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액면분할로 국민주식 발돋움
올해부터 자회사들 줄줄이 IPO 나서
실적 성장 더불어 기업가치 상승 기대

/그래픽=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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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거리, 도로에는 '카카오T 블루' 택시가, 거리엔 '카카오 프랜즈 ' 매장이 손님을 기다린다. 광고판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승리호' 포스터가 걸려있고, 카페와 식당, 편의점에선 '카카오페이'로 손님들이 결제를 한다. 카카오의 노란 물결은 이미 스마트폰을 넘어 우리의 눈과 손이 닿는 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고 있다.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처음 내놓을 당시 연 매출 300만원의 가난한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는 2021년 6월 시가총액 60조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에 이은 대한민국 시총 4위 기업이 됐다. 카카오가 태어나기 전부터 국내 인터넷 시장을 평정했던 네이버와의 시총 격차는 약 3000억원(6월14일 종가 기준) 수준까지 좁혀졌다.

불과 10여 년 만에 국내 굴지의 인터넷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의 스토리는 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시즌2' 시대를 천명한 카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란 위기를 언택트(비대면) 시대 확장이란 기회로 바꿔 다시 한번 거대한 도약에 성공했다. 시총 60조 돌파는 카카오에 있어 여전히 '과정'에 불과할지 모른다.


2년새 기업가치 7배…코로나 위기가 기회로

지난 14일 카카오는 주당 14만2500원에 장을 마치며 전거래일대비 5% 가량 몸집을 불렸다. 이 날 시가총액은 63조2400억원으로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삼성SDI 등 재벌 대기업 계열사들을 제치고 당당히 코스피 4위 기업에 올라섰다. 이날 시가총액 3위와 4위를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차지하면서 국내 산업 지형도의 변화한 모습도 읽혔다.

고작 2년 전까지 2만원(액면분할 반영시)선을 맴돌던 카카오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시작했다. 언택트 산업의 핵심주자로 떠오른 카카오는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하며 국내외 핵심자본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용자 4600만명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안으로 QR인증 등 각종 생활 서비스를 비롯해 콘텐츠, 커머스 등 비대면 핵심 산업들이 들어오면서 카카오의 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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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분기 영업이익률 0%대를 기록하며 '누구나 쓰지만 돈은 못 버는 기업'으로 불리던 카카오는 이제 없다. 카카오는 지난 2020년 영업이익 456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무려 121% 증가한 수치로, 매 분기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미래를 한발 앞서 바라보고 심어둔 투자라는 씨앗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나 한꺼번에 싹을 틔운 덕이다.

그동안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까 신중에 신중을 더해 도입한 광고 플랫폼 '카카오톡 비즈보드'는 이용자 이탈 없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카카오의 든든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적자를 거듭해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자회사들이 빠르게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실적 효자'로 탈바꿈 중이다. 이들 자회사는 차례로 기업공개(IPO)를 예고하며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진행한 5대 1의 액면분할은 기업가치 상승의 '신의 한 수'가 됐다. 액면분할은 통상 수급 측면의 호재로 여겨지지만, 과거 대형주들 대부분은 오히려 액면분할 이후 하락세를 탔다. 앞서 지난 2018년 10월 액면분할을 진행한 네이버 역시 한달 가량 주가가 빠졌다. 그러나 카카오는 뉴욕증시 상장 기대감이 나오는 관계사 두나무의 지분 재평가와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러시가 이어지며 15조원 가량 시총을 불렸다. 액분 이후 불과 두달여만에 카카오 주가는 30% 가량 급등했다.


'실적'으로 '실력' 입증한 카카오...매출-영업익 모두 '미친 성장세'

코로나19 확산 이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로 대표되는 비대면 '테크핀' 서비스가 젊은층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카카오톡 플랫폼 지배력을 전세대로 확장했다. 새로운 이용자층인 1020세대의 경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TV, 카카오게임즈 등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카카오에 대한 호감도를 키우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선 인공지능(AI) 기술로 진화한 맞춤형 광고를 비롯해 카카오가 더 고도화된 기술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고도화화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메신저-콘텐츠 소비 기능을 넘어 생활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맞춤형 플랫폼으로 도약, 플랫폼 락인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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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5조원, 영업이익은 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몸집은 대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성장 속도는 여전히 스타트업 못지 않다. 지난 2017년 연매출 1조원대를 기록한 이래 카카오는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영업이익은 해마다 2배 가까이 치솟고 있다. 증권가에선 내심 올해 추정 영업이익률을 14% 수준까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1분기 포함 최근 1년간 카카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성장률은 분기 평균 40.3%를 기록했으나, 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은 평균 103% 증가했다"면서 "2021년 1분기 12.5%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올 4분기 16.1%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배를 넘기던 주가수익비율(PER) 또한 올해 실적 추정치를 대입하면 60배 수준으로 낮아진다. 부채비율 또한 4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말 그대로 '건실한 대기업'으로 불리게 될 전망이다. 더 이상 카카오를 두고 거품 낀 기업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됐다.  


자회사 IPO 앞두고 시장 기대감 여전

카카오는 터치 몇번으로 끝나는 '모바일 본능'과 '카카오 프렌즈'로 대표되는 친숙한 기업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딩으로 손대는 사업마다 소위 '대박'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구독 및 지갑 서비스 등으로 이용자의 로열티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자회사들이 함께 성장하는 독보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런 자회사들의 활약으로 카카오의 기업가치 재평가는 올해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당장 오는 7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IPO가 예정돼 있다. 은행과 증권 라이선스 문제를 모두 해소하고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테크핀 자회사의 경우, 합산 기업가치가 무려 3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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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적자 늪에 허우적대던 카카오모빌리티 등 자회사들의 연이은 해외 투자유치도 카카오의 성장성을 끌어올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유료 서비스 안착과 더불어 구글 등으로부터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를 4조원대까지 불렸다. 

여기에 분사 이후 IPO를 예고했던 '황금알' 카카오커머스가 카카오에 다시 들어오게 되면서 카카오의 수익성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분사에 따른 우려를 극복하고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커머스 벨류에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카카오커머스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자리잡은 톡비즈와 커머스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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