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소라 기자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이기는 일은 '기적'과도 가깝습니다. 탄탄한 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아무 걱정 없이 게임에만 몰두하는 프로팀들과,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지만 꿈을 위해 리그에 참가하는 아마추어팀의 싸움은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입니다.

너무나 뻔한 결과를 가져오는 둘의 싸움. 이쯤 되면 아마추어 팀들이 리그에 나오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만도 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팀들은 카트라이더 리그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밉니다. 아마추어팀에 속한 선수들 역시 프로를 꿈꾸는, 큰 목표를 가진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본선 진출, 반은 이룬 꿈

아마추어팀들의 도전은 예선부터 시작됩니다. 카트라이더 리그는 프로팀들에게 시드를 부여한 뒤 남은 자리를 두고 아마추어팀들이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입니다. 그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올라가봤자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이나 샌드박스 게이밍(샌드박스)가 우승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들에게는 본선 진출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프로들이 뛰는 무대에 함께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목표를 이룬 셈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질 것인데 굳이 본선까지 가서 게임을 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아마추어라는 이름만 붙었을 뿐 승부라는 가치는 아마추어든, 프로든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팀들과 경쟁해서 톱3 안에 드는 것도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즌/사진=넥슨 제공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즌/사진=넥슨 제공

아마추어팀 소속 선수가 귀띔한 이야기 입니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패가 갈리고, 결과가 나오고, 순위가 정해지는 것 모두 아마추어팀들에게도 중요한 일입니다. 에선전에서 톱3안에 들어 본선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이고, 기쁨이고,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죠.


결국 이들의 꿈도 프로데뷔다

단순히 아마추어팀들 사이에서 최강으로 등극하는 것만이 이들의 꿈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프로팀에 입단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갖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렇기에 매경기, 그들은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매경기,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기량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패하더라도, 인상 깊은 경기력을 남긴다면 그들이 가진 또 하나의 목표를 이룬 셈이니까요.

이번 시즌 참가한 아마추어팀 릴리/사진=넥슨 제공
이번 시즌 참가한 아마추어팀 릴리/사진=넥슨 제공

"모두가 아마추어인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들도 처음에는 저희와 같은 위치였고, 같은 경험치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역시 열심히 하면 프로팀들의 눈에 띌 수 있고 진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팀이 꾸준히 본선 무대를 두드리는 이유에요."(예선전에서 만났던 한 아마추어팀 선수) 


이번 시즌에서도 꿈을 꾸는 아마추어팀들

31일 경기에서는 최강 한화생명이 아마추어팀 릴리와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물론 결과는 퍼팩트로 한화생명이 승리했습니다. 단 한라운드도 내주지 않는 완승이었죠.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릴리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패했지만, 최강팀과 방송 경기를 했다는 것 만으로도 아마추어팀들이 경험하기 힘든 엄청난 경험치를 쌓은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치들이 쌓이면서 그들은 점점 성장해 갈 것입니다.

이번 시즌 참가한 아마추어팀 챌린저/사진=넥슨 제공
이번 시즌 참가한 아마추어팀 챌린저/사진=넥슨 제공

이번 시즌 이런 꿈을 꾸는 아마추어 팀은 챌린저와 프로즌, 릴리로 총 세팀입니다. 이 중에는 프로즌이 아프리카 프릭스(아프리카)를 꺾어내며 파란을 일이키기도 했죠. 챌린저 역시 1승3패, 릴리도 1승4패를 기록하며 아마추어팀들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꿈을 응원해 주세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프로화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결국 아마추어팀들이 자리를 지켜주고 있기에 리그가 운영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아마추어팀이 나온다면 더 많은 프로팀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선순환 구조에 돌입하는 것이죠.

리그에 참여하는 아마추어팀들은 그런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심심풀이로, 재미삼아 리그에 나오는 선수들은 없습니다.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꿈을 가지고 리그에 나옵니다.

그런 아마추어들의 꿈을 이제는 팬들이 응원해 줘야 할 때 아닐까요? 어차피 질 팀이라는 시선보다는, 프로팀에 도전하는 멋진 아마추어팀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응원의 시선을 보내주는 모습을 바라 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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