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K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을 결합한 용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금융업이 발달해 해외 투자 유치가 용이하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인접 동남아 국가 공략이 가능하기 떄문이다.
2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는 올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 진출에 나섰다.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받은 7200만달러(850억원)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알스퀘어부터 오늘의집, 카사까지...싱가포르 향한다
알스퀘어는 외국계 기업의 아시아 본사가 대부분 싱가포르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한국 오피스를 이전하기 위해 아시아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싱가포르 법인이 이런 의사소통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스퀘어는 싱가포르 법인을 동남아 사업의 '허브'로 활용해 주변 국가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동남아 사업 확장의 심장부 역할을 할 것"이라며 "팬 아시아(Pan Asia) 지역에서도 유니크(unique)∙딥(deep) 데이터를 활용해 최고의 부동산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스퀘어는 앞서 베트남에서도 1만 건의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버킷플레이스)도 싱가포르 가구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온라인 플랫폼 힙밴을 인수했다. 싱가포르는 고소득 글로벌 기업 종사자가 많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힙밴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 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다.
이 외에도 부동산 투자 플랫폼 카사가 내년 싱가포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형 오피스 같은 부동산을 디지털수익증권으로 유동화해 모바일 앱에서 매매하는 회사다. 카사는 싱가포르 통화청으로부터 지난 9월 라이선스를 획득했는데, 내년 상반기 중에 디지털수익증권 거래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가 인구 6억명 '아세안' 공략 전초기지
스타트업이 동남아에서도 인구가 적고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건 사업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유니콘이 15개일 정도로,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선진화된 금융산업을 바탕으로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주 싱가포르 대사관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53억 싱가포르달러(약 4조6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억 싱가포르달러(약 3조원) 증가했고, 이를 기반으로 3개 회사가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상반기에 성사된 스타트업 투자유치 건수도 총 355건으로, 전년 상반기(317건)보다 12% 증가했다.
인구 6억명의 거대 시장 '아세안'에 진출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장점도 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의 경우 생활 문화가 비슷하고, 청년층이 많아 모바일과 IT 기술에 친숙하다.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싱가포르에서 시장 진출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테스트하기 적합하다고 기업들은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당국의 정책 지원과 선진화된 투자산업, 성숙한 스타트업 생태계 덕분에 국내 스타트업이 첫 해외 진출국으로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업 아이템이 통하는지 판가름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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