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열고 문체부 행정소송 쟁점 밝혀
음악저작권 징수규정 개정 절차적 부당 주장
높은 저작권료 부담에 음저협 불통...협상 난항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료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음저협과의 꽉막힌 소통창구, 문체부의 편파적인 태도, 사업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제도 공백에 갈 곳이 없어진 OTT 업계가 결국 행정소송 카드를 꺼낸 것.

황경일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 의장은 17일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행정소송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잘못된 점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억울하고 안타깝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말했다.

OTT음대협은 문체부가 향후 재검토를 한다면 언제든지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행정소송 여부과 관계없이 세부 협의사항에 있어 음저협과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저작권료 갈등이 쉽게 봉합되긴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료율 1.5~1.9995% 너무 과하다

지난해 6월 국내 음악 저작권의 90% 이상을 관리하는 음저협은 OTT 업계에 음악저작권료 지급을 요구하며 넷플릭스와 계약 건을 근거로 매출의 2.5%를 제시했다. 최근 몇년 새 OTT가 기존 방송사업자들을 위협할 만큼 급속히 성장하자, 저작권료 징수 체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내 OTT 업계는 기존 방송사 다시보기 서비스에 적용하는 저작권료 징수 요율인 0.625%를 제시했으나,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음저협이 OTT음대협의 방문 출입조차 거절하며 협상은 평행선을 그렸고, 이 사이 음저협은 OTT음대협에 소속된 롯데컬쳐웍스를 형사고소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음저협이 제출한 음악저작권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했다. 이를 통해 OTT 음악저작권 징수율을 1.5%로 확정하고 연차계수를 적용, 2026년 최종 1.9995%까지 늘어나도록 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경일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 의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OTT음대협 제공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경일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 의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OTT음대협 제공

OTT 업계는 동일한 콘텐츠를 사용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0.5%), 방송사 VOD(0.75%), IPTV(1.2%) 등 다른 플랫폼에 비해 높은 요율을 적용해 형평성에 맞지 않고, 기존 방송물재전송서비스 요율인 0.625%에서 2~3.5배에 달하는 과도한 요율인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환 OTT 음대협 정책담당은 "음저협이 제시한 모든 내용을 수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웨이브 기준으로 6~7배의 저작권료 인상 효과를 가져온다"며 "당장 이용료를 높일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검토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음저협과 문체부는 1.5%도 글로벌 기준인 2.5%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이며, 다른 유료방송과 OTT는 일부 공적 책임을 지는 '방송'과 상업성이 강한 '전송'이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OTT음대협은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징수규정 개정 내용·절차 다 위법하다

OTT음대협은 행정소송의 근거로 징수규정 개정의 절차상 하자를 주장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문체부 산하 음악산업발전위원회(음산발위) 구성이 저작권 권리자 위원 7인, 이용자 위원 3인으로 어느 일방에 현저히 유리한 방향으로 꾸려졌다는 주장이다. 또 음산발위의 의견서 및 저작권위원회 심의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이 역시 거부당했다.

황 의장은 "OTT 음원사용료가 인상되면 저작·인접권이 같이 오르게 되면서 모든 영상 제작자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CP(콘텐츠 공급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이번 절차에서는 그 부분이 많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OTT음대협 제공

이와 함께 OTT음대협은 문체부 장관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개정안을 직권승인 해 재량권을 남용하고 상위법령인 저작권법을 위반한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황 의장은 "저작권법 105조에 따르면 징수규정은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1개월 내 서면보고로 대체했다"며 "음저협은 개별협상을 하며 권리를 남용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문체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는 입장이 다르다

OTT음대협은 이번 행정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효력이 발생한 징수규정에 대해선 저작권료 지불의무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음저협과 많은 이견이 남아 있는 상태다.

OTT음대협은 저작권료율 뿐만 아니라 매출 산정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경우 제작 단계에서 권리처리가 됐기 때문에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어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중징수가 된다는 주장이다. 음대협은 이미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고, 앞서 음저협도 합의서를 체결했으나 인정하기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작 단계의 권리처리가 어려운 예능의 경우에도 음악 큐시트를 참고해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을 산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세부 사항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인데 음저협이 귀를 닫고 불통인 상황이라는 게 OTT음대협의 주장이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사진= 넷플릭스 제공

OTT음대협은 이미 음저협과 계약을 맺은 넷플릭스와도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도 펼쳤다. 사실상 이번 저작권료 갈등의 도화선이 된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영상과 영상에 포함된 음악 등의 저작권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라 이용자인 동시에 권리자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저작권료를 내도 다시 돌려 받는 자기회전이 가능해 국내 OTT 업체들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게 OTT음대협의 주장이다.

노동환 정책담당은 "국내 OTT와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동일하지만 밑단의 콘텐츠 구성은 극명한 차이가 난다"며 "콘텐츠에 포함되는 부수적인 저작물에 대해 단순히 같은 종류의 플랫폼이라고 같은 요율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OTT음대협은 이번 행정소송을 계기로 창작자의 권리를 앞세워 협상 보단 소송 등 고압적인 방식을 택하는 음저협의 소통방식과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운 저작권료 관리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OTT 사례처럼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갈등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황 의장은 "(저작권료 갈등을)막대한 자본을 가진 플랫폼과 저작권자 간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며 "영상 콘텐츠가 발전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음악에 더 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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