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 해제한 e스포츠와 게임#
2화. 워킹맘 게임기자가 게임에 '현타'온 세가지 이유는?

1980년대생 '라떼 기자'가 들려준 e스포츠 이야기 잘 들었지? 두번째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기자가 들려주는 게임이야기야. 재미 없을 것 같아? 그래도 들어봐. 좀 슬프기도 할거란 말이야. 일단 수건 좀 준비하고.

우선 여자는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져. 뭐 익히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현실이 되면 정말 충격적인 것들에서 타격이 와. 이런걸 두고 우리들은 '현타'가 왔다는 말을 자주 쓰지. 


#워킹맘 기자의 게임 취재 '현타' 첫번째

이 기사를 읽는 학부모는 대부분 공감할 것 같아. 아이에게 과연 게임을 몇살에 접하게 해줘야 할지, 아니 접하게 해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무조건 막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하루에 도대체 몇시간이 적합한 것인지. 학부모들은 항상 형체가 없는 '게임'이라는 놈과 싸워야 해.

워킹맘 기자 역시 아이를 낳기 전, 게임 취재를 할 때는 '두뇌 발달에 좋다', '치매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이나 다양한 정신 질환에 도움이 된다' 등 긍정적인 부분들만 다뤘고 게임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미워했어. 특히 자기 자식이 공부 못하는 것을 '게임탓' 하는 학부모들을 싫어했지.

그런데 말이야. 아이를 낳고 나니 "나는 게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시킬 것이며 그게 게임 기자의 자존심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던 과거의 내 입을 막고 싶더라고. 진짜 누구든 그 사람이 되지 않고는 함부로 말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왜냐하면, 워킹맘 기자 역시 아이에게 "게임 좀 그만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든. 나는 무조건 막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현실이 되면 당장 해야 할 일을 눈앞에 쌓아두고 게임만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화가 폭발할 수밖에 없어. 모든 것이 게임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돼.

이율배반적인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정말 매일같이 게임과 전쟁을 하고 있어. 더 많은 시간 하고 싶어 하는 아이와, 그걸 막으려는 나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지.

게임 때문에 전쟁을 하는 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어차피 애들은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아. 오히려 더 음지에서 할 뿐이지. 그냥 하게 해줘. 대신 자제력을 길러주면 되는거야. 하루에 몇시간 하면 좋냐고? 개인적으로는 한시간 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 같아. 스스로 한시간만 하고 컴퓨터나 휴대폰을 끌 수 있는 자제력을 길러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워킹맘 기자의 게임 취재 '현타' 두번째

처음에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 '정부의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생각해봐. 성인이 내 돈 가지고 아이템을 사려는 것인데 왜 그걸 정부가 하라, 마라 결정하는 거냐고. 내 돈을 내 맘대로 쓸 권리도 이 나라에는 없는 것인지 한숨이 나왔었어.

그런데 친구 엄마가 "아이가 게임을 하다가 아이템 100만원을 결제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다급하게 워킹맘 기자에게 전화가 오면서 또 한번의 '현타'가 왔지. 우선 대처 방법을 침착하게 알려줬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워킹맘 기자의 생각이 송두리째 흔들렸어.

리니지2M의 확률형 아이템 /사진=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리니지2M의 확률형 아이템 /사진=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청소년들에게 만큼은, 확률형 아이템은 규제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성인이야 확률형 아이템 역시 자신의 재산이고, 사실 복권도 사잖아. 그런데 청소년들은 법적으로 복권을 사지 못해. 확률형 아이템도 사행성 논란이 있기에, 청소년들에게는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규제는 개뿔'이었던 워킹맘 기자는 아이를낳고 난 뒤 '청소년은 규제해야 한다'로 생각이 바뀌었어.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은 나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는데. 내가 이러고 있다니.  


#워킹맘 기자의 게임 취재 '현타' 세번째

잠시 '라떼' 기자를 소환해 볼게. '라떼'는 말이야, 게임은 그냥 게임을 하면서 즐길 수밖에 없었어. 게임에 파생된 다른 콘텐츠가 없었거든. 서든어택은 그냥 총싸움게임을 즐기는 거였고, 스타크래프트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여 교전하는게 다였어. 

그나마 e스포츠가 탄생하면서 게임을 잘하는 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충분히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을 뿐, 그 이외의 게임을 즐기는 콘텐츠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해.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었어.

그런데 요즘은 아니더라고.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게임 방송이거든. 워킹맘 기자 딸은 요즘 마인크래프트에 빠져서 유튜브 영상도 그쪽으로만 계속 봐. 그러면 과연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영상을 보는 것은 게임 시간에 포함해야 할지, 다르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어.

마인크래프트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사진=유튜브 갈무리
마인크래프트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사진=유튜브 갈무리

예를 들어 하루에 한시간 게임을 하겠다고 허락했는데, 마인크래프트를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보는 것은 과연 게임을 한 시간일까, 아닐까? 별거 아닌 것 같지? 이게 아이들, 그리고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서울시장 선택보다도 어려운 고민이야.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게 게임을 즐기는 콘텐츠가 다양해진 것 같아. 꼭 게임을 하는 것만이 게임을 하는 행위가 아니라, 게임 크리에이터 방송을 즐겨보고 시청자들과 채팅을 하며, 자신들의 부당함에 트럭시위도 하잖아.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들이 존재하지. 나는 개인적으로는 마인크래프트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미안해, 딸아).


#게임도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

워킹맘 기자가 '현타'온 이 이슈들은 사실 현재 게임사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이슈들일거야. 청소년 과몰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률형 아이템 이슈, 게임으로 파생되는 다른 먹거리에 대한 고민 말이야. 

그 중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지.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국회 법안으로 상정되면서 게임사 내부에서도 수익 다각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 확률형 아이템 말고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

그게 영상 사업이 될 수도 있고 e스포츠 사업이 될 수도 있어. 또는 최근 카트라이더-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처럼 다양한 분야 기업과 손을 잡고 컬래버레이션(콜라보)을 진행하면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지. 통신사나 포털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듯, 이제 게임사들도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아.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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