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사진=디미닛 제공
구글. /사진=디미닛 제공

'구글 인앱결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날 국회 과방위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총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가운데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법안이 가결됐다.

앞서 이날 오전 안건조정위원회(안건위)에서 여당은 황보승희와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이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 과방위를 거친 구글 인앱결제 금지법은 법제사업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인앱결제 금지법은 즉시 적용될 예정이다.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 적용 시점을 오는 10월에서 내년 3월 31일로 6개월 연기한 가운데,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으면서 앱 개발사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동등접근권' 논란은 빠졌다...추후 논의 예정
 
이날 안건위에서는 법안 내 핵심 조항이었던 '콘텐츠 동등접근권'에 대한 쟁점이 다뤄지지 않았다. 콘텐츠 동등접근권이란 앱 개발사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통신 3사의 원스토어를 포함한 국내 모든 앱마켓에 동등하게 앱을 유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국내 전체 앱마켓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동등접근권'은 앱마켓 사업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모바일 콘텐츠 유통 구조의 공정성을 강화해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9월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동등접근권을 강제할 경우, 당장 국내 앱마켓에서의 구글 독점 지위 확대 우려를 해소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콘텐츠 동등접근권이 포함될 경우, 중소 앱 개발사에게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 대형 앱 개발사에 비해 중소 앱 개발사는 각각의 앱마켓에 입점하기 위한 개발 비용이나 운영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동등접근권 강제는 국내 통신3사가 만든 '원스토어'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원스토어의 국내 앱마켓 시장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동등접근권으로 인해 원스토어가 반사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준호 의원은 동등접근권을 의무에서 권고 수준으로 낮추고, 이후 사업자가 결과를 보고하도록 의무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수정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날 국회 과방위에서 동등접근권을 둘러싼 쟁점 사항들이 보류되면서, 추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이어서 논의될 전망이다.


"방통위? 공정위 소관?" 부처 간 중복규제 모호에도 일단 통과

구글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간 소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한개 사안에 대한 중복 규제 기관 출현 시, 규제에 모호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앞서 지난 2차 회의에서 공정위는 개정안 중 ▲타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 하도록 강요·유도하는 행위 금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 사업자 차별금지 ▲앱마켓 사업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금지 등 세 가지 조항이 불공정행위 관련 공정거래법과 중복규제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만일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를) 방통위가 집행 시 공정거래법상 기준과 같이 집행하게 되는건지, 2개의 다른 잣대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는 절대 시장에 좋은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쳐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쳐

반면, 방통위는 앱마켓 시장의 불합리한 차별적 행위는 전기통신 영역의 일부고, 급속한 기술 발전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방통위 소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경쟁법은 모든 산업에 걸쳐서 보편적으로 다 일어나는 문제고, 모든 산업 분야에 있어서 규제 당국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방통위의 논리를 배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간 방통위는 엄격한 전기통신사업법 적용 시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가통신사업자에 자발적으로 규제를 자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최근 들어 앱마켓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된만큼 그에 맞는 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 위원장은 방통위와 공정위의 규제 수준이 다를 수는 있어도, 방통위가 규제 기관에서 빠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또 중복 규제와 관련해서는 방통위와 공정위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각각의 관계 부처는 중복 규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지만, 앱마켓이 앱 개발사에게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기본 내용에는 공감했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모바일 앱 개발사와 앱마켓 사업자 간 공정한 환경조성에 노력하겠다"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 추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번 법안 통과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스타트업들의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본 개정안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큰 위협 요인을 해소했으며 스타트업이 성장해도 결국 앱마켓 사업자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가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 잡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준 만큼, 공정한 경쟁의 토대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시 힘을 내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법 제59조에 따르면 과방위에서 통과한 법안은 5일간 숙려기간을 거친 후, 법사위에 상정한다. 따라서 이날 통과한 법안은 7월 25일은 돼야 법사위에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본회의가 오는 23일로 정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여당이 숙려기간을 채우지 않고 예정대로 본회의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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