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포럼' 2일차 기조연설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 / 사진=행사 영상 캡쳐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 / 사진=행사 영상 캡쳐

"저는 어렸을 때 공상과학 TV시리즈인 '스타트랙'을 보곤 했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용감하게 가는 이들의 이야기였죠. 전 미스터 스팍을 가장 좋아했고, 특히 그가 컴퓨터에 말을 걸고 대답을 듣는 장면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은 2일 열린 '삼성 AI 포럼'에 나와 "인공지능이란 인간 정신의 놀라운 능력을 기계에 복제하려는 꿈이자 원대한 탐구"라며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공지능은 컴퓨터와 대화하던 공상과학 드라마 속 장면을 현실로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통해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인공지능은 말을 알아 들을 뿐만 아니라, 글을 말로 읽어주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이런 AI 기반의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기술을 더 많은 제품에 탑재할 계획이다.


디바이스 안으로 들어온 인공지능

이날 승 소장은 삼성전자의 '온 디바이스 AI' 전략을 강조했다. 그동안은 사용자가 인공지능에 말을 걸면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되고, 그곳의 인공지능 모델에 의해 처리된 답변이 다시 전송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기에 내장된 AI를 통해 이런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것.

온 디바이스 AI는 데이터를 기기 밖으로 보내지 않게 때문에 지연시간이 짧아져 응답이 더 빨라지고, 특히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인공지능 모델이 복잡해질수록 기기의 연산 리소스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한계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극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NNSteamer'는 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AI 모델에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해주는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다. 멀티미디어 오픈소스 패키지 'GStreamer' 용 플러그인들을 통해 여러 딥러닝 모델을 동시에 실행하고, 이들을 연결해 인공지능 파이프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 NNstreamer 팀은 최근 온디바이스 AI를 학습시키는 'NNTrainer'도 선보였다.

승 소장은 "여러분께 가능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인공지능 모델을 기기의 사용자에게 맞게 개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제 우리는 그런 데이터 러닝을 기기 자체에서 할 수 있어 개인의 데이터가 전혀 기기 외부로 유출될 필요가 없고, 당연히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어의 장벽도 무너뜨리는 인공지능

"커크 선정을 기억하시나요? 커크 선장은 은하계 어디를 가도 어떤 외계인을 만나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는 '만능 번역기'라는 마법의 장치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 번역기만 꺼내면 커크 선장과 외계인의 말은 그 즉시 상대방의 언어로 번역됐습니다. 오래 전에는 이런 일들이 신기한 공상과학 개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 날 승 소장은 다양한 인공지능 적용 사례를 발표했는 데, 삼성전자 제품에 적용된 '기계번역' 기술도 그 중 하나였다. 승 소장은 "삼성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문화권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며 "번역은 세상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우리는 우리 고객들이 언어장벽 문제 없이 서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 / 사진=행사 영상 캡쳐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 / 사진=행사 영상 캡쳐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는 카메라로 간판을 비춰 곧바로 번역을 해주거나, '삼성 브라우저'에 추가 기능을 설치해 22개 언어로 곧바로 웹페이지를 번역할 수 있다. 또 '삼성 이메일'을 사용하면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 AI 번역기는 기기에 내장돼 있어 데이터를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아도 된다.

삼성리서치는 데스크톱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번역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번역 서비스는 '짜파구리'를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번역 표현인 'Ramen'(라면)과 'Udon'(우동)의 합성어 'Ram-don'으로 번역해주거나, '흑역사(Embarrassing moments)' 같은 용어도 매끄럽게 바꿔준다.


개똥도 알아서 피하는 인공지능 로봇

공상과학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는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AI와 로봇의 결합도 열심히 연구 중이다. 그 성과물 중 하나인 '제트봇 AI+'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청소기다.

제트봇 AI+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3D 지도를 구성하며, 이 지도는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방들을 모델링하고 집 안에 있는 가구와 가전 제품들을 인식한다.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는 로봇에게 청소할 위치를 명령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트봇 AI'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제트봇 AI'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청소를 마친 로봇은 '청소 보고서'를 작성한다. 여기엔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며 청소를 했는 지 알 수 있는 데, 이는 매우 규칙적인 동선을 가지고 있다. 승 소장은 "이런 능력은 개가 앞마당을 돌아다니거나 우리가 쇼핑몰을 돌아다닐 때 볼 수 있다"며 "머리 속에 지도를 구성하는 능력은 동물과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지능으로, 이제는 인공지능도 이런 일을 당신의 집 내부에서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트봇 AI+에는 3D 감지를 위한 '라이다(Lidar)' 센서와 일반 비디오 카메라가 탑재됐다. 이 라이다 센서와 비디오 카메라의 신호를 센서 퓨전을 통해 결합해 로봇청소기가 특정 물체들을 안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승 소장은 "여러분들은 청소를 하다가 진공 청소기에 전원코드가 빨려 들어가거나, 제발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개똥이 빨려 들어가는 일을 원치 않으실 것"이라며 "다행히도 인공지능은 이런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사진 속 지우고 싶은 너, 인공지능이 채워줘

멀리 찾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주머니 속에 인공지능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적용된 인공지능인데, 최근 이 인공지능은 단순히 사진을 멋있게 찍는 것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미지에서 불필요한 개체를 지우는 '이미지 인페인팅' 기술이다. 이는 이미지에서 특정 영역을 지워버리면, 인공지능이 주변 상황에 대한 맥락관련 정보를 사용해 지워진 영역을 채워주는 기술이다.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 / 사진=행사 영상 캡쳐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소장 / 사진=행사 영상 캡쳐

승 소장은 "이미지 인페인팅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다"며 "선택된 전경 개체를 이미지에서 지울 수 있고, 완벽하진 않지만 당신을 속일 만큼 제법 훌륭하다"고 표현했다. 

삼성리서치 모스크바 인공지능 센터에서 만들어낸 기술은 단 한 장의 풍경 사진만 있으면 구름이 흘러가고 날씨가 바뀌는 생생한 풍경의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것 역시 인공지능 딥러닝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