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트렌드로 가전·TV 호조
적자 행진 스마트폰 철수 무게
올해 전장 사업 확대 기대
LG전자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29일 LG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3조262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1.5% 늘어난 수치로, 4년 연속 60조원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1% 늘어난 3조195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7808억원, 6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538.7% 증가했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역대 4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매출액은 역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8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는 "집콕, 비대면 트렌드 등 새로운 흐름은 위생가전, 공간 인테리어 가전, 대형 프리미엄 TV, IT 기기 등의 판매 호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가전·TV 4분기에도 날았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5조5402억원, 영업이익은 299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역대 4분기 사상 최대치다.
H&A사업본부 매출액은 국내와 해외에서 나란히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달성했고, 영업이익 역시 글로벌 전 지역에서 고르게 선전한 덕에 전년 동기 대비 145.2% 급증했다.
같은 기간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매출액 4조2830억원, 영업이익 20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북미와 유럽 등 주요시장 판매를 늘리며 8분기 만에 4조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LCD 패널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올레드 TV' '나노셀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며 전년 동기 대비 102.5% 증가했다.
지는 스마트폰, 뜨는 자동차
사업 철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스마트폰(MC) 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C사업본부의 작년 4분기 매출은 1조3850억원, 영업손실은 2485억원으로,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MC사업본부는 'LG 윙'등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판매량을 늘리지 못했고, 4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 공급마저 원할하지 않아 매출과 손익 모두 영향을 받았다.
스마트폰 대신 LG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전장(VS) 사업본부는 매출액 1조9146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VS사업본부의 분기 매출액만 따지면 전 분기에 이어 H&A본부와 HE본부 바로 다음으로,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전장 사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자동차 부품 수요가 하반기 들어 점차 회복되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3% 늘었다. 또 영업 손실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 내년 턴어라운드 전망을 밝게했다.
올해 전장 사업 턴어라운드 기대감
LG전자는 올해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시장 회복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환율 변동, 원자재와 부품 가격 변동, 물류비 상승, 저성장 리스크 등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LG전자는 올해 전 사업 영역에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등 핵심 기술 접목을 확대하고, 특히 지난해 효자 역할을 했던 위생 가전과 공간 가전,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가장 주목되는 사업 영역은 역시 전장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회복과 더불어 커넥티드 및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VS사업본부는 올해 흑자전환을 위해 수익 창출 기반을 확보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기차 부품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의 조기 안착에 집중한다.
MC사업본부의 앞날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시장에선 철수 가능성을 내다보며 LG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MC사업본부의 공백을 VS사업본부가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LG전자 측은 "MC사업본부의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