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안착한 비트코인, 해외 기관투자자 잇따라 목돈 투입
韓 투자상품 늘어날 가능성 UP...현물 가격 예측은 어려워

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상장지수펀드(ETF)가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현물 거래량도 덩달아 급증하며 개당 8000만원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인정을 받은 만큼, 이를 활용한 금융상품이 국내 시장에서도 늘어날 전망이다. 

20일 가상자산 거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7900만원으로 일주일새 10% 가량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이날 자산 관리업체인 프로셰어가 출시한 비트코인 ETF는 거래 첫날 거래량이 2410만주를 돌파,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이는 ETF 상장 역사상 두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비트코인의 제도화를 이끈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 투자자가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제도권 내 금융상품의 하나로 인식돼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관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간접투자가 가능해진다. 

비트코인 ETF는 지난 2013년 제미니 거래소 창립자인 윙클보스 형제가 최초로 SEC에 비트코인 ETF를 신청, 무려 9년간 제도권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러나 줄곧 미국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규제 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ETF 승인을 반려했다. 자칫 제도권 편입이라는 인식을 줘, 투심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행보다. 

그러나 최근 3년새 미국과 우리나라까지 비롯, 서방 국가 대부분이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위한 규제책을 완비하는 등 디지털 자산을 향한 각국 정부의 허들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사업자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위한 법률을 만든 데 이어 내년부터 세금도 걷기로 했다. 덕분에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착, 이젠 당당히 자산의 하나로 인정받게 됐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는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라이엇 블록체인 주식을 사들였고, 뉴질랜드 퇴직연기금인 키위세이버의 경우, 전체 AUM 3.5억 달러 중 5% 가량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또한 홍콩 거래소 OSL의 모기업인 BC 그룹에 대규모 출자를 진행한 바 있다. 투자업계에선 우리나라에서도 비트코인 ETF 상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캐나다 ETF 운용사 '호라이즌스 ETFs(Horizons ETFs)'와 함께 비트코인, 비트코인 인버스 ETF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덕분에 가상자산 투기 분위기도 빠르게 가라 앉을 공산이 크다. 수년간 대다수의 가상자산은 가격이 급격히 출렁이면서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며 정부의 감독 아래 모든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에 대해 시장이 주목하는 중"이라며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을 편입하는 ETF들은 지속 상장돼 왔으나, 글로벌 ETF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 비트코인 선물 ETF 상장을 허용한 데 따라 다시금 시장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대체자산 투자로 가상자산에 대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자금 유입 기대감 만으로는 낙관할 수 없으며, ETF 자금 유입이 실질적으로 상품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경계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