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며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다며 '위기론'을 지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전(CE), 모바일(IM), 반도체(DS) 등 3대 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를 이끌 새 인물은 한종희-정현호 신임 부회장-경계현 신임대표이사다.
기존 김기남 DS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CE 부문 사장, 고동진 부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모두 물러난다. 압도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새판짜기에 나서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다.
삼성전자는 7일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한종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한 신임 부회장은 세트(CE·IM) 사업 전체를 이끌며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의 두 축인 CE-IM을 모두 맡게된 것.
1962년생으로 천안고-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한 신임 부회장은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한 이후, 2001년부터 VD사업부에 줄곧 머물며 2017년 들어 VD사업부장(사장)으로 올라섰다. 특히 한 신임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으로, TV 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우수한 리더십과 경영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활가전의 전문가로 향후 IM과 CE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도 부회장으로 영전하며 '뉴삼성'의 핵심축을 맡았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 등 여러 추측이 돌았지만 정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사업지원TF를 중심으로 미래사업을 육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지원TF는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정 부회장 승진은 사업지원 TF 역할 중 특히 미래사업 발굴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에는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임명됐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그는 삼성전기에서 MZ(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인사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의 DNA를 DS부문에 심어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함은 물론 미래준비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