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그래픽=디미닛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그래픽=디미닛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카카오가 새로운 사령탑을 내세워 경영체계 개편을 단행한다. 양사 모두 새수장의 지휘 아래 '제2의 창업' 수준의 혁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서로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네이버는 젊지만 풍부한 법률가 경력을 지닌 최수연 대표 내정자에게,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를 성장시킨 경험을 갖춘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네이버는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속도감 있는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반면, 카카오는 창업 공신을 내세워 조직 내 안정을 꾀하고 내밀있는 성장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인사는 양사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두 사람의 깊은 고민의 결과다. 


글로벌 네이버 '젊은피' 최수연이 이끈다

네이버는 올 3월, 이사회를 열고 1981년생 최수연 대표와 1978년생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정식 선임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두 사람을 통해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 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두 사람 모두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법률가 경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등 투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이번 인사는 이해진 GIO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네이버 창업 시절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함께 키워온 C레벨 임원을 대표로 승진시키는 대신, 경영진에 네이버에 머문 시간이 길지 않은 책임리더 급 '젊은피'를 수혈했다.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 GIO 입장에선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고, 그만큼 믿을 수 있는 '복심'들에게 맡겨 놨던 안방에 새 사람을 들이는 셈이다.

지금의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한성숙 대표만 하더라도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 운영에 정통하며, 치밀하고 정확한 업무 스타일로 '이해진 판박이' '이해진의 복심'으로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최 내정자는 2019년에, 김 내정자는 2020년에 합류하는 등 네이버에 몸 담은 시간이 길지 않은 이른바 '외부 인물'에 가깝다. 그러나 도리어 이 점이 두 내정자가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네이버의 쇄신을 이끌고, 투자 전문성을 살려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장 두 사람은 '글로벌 네이버'라는 목표의식 하에 검색·콘텐츠·커머스·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신사업을 키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성과주의 원칙을 명확히하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는데 임기 초반을 할애할 공산이 크다. 실제 두 내정자는 '네이버 트랜지션 태스크포스(NAVER Transition TF)'라는 이름의 새 조직을 가동, 글로벌 경영 본격화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개편에 착수하게 된다. 

네이버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은 네이버에 머문 시간이 길지 않은 '새 인물'로 외부의 시각으로 네이버를 더욱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글로벌 전략통이라는 점과 젊다는 점에서 분명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네이버가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총괄(GIO)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총괄(GIO)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위기의 카카오 '복심' 남궁훈이 이끈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는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단독대표에 낙점했다.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25년간 각별한 인연을 쌓아 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경영진들의 '주식 먹튀' 사태까지 불거지며 '혁신'의 상징에서 '탐욕의 화신'으로 이미지 추락을 겪고 있는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

남궁 내정자는 1972년생으로 올해 나이 49세, 만으로는 여전히 40대다. 그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이후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하며 출범한 카카오게임즈의 각자대표를 맡아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고 모바일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흥행을 이끌었다. 그 결과, 카카오게임즈는 돈 잘버는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김 의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그는 카카오의 초기 멤버는 아니지만, 창업 공신 중에서도 핵심인물로 꼽힌다. 김 의장과 삼성SDS에서 함께 개발하던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다. 삼성SDS를 때려치우고 PC방을 차린 김 의장을 도와 실질적 '돈벌이' 역할을 맡은 이가 바로 남궁 내정자였다. 김 의장을 비롯한 개발자들이 PC방 요금정산 프로그램을 만들자, 남궁 내정자는 전국 PC방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뛰었다. 그렇게 성장한 PC방은 한게임을 탄생시킨 밀알이 됐고 훗날 한게임과 NHN의 합병까지 이뤄냈다.

김 의장과 각별한 관계로 신뢰를 쌓아온 그는 이런 저런 논란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카카오의 구원투수로서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오랜 기간 몸 담은 카카오를 향한 애정이 각별한데다, 김 의장과 함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자사 미래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상하며 카카오의 미래전략을 그려온 탓이다. 그는 부정적인 이미지 쇄신과 함께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의 특기인 속도전과 빠른 의사결정이 더욱 빛을 발할전망이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활기차고 유쾌하며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들에게 장난이나 농담을 먼저 걸면서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사업 확장도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이뤄내는 따뜻한 분"이라며 "사업가로서 단호하고 빠른 의사 결정으로 카카오의 성장도 이끌 적임자"라고 귀띔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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