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과 팀전. 그동안은 다르다는 생각을 별로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카트라이더 리그를 지켜보면서, 개인전을 잘하는 선수가 팀전도 잘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의례 둘 다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느꼈던 것이죠.

그런데 지난 3일 펼쳐진 카트라이더 리그를 보며 두개가 반드시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전에서 '미친' 활약을 펼쳤던 두 선수가, 개인전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팀전에서 정점 찍은 유영혁

3일 경기에서 유영혁이 속한 아프리카 프릭스(아프리카)는 난적 락스를 만났습니다. 2020년 열린 두번의 리그에서 모두 결승에 올랐던 락스를 상대로, 아프리카가 승리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죠.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는 이번 시즌에서 아마추어 팀 프로즌에게도 패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경기 결과는 아프리카의 2대0 완승이었습니다. 특히 유영혁은 스피드전에서 이재혁을 압도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행에 있어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죠. 다시 유영혁의 전성시대가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프리카 프릭스 유영혁/사진=넥슨 제공
아프리카 프릭스 유영혁/사진=넥슨 제공

유영혁이 팀전에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기에 바로 뒤에 있을 개인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패자조로 탈락한 유영혁이 다시금 개인전에서도 날아다니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유영혁, 충격의 개인전 탈락

개인전이 시작됐습니다. 카메라도 정승하, 배성빈, 김기수, 유영혁 등을 중점적으로 비춰줬습니다. 이 네명이 최종전을 뚫고 16강으로 갈 확률이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영혁은 바로 전 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전이 시작되자 유영혁은 팀전에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지속적으로 사고에 휘말리면서 흔들렸습니다. 초반 사고 회복에도 더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다른 선수가 와서 플레이를 하는 듯 했습니다.

결국 유영혁은 1점 차이로 아쉽게 개인전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유영혁의 프로게이머 인생 동안 개인전 예선에서 탈락한 적은 없었기에, 본인도 팬들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유영혁은 팀전 인터뷰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배성빈, 턱걸이로 예선 탈락 모면...결정적 e장면

유영혁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 배성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팀전에서는 박인수, 이재혁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을 에이스 결정전에서 제압하며 마치 문호준과 같은 포스를 뿜어냈죠. 하지만 개인전에서 배성빈은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01라인' 대전으로 불렸던 D조 예선전에서 배성빈은 유창현, 박도현, 박현수에 밀려 16강 직행에 실패했습니다. 팀전에서는 '문호준 키즈'라 불리는 배성빈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입니다. 

게다가 개인전 최종전에서도 배성빈은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4위로 겨우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5위인 유영혁과 겨우 1점 차이였습니다. 특히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마지막 트랙에서는 8위로 골인하며 위기를 자초했죠.

카트라이더 리그 2021 시즌1 개인전 조별예선 최종전 경기 결과/사진=중계화면
카트라이더 리그 2021 시즌1 개인전 조별예선 최종전 경기 결과/사진=중계화면

문호준과 유영혁(전성기 시절)이 괴물이었던 거구나

그동안 우리는 에이스 결정전에 나와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팀전 최강자라고 불렸던 선수들이 대부분 개인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기에 팀전을 잘하면 개인전을 무조건 잘하는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문호준과 전성기 시절 유영혁은 팀전 결승 에이스 결정전과 개인전 결승에서 매번 만나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기에, 그들이 내는 퍼포먼스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팀전에서 날아다니는 선수가 개인전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 고개를 '갸우뚱' 한 것이죠.

문호준/사진=이소라 기자
문호준/사진=이소라 기자

하지만 최근 상황을 지켜보면서 요즘 친구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괴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에 따르면 팀전 맵과 개인전 맵이 아예 다른데다, 같은 맵이라 하더라도 팀전과 개인전 빌드가 다르기 때문에 둘다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또 팀전에 익숙해지다 보면 러너, 스위퍼 플레이나 에이스 결정전 1대1 플레이만에 익숙해질 뿐, 같이 달리는 7명 모두를 견제해야 하는 개인전은 익숙해지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즉 팀전과 개인전은 다른 게임을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것이 선수들의 의견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문호준과 전성기 시절 유영혁이 개인전과 팀전을 휩쓰는 모습에 너무 익슥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레전드임이 최근 경기들을 보며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문호준이 은퇴한 상황에서, 우리는 또 한명의 개인전-팀전 동시 우승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게 어떤 선수가 됐든, 카트라이더 리그를 호령하고 그 선수를 보기 위해 팬들이 몰리는 그런 선수 말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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