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 과감한 라면값 인상에도 여론 안정...기업가치 UP
유럽 내 '발암 논란' 빠르게 진화...美 증설+e스포츠 효과 톡톡
'라면왕' 신춘호 회장 별세 후 악재에 신음해온 농심이 '신동원 체제'에서 빠르게 반등을 모색해 주목된다. 영업익 부진에 따른 주가급락은 라면값 인상으로, 발암논란은 발빠른 대응으로 수습에 성공한 것. 업계 유일 e스포츠 게임단 운영사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MZ 세대를 향한 마케팅 전략도 힘을 받고 있다.
2Q 영업익 반토막? 여론 눈총에도 올린 라면값...주주가치 'UP'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농심의 주가는 주당 30만6500원으로 1년새 20% 가량 감소했다. 시가총액 역시 2조원대가 붕괴, 1.8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반, 식품 소비 증대 효과로 반짝 재미를 봤으나 오히려 올해 들어 역기저 형성으로 독이된 모습이다.
증권가 추산 올 2분기 농심의 추정 매출액은 6275억원, 영업이익은 198억원으로 1년전과 비교해 각각 6.1%, 52.3%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급격하게 오른 밀가루 가격을 비롯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뿐만 아니라 국내 법인의 정기 임금 협상도 실적에 부진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농심은 최근 평균 6.8% 수준의 라면 출고 가격 인상을 결정, 수익성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섰다. 소비자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라면업계의 입장을 관철시키며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을 주도한 것. 소비자 물가 인상 우려와 여론 부담을 이겨내고 7%에 가까운 높은 인상률을 얻어낸 것이다.
덕분에 증권가에선 연간 매출액 900억원 이상의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56%에 달하는데다, 경쟁 심화로 국내 별도법인 연간 영업이익이 300억~4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큰 폭의 영업이익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년만에 또 나온 발암논란...빠르게 진화 후 글로벌 '총공세'
농심은 최근 유럽 수출 제품인 '모듬해물탕면'의 발암논란에 시달렸지만, 단기에 이슈를 마무리하며 위기대응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모듬해물탕면 내에서 에틸렌 옥사이드(Ethlene oxide)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현지보도 이후, 빠르게 국제공인인증기관에 분석 의뢰을 맡기며 유통 재개를 이끌어냈다.
9년전 라면 6종에서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돼 논란이 됐던 당시와 비교하면 발빠르게 리스크를 돌파한 것. 현재는 문제가 된 모듬해물탕면을 비롯한 전제품 모두 유럽지역에서 정상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해외시장은 농심의 텃밭으로, 라면한류의 중심축이다. 올 2분기 농심의 추정 해외매출액은 1850억원 규모로 국내시장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해 미국시장에선 Nissin Foods와 Toyo Suisan Kaisha, Sanyo Foods 등 메이저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장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LA공장 뿐만 아니라 연말까지 2공장 설립을 마무리, 연간 8.5억개에 달하는 라면을 미주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에서도 현지 2위 사업자로 발돋움, 이젠 당당히 글로벌 식품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신제품 효과 '톡톡'...MZ 타깃 마케팅도 힘 싣는다
꾸준한 연구개발도 라면한류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농심은 올초 배홍동비빔면과 미니짜파링, 짬뽕 건면 등을 개발, 신제품 라인업을 늘렸다. 특히 배홍동비빔면은 출시 후 4개월간 2500만개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 배홍동비빔면이 팔도비빔면에 이어 시장 2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간 비빔면시장은 팔도비빔면이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각 사는 매년 봄부터 리뉴얼과 한정판 제품,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제품과 판촉으로 팔도비빔면의 아성에 도전해왔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2016년 900억원대였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이에 농심은 지난 1년여간 전국 비빔국수 맛집을 찾아다니며 개발한 끝에 지난 3월 야심작 '배홍동비빔면'을 선보였다.
이처럼 농심이 꾸준히 라면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매출 내 라면 점유율이 타사 대비 월등히 높은 탓이다. 농심의 라면 매출 비중은 약 56%로 25에 그친 오뚜기에 비하면 2배 더 높다. 라면 R&D에 더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MZ 세대를 잡기 위한 과감한 마케팅 전략도 농심이 타사를 압도하는 힘이 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10월 e스포츠 전담 법인인 농심이스포츠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커가는 e스포츠 시장에 직접 도전장을 내고 글로벌 마케팅에서도 해외업체에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농심 관계자는 "e스포츠는 이제 게임을 넘어 프로 스포츠의 미래로 자리 잡고 있고 글로벌 e스포츠에서 35세 이하 시청자 비율이 80%에 달하는 데다 젊은 시청자층이 전통스포츠 종목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야구 29%, 농구 49%) 미래 스포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