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진=픽사베이
테슬라 /사진=픽사베이

#'테슬라빔' 단숨에 비트코인 5000만원

#일론 머스크 큰그림 뭘까, 시장 관심↑

#"이젠 팬덤 이코노미 영향력 크다" 


비트코인 가격 앞자리가 또 바뀌었다.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효과다. 일론 머스크가 스스로 비트코인 지지자임을 선언하더니, 며칠 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테슬라는 비트코인 결제도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8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가까운 미래에 결제 수단으로도 수용할 것이란 의지도 밝혔다. 테슬라는 "현금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정책을 업데이트 했다. 이에 총 15억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코인을 자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공시에 따르면 테슬라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 제품들의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는 관련 법률을 따를 것이고 초기에는 제한된 범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이 개당 49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 사진=빗썸 
1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이 개당 49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 사진=빗썸 

이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더니 9일 사상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섰다. 10일 현재 일부 상승폭을 반납하고 4900만원 안팎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가상자산 시가총액을 나열한 에셋대시(AssetDash) 자료에 따르면, 10일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테슬라를 제치고 7위에 안착해 있다. 


"기술 기업 대차대조표에 BTC 볼일 많아질 것" 

시장은 기술 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입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 다음 주인공이 누가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비트코인을 투자하고 있는 상장사 중,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기업명이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사다. 앞서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을 가치저장 수단으로 언급해 온 인물로,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만 7만1079개로 알려져 있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스퀘어 또한 지난해 50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 투자로 대박을 일으킨 인물로 알려진 아크인베스트 설립자 캐시우드 CEO는 "더 많은 기업들이 헷지(위험회피) 수단인 '비트코인'을 대차대조표에 달겠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며 "특히 해당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술 기업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일론 머스크 비전 '플랫폼'과 '비트코인'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단순 투자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진 않았을 것으로, 일론 머스크의 큰그림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공시에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점만 언급됐다.

9일 SK증권은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만남'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가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금융서비스에 활용할 것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항공 업체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데, 이곳에서 우주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를 진행 중이다. 저궤도 소형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에 테슬라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넘어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는 것이 그의 비전일 것이란 분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차에서 음악을 듣거나 구독서비스를 이용할 때 '스타링크'를 통할텐데, 이 경우 '플랫폼 기업'이 된다"며 "또 이때 절차상 결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법정화폐보다 효용성이 더 높은 디지털화폐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 /사진=픽사베이
애플 /사진=픽사베이

애플 또한 이와 유사한 이유로 비트코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페이스북처럼 플랫폼 이용자가 상당할 경우 사실 자체적인 가상자산을 발행할 수 있지만, 플랫폼 기반이 약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금융 서비스가 고민이 될 것"이라며 "이때 기존에 있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RBC캐피털마켓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애플월렛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 사업에 나선다면 상당 규모의 새 시장을 열 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SK증권 보고서 또한 "애플도 테슬라에 이어 거래소 및 지갑개발 가능성이 저며지고 있다. 바햐흐로 놀라운 변화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 연구원은 또 테슬라가 자동차 운행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쌓고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들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내다봤다. 


날로 커지는 '팬덤 이코노미'

사실 SEC 공시가 있기 전부터 일론 머스크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언만으로 시장은 충분히 술렁이고 있었다. 그의 트위터 프로필에 등장한 '#비트코인'이 시장 호재로 받아들여지는가하면, 그가 도지코인을 '모두의 가상자산'이라고 언급한 트윗에 도지코인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며칠뒤 테슬라 관련 SEC 공시는 비트코인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타가 됐다. 

이를 두고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위 팬던 이코노미가 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팬덤 이코노미는 각종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경제와 금융시장에 더욱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공산이 높다"고 진단했다. 팬덤 이코노미(경제)는 말 그대로 팬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새로운 경제를 뜻한다. 박 연구원은 "물론 팬덤 이코노미가 자칫 가격 왜곡을 촉발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도 있지만, 팬덤이 강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상당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는 공시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나서 앞으로 디지털 자산들을 장기적으로 사들이거나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같은 공식 발언들이 '가상자산이 주류시장에서 채택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 규제 등의 우려 목소리는 여전하다. 키움증권은 "만약 사들이 가상자산이 장부 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손실 비용으로 인식되는데, 이 경우 테슬라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10일(현지시간) 더타임즈에 따르면 테슬라 주요 주주인 투자회사 베일리 기포드는 테슬라가 비트코인 투자 규모에 제한을 두는 것을 두고 일론 머스크와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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