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혼쭐난 구글-애플...기회 틈탄 정부 '토종 앱마켓' 키우자 압박
낮은 수익성+해외 마케팅 탓에 구글-애플 외면 어려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국내 앱마켓과 콘텐츠 기업의 상생협약을 진행했다. / 사진=이성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국내 앱마켓과 콘텐츠 기업의 상생협약을 진행했다. / 사진=이성우 기자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국내 빅3 게임사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국내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위한 지원을 약속,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 규제당국으로부터 독과점 이슈에 직면한 구글-애플이 우회적 압박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만큼, 단기적으로 토종 앱마켓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대형게임사 입장에선 의미있는 수준의 제휴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공존한다. 정부의 무리한 토종 앱마켓 육성정책이 오히려 게임한류를 이끈 업계에 또다른 부담을 지우는 형국이다.


얼굴을 바꾼 3N..."이젠 토종 앱마켓 함께 키워요"

13일 오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여의도 루나미엘레 컨벤션홀에서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국내 앱마켓과 콘텐츠 기업의 상생협약을 진행했다. 이날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고위 임원이 모두 참여하며 상생 협약에 숟가락을 올렸다. 이번 상생협약은 게임 3사 이외에도 소프트와 국내 인터넷 동영상서비스 기업, 음악 스트리밍 기업이 모두 참여했다.

주요 내용은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내 공정경쟁 및 동반성장 환경 조성 ▲국내 이용자의 피해 예방 및 권익 증진 ▲국내 콘텐츠 기업의 부당한 차별 없는 콘텐츠 입점 ▲국내 앱마켓 사업자의 원활한 콘텐츠 입점 지원 등이다. 특히 상생협약에 '국내 콘텐츠 기업의 부당한 차별 없는 콘텐츠 입점'이 담겨 3N의 주요 게임이 원스토어나 갤럭시스토어 같은 국내 앱마켓에도 입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사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수익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앱마켓 입점을 꺼려왔다. 3사 중 엔씨소프트를 제외하면 넥슨과 넷마블의 경우, 수출 비중이 내수를 압도하는 탓이다. 쉽게 말해 구글-애플에 등을 질 경우, 해외 현지마케팅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 수년간 국내 중견 게임사 상당수가 이같은 해외 플랫폼의 갑질로 선택권을 상실했다. 

지난 2016년 국내 메이저 게임사 A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아닌 토종 앱마켓에 게임을 선출시, 이후 구글이 게임 이름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검색 과정에서 소외해 초반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A사 대표는 자신의 소셜 계정을 통해 "악몽처럼 마켓에서 우리 게임이 검색이 안되고 그 많은 마케팅 비용이 하늘로 날아갔다"며 구글의 갑질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구글은 입장문을 통해 "게임 개발사들은 앱 검색을 위해 일반명사를 피해야하는 등의 검색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며 광고정책도 잘 지켜졌는지 봐야할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게임업계에선 플랫폼 시장 독점을 위한 구글의 견제구로 해석했다. 당연히 이후 국내 게임사들은 중화권 타깃 업체를 제외하면 절대 다수가 토종 앱마켓 입점을 꺼려왔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에서도 조차 빅테크 플랫폼의 독과점 이슈가 불거지며, 우리 기업들 역시 선택권이 늘어난 상황이다. 실제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LLC 구글, 아시아 퍼시픽, 구글코리아)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불공정거래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더이상 국내 기업이 구글에 끌려가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다.

 

안용균 엔씨소프트 상무가 상생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안용균 엔씨소프트 상무가 상생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구글-애플 견제구는 시간문제...수익성도 고려 대상

이날 협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국내 대형게임사의 토종 앱마켓 육성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글-애플의 비중이 적은 중화권 타깃 게임이 토종 앱마켓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이같은 상황을 방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의 피쳐드 마케팅을 비롯, 두 OS 생태계의 초반 지원이 현지화에 상당한 역할을 차지한다"며 "토종 게임의 대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오징어게임 수준의 대형 히트작이 나와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단기 수익성 문제도 토종 앱마켓 활성화의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게임사가 국내 앱마켓에 입점하기 위해선 새 플랫폼에 맞는 규격과 매뉴얼을 다시 구성해야한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게임사가 추가 비용을 들여 토종 앱마켓 버전으로 새로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넥슨이나 엔씨소프트가 몇몇 게임을 국내 앱마켓에 출시하기도 했지만, 엔씨소프트의 캐시카우인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와 넷마블의 흥행작 '제2의나라', 넥슨의 흥행작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은 외산 플랫폼에서만 공급되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 등 미국 대형 플랫폼이 규제칼날 위에 놓여있어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의 움직임이 자유롭지만, 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형국"이라며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게 일방적인 토종 앱마켓 지원을 강요하는 것도 상당한 무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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