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디' 곽보성/사진=이소라 기자
'비디디' 곽보성/사진=이소라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유독 '킬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강한 포스를 뿜어내는 팀도 한 팀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한없이 약한 팀도 어떤 팀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LCK가 더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젠지e스포츠(젠지)는 농심 레드포스(농심)의 천적인 것 같습니다. 농심이 시즌 중반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시즌 1위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젠지는 LCK 서머 마지막 경기에서 2대0으로 잡아내면서 자신들은 2위로 올라가고 농심은 3위로 추락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늘 한경기 만으로도 천적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젠지는 농심에게 7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농심을 만난 젠지는 무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과연 젠지는 왜이렇게 농심에게 강할까요. 누구도 이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팀에게 왜 강한지, 사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1세트 경기에서 불리한 상황을 쿼드라킬로 완전히 뒤집어 버린 '비디디' 곽보성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농심에게 강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밑바탕에 깔려있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답변이었습니다.

"라인전에서 자신 있었어요. 우리 팀 선수들 모두 농심 선수들과 라인전에서 자신감이 있고 덕분에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디디'의 답변을 통해 젠지가 얼마나 농심을 상대로 자신감을 가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커리어나 경험, 실력 모두 농심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듯 하네요.

사실 오늘 젠지가 2위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앞 경기였던 T1이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에게 패해야 했고, 젠지가 농심을 상대로 2대0으로 승리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죠.

"솔직히 그 일이 동시에 일어날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고 마음 편하게 경기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왔어요. 1경기에서 T1이 지는 순간,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죠."

그 기적을 만든 선수가 바로 '비디디'였습니다. 1세트에서 '비디디'는 농심의 일격에 역전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기가 막힌 자리잡기를 통해 쿼드라킬을 만들어내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동료들도 놀라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내가 좋은 플레이를 펼치긴 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자리를 잘 선점했고 그게 잘 먹힌 듯 합니다. 운이 좋닸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기적을 만들어 낸 젠지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선물을 받았죠. 막판 농심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젠지의 플레이오프 경기도 기대할만 합니다. 

"운좋게 2위가 된만큼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1라운드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잘 분석하고 노력해서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