을 긴장시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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