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폴더블'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의 야심작인 3세대 폴더블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가 베일을 벗었다. 더불어 '애플워치'와 '에어팟'에 맞서 칼을 갈고 나온 '갤럭시 워치4'와 '갤럭시 버즈' 등 더 강력해진 갤럭시 생태계 제품도 선을 보였다.
11일(한국시간)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행사는 열리기도 전에 수많은 제품 정보가 유출되며 '김이 빠졌다'는 평부터 받아야했다. 하지만 노 사장이 언팩에서 강조한 건 하드웨어 스펙이 아닌,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들이 품은 '철학'이었다.
위기의 삼성폰, 폴더블은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최근 '위기론'에 둘러싸여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에, 중저가폰 시장에선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제조사들에게 치여 글로벌 1위 자리가 위태롭다. 성장동력으로 점 찍었던 5G 시장에선 5위권까지 밀려났다.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과 코로나19 확산은 갈 길이 바쁜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간판 제품들이 힘을 잃어 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 올 초 내놓은 간판 플래그십 '갤럭시 S21'은 초반에 잠시 흥행하다 반년이 지난 현재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를 책임지던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올해는 내놓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타개책으로 내세운 건 '폴더블 대세화'였다. 기존 바(bar)형 스마트폰으론 더 이상 혁신도, 차별화도 어려워진 상황에 아직 무주공산인 폴더블을 띄워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은 무한한 가능성 만큼 막대한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다. 삼성은 이날 발표한 3세대 폴더블폰으로 장대한 모험의 첫발을 뗐다.
'모바일 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다
아마도 비장한 마음으로 언팩 무대에 섰을 노 사장은 폴더블폰 신제품 소개에 앞서 "우리는 먼저 모바일 기기의 용도를 재정의하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며 "더 중요하게는 모바일 기기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뭘 만들기 급급하기 전에, 뭘 만들어야 할 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 부터 다시 생각했단 의미다.
노 사장은 현 상황을 '개방성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삼성폰이 애플보다, 중국 제조사 제품보다 월등한 건 보급형부터 프리미엄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짜여진 다양성과 세계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이며 가전시장을 주름잡는 독보적인 삼성의 사업 포트폴리오다. 삼성에겐 애플도, 샤오미도 경쟁사이자 동시에 고객사다. '개방'과 '협업'은 삼성에겐 필연적인 것이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삼성은 이번 신제품을 개발하며 협업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파트너들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열린 생태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철학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제품을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강력한 혁신과 신뢰할 수 있는 보안을 제공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3세대 폴더블, 혁신은 채우고 가격은 비우다
노 사장은 "열린 경험은 새로운 것을 요구하게 마련"이라며 새로운 갤럭시 Z 시리즈를 소개했다. 그는 이번 신제품을 "모바일의 새로운 표준을 정의하는 차세대 제품"이라며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놀라운 시청 경험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표현했다.
노 사장의 자신감만큼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은 강력한 혁신을 기반으로 삼성 스마트폰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대표주자인 갤럭시 Z 폴드3는 'S펜' 도입과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적용, 방수 지원 등 폴더블폰으론 '세계 최초' 타이틀을 줄줄이 달고 나왔다. 그동안 폴더블폰을 미덥지 않게 만들던 내구성 문제와 높은 가격 장벽도 확실하게 해소했다. 특히 약 40만원을 낮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은 폴더블 대세화 전략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전망이다.
'갤럭시 Z 플립3'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새로운 시장을 여는 역할을 맡았다. '삼성폰 사상 가장 스타일리쉬한 제품'이라 소개할 만큼 디자인이나 개성 면에서 시중의 어떤 제품도 따라오기 어려운 독창적인 제품이다. 국내에서도 젊은층, 여성 소비자들을 아이폰에 뺏기고 있는 상황에 강력한 반전 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강 '갤럭시 생태계'…애플과 차별화 성공할까
이번 신제품을 통해 '갤럭시 생태계'는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새로 선보인 '갤럭시 워치4'와 '갤럭시 버즈2'는 강력해진 성능과 더불어 높은 가성비를 갖췄다. 코로나19 이후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는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갤럭시 워치4 시리즈는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메모리 등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구글과 협업한 통합 플랫폼, 삼성 독자적인 '원 UI 워치'를 최초로 탑재하며 '환골탈태'했다. 시리즈 최초의 체성분 측정 기능 탑재 등 강력한 헬스케어 기능을 앞세우며 하반기 애플워치 신제품과 맞설 강력한 대항마가 될 전망이다.
갤럭시 버즈2는 14만9000원이란 준보급형 수준의 가격에 주로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을 품어 가성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역대 가장 작은 크기와 다양한 컬러, 높은 통화 품질 등을 무기로 이 역시 '에어팟' 신제품과 맞대결을 펼친다.
삼성은 이날 언팩에서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와 독불장군식 정책, 프리미엄 제품 고집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이는 애플이 가지 않은 길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이폰의 '카피캣'이란 소리를 들으며 시작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역사가 이번 언팩 이후 '퍼스트 무버'로써 새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시점이다.
노태문 사장은 "오랫동안 많은 것들이 닫혀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 갤럭시로 삶이 열린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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