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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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이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품목허가를 취득하면서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긴급 사용승인으로 국내 백신 수급에 급한 불은 끈데 이어, 이번 품목허가로 백신 수출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경영 복귀와 함께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에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바이오는 대표적인 고부가 지식산업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가 안보산업' 측면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사업이 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모더나 백신 수급 현황을 가장 먼저 챙기며 긍급 일정을 앞당겼고,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직접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삼성의 차세대 전략사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능력도 부각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노하우 바이오에 이식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를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점찍은 이유는 이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분야의 제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바이오 분야에서 주력하고 있는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사업은 위탁생산을 뜻하는 기존 'CMO'에 '개발(Development)'을 더한 것을 말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초기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 시료 생산, 임상 및 허가, 상업생산까지 모든 신약개발 과정을 원스톱으로 가동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대규모 자본투자가 소요되는 생산 분야에서 전문 위탁생산(CMO) 기업 활용을 적극 확대하는 추세다. 이를 통해 의약품 시판허가와 판매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신약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자체 칩을 설계해 TSMC에게 맡겨 생산하는 것처럼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와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의 분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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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바이오의약품 CMO 분야에서 단기간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반도체 사업에서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과 플랜트 건설 노하우를 접목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 적용하던 3D 설계 기술을 바이오 공장에 도입, 시공비용과 기간을 줄이기도 했다. 2013년 착공에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은 당시 업계 최대인 9만ℓ 보다 1.8배 이상 큰 15만ℓ 규모로 설계됐으며, 기존 바이오 산업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던 신기술들을 적용해 건설 기간을 동종 업계 대비 40%(9개월) 단축했다. 설비 대비 투자비 역시 동종 업계의 절반 이하로 절감했다.

이런 다양한 제조 공정 노하우와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의약품 규제기관으로부터 제조품질승인을 획득하고 '삼성'이란 글로벌 브랜드의 신뢰성까지 더하면서 단기간에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공격적 투자로 글로벌 시장 선점한다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0.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5371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나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역시 2021년 기준 150억달러 규모로 향후 5년간 연평균 14.0% 성장해 2025년 기준 25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망만 놓고 보면 탄탄대로다.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은 의약품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품질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원가 경쟁력, 적시 생산·공급이 가능한 속도 경쟁력, 안정적 수주역량이 필수다. 이 때문에 소수의 대형 CMO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10년 만에 CMO 세계 1위인 스위스 론자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성장했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까지 아우르는 CDMO 시장에서는 글로벌 1위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시설인 3공장을 확보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1조7400억원이 투입되는 인천 송도 4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규모를 총 62만 리터까지 늘리며 글로벌 CMO 시장 전체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 회사 측은 이후 5·6공장 건설 계획도 밝힌 상태다. 2022년 착공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는 두 생산시설엔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사업 외에도 세포주 개발, 공정 개발, 임상물질생산 및 품질테스트 등을 제공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 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에스초이스는 경쟁 세포주 대비 빠른 속도로 많이 번식해 오랜 기간 생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성장세 이어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는 이미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매출 4507억원, 영업이익 16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4.2%, 영업이익은 196.1% 증가하며 2분기 연속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조1237억원, 영업이익은 408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고, 글로벌 바이오 업체가 외주 생산거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CMO 사업도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스트라제네카(AZ), 릴리(Lilly),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을 수주했다. 내년 2분기 생산을 목표로 mRNA 백신 원료의약품(DS) 생산설비도 건설 중이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재감이 더 커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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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항체의약품 분야에서 탄탄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고, 백신에 이어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계속해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 서근희 연구원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CMO 사업 전략은 아직 미공개지만, 경쟁 업체의 선제적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MO 전략도 빠른 시일 내에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항체의약품 CMO는 고용량, 대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에 이어 2022년 이후에도 고용량, 대규모 생산이 필요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연이은 발매 및 항암제, 면역 항암제의 다변화로 인한 CMO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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