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복심...오래 벗으로 개발-사업-기획-마케팅 전분야 능통
언론플레이 NO! 수십년간 이어져온 '선행' ESG 경영 적임자로
지난해 말, 카카오게임즈를 떠나 카카오의 미래를 전담할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취임한 남궁훈 센터장이 불과 한달새, 이번엔 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으로 정해졌다. 외부의 시각에서 보자면 말 그대로 파격 승진이다. 그만큼, 카카오의 창업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그는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통합 카카오의 4대 CEO로 이름을 올리게 된 남궁 내정자는 1970년생으로 올해 나이는 51세, 만으로는 여전히 40대다. 내홍을 겪고 있는 '대기업 카카오' 입장에선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다. 그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의 초기 멤버는 아니지만, 창업 공신 중에서도 핵심인물로 꼽힌다. 실제 30대의 젊은 나이로 대기업이 된 카카오를 이끌던 임지훈 전 대표의 바람막이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남궁 내정자다. 그 이유는 김 의장과의 오랜 인연 덕이다. 기존 CEO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간적인 신뢰가 가장 깊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창업을 하겠다며 대기업 삼성SDS를 때려치우고 PC방을 차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도와 실질적 '돈벌이' 역할을 맡은 이가 바로 남궁 내정자였다. 그는 김 의장이 몸 담았던 삼성SDS에서 함께 개발을 이뤄내던 선후배사이다.
당시 김 의장을 비롯한 개발자들이 PC방 요금정산 프로그램을 만들자, 남궁 내정자는 전국 PC방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뛰었다. 스타트업이 늘 겪는다는 '데스밸리'의 늪을 그의 발품과 영업력으로 메운 셈. 소위 개발자는 영업이 부족하다는 편견 또한 그에겐 해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성장한 PC방은 한게임을 탄생시킨 밀알이 됐고 훗날 한게임과 NHN의 합병까지 이뤄냈다.
그리고 2015년, 카카오에 합류한 남궁 내정자는 NHN, 넷마블, 위메이드 등 다년간의 게임사 경험을 카카오에, 이식 오늘날의 카카오게임즈를 만들어냈다. 그는 기존 채널링 사업 구조를 퍼블리싱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게임 사업 구조 재편에 돌입했고 기틀을 다졌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으며 소위 대박을 친 게임이 바로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다. 그가 '흥행 제조기'라 불리는 이유다.
이후 지난 2020년에는 카카오게임즈의 성공적인 IPO를 이뤄내며 카카오 패밀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고 PER' 논란이 시달리는 타 계열사와 달리, 카카오게임즈는 돈 잘버는 성장주의 대표격으로 불린다. 이 역시 IR 전문가가 아님에도 시대의 눈을 꿰뚫은 남궁 내정자의 역량으로 평가된다.
이는 남궁 대표가 IT 산업 전분야에 걸쳐 경험을 쌓아온 덕이다. '가방끈'이 긴 기존 대기업 CEO들과 달리 남궁 내정자는 서강대학교 경영학 학사를 수료한 이후, 줄곧 사회에서 이름값을 올렸다. 덕분에 사업과 기획, 마케팅, 글로벌 사업 등을 모두 섭렵하며 한국 기술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NHN 인도네시아 법인장 시절부터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사업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관련업계에선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남궁 내정자가 카카오의 새 수장으로 결정된 또하나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그는 국내 대기업 CEO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적극적 외부활동을 이어왔다. 외부의 노이즈와 언론플레이라는 비아냥속에서도 게임 개발사를 위해 미국 대형 인터넷 기업과의 여론전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게임인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게임 개발자들의 생활여건을 일일이 챙겨온 것은 판교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음식을 못팔게 된 PC방 점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이들의 생활고를 대신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택 공사장 화재 현장 비보를 듣고 예전부터 마음 한구석 느꼈던 감사하고, 죄송스러웠던 울림이 있었는데 두나무의 기부 소식을 듣고 저도 개인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며 직접 수억원 규모의 기부에 나선 바 있다. 이런 선행 모두, 홍보팀을 통한 기업메시징이 아닌, 본인 스스로 주도해왔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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