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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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등입니다. 이쯤 되니 'TV=삼성' 공식이 이제 당연하다 느껴집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29.5%, 수량 기준 19.8%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무려 16년 연속 대기록입니다.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지위은 공고합니다. 최근 5년간 금액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2016년 28.0%, 2017년 26.5%, 2018년 29.0%, 2019년 30.9%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31.9%를 달성하며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는 전년 대비 약 2.4%포인트(p) 줄며 다시 점유율이 30%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또 1등'이라고 기뻐하고 있을 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세는 OLED?

최근 삼성전자의 효자 제품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입니다. QLED TV는 지난 2017년 첫 출시 당시 80만 대에서 이듬해 260만 대, 2019년 532만 대, 2020년 779만 대로 꾸준히 판매량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943만대가 팔렸습니다. QLED 덕에 삼성은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42.1%, 80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44.9%라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TV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펜트업 수요가 뜨거웠고,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은 피크아웃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발생한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옆집 LG전자가 밀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 TV의 성장세를 보면 맘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지난해 LG 올레드 TV의 출하량은 404만8000대로 전년도와 비교해 2배로 늘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LG전자의 TV 시장점유율은 18.5%로 전년 대비 2%p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은 총 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체 TV 시장에서 올레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12.7%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특히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올레드 TV의 비중이 42.1%까지 올라가며 QD-LCD(QLED) TV 출하량을 제치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

삼성전자의 QLED TV는 기본적으로 빛을 공급하는 '백라이트'가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TV입니다. 이 백라이트 유닛 위에 양자점(퀀텀닷) 입자가 포함된 필름을 붙여 색 재현성을 개선한 제품이 현재 시판 중인 QLED TV 입니다. 반면 OLED는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TV 입니다. OLED는 기술적으로 LCD 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OLED는 개별 화소별로 빛을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에 명암비가 우수합니다. 또 '롤러블 TV'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당장 시판되는 QLED와 OLED TV 중 어느 제품이 월등히 우수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QLED는 밝기에서, OLED는 명암비에서 장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시청 환경이나 보는 취향에 따라 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OLED가 화질이 더 좋다는 평이지만, 번인 현상 등의 우려로 QLED가 내구성이 더 좋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하지만 결국 프리미엄 TV 시장의 대세는 OLED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제품인 'QD-OLED'의 상용화를 준비 중입니다. QD-OLED는 백색 소자를 발광원으로 쓰는 LG의 'WOLED' 디스플레이와는 다르게 청색 소자를 발광원으로 사용한 OLED로, 이론상으로 최상의 명암비를 유지하면서 기존 OLED에 비해 더 높은 밝기와 색역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힙니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2'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패널을 공개했고, 소니는 이 패널을 사용한 TV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비록 실물을 전시하진 않았으나 삼성전자의 65인치 QD-OLED TV가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QD-OLED TV 제품의 구체적인 출시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으나, 상용화 시점 자체는 머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QD-OLED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선 아직 QD-OLED 패널의 수율이 아직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고, 실제 제품이 출시돼도 기존 OLED에 비해 가격이 더 비쌀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은 점차 낮아지겠지만, QD-OLED TV가 현재 OLED TV와 비슷한 가격이 되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LG전자 역시 기존 제품의 약점인 화면 밝기를 30% 개선한 차세대 OLED TV를 선보이는 등 계속해서 기술 개선에 나서고 있어 QD-OLED가 가격에 비해 확실한 성능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 지 아직 열어봐야 아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QD-OLED TV 제품의 본격적인 등판에 앞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존 QLED TV를 계속 주력으로 판매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공급받아 OLED TV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도 더 이상 OLED TV 출시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 측도 이에 대해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고 언급해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미 OLED TV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는 LG전자에 삼성이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OLED TV 시장에 진출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차세대 제품도 QD-OLED TV 대신 'QD 디스플레이 TV'로 부르고 있습니다. 명색이 1등인 삼성이 2위 LG전자가 먼저 진출한 시장에 따라 들어간다는 인상을 줄 순 없겠죠? 지난해 삼성전자 입장에선 지난해 자사의 2.4%p 점유율 하락과 LG전자의 2%p 점유율 상승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프리스타일'로는 역부족?

삼성전자 입장에선 시장에 QD-OLED TV를 안착시킬 수 있을 때까지, 특히 올해를 잘 버티는 게 급선무입니다. 하나 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라이프스타일' 제품입니다. 올해 CES 2022에서 주인공급의 활약을 보인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같은 신제품을 적극 도입해 라이프스타일 제품 시장을 매년 2배씩 성장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거실에 놓인 커다란 TV도 좋지만,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색다른 TV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LG전자가 내놓은 무버블 디스플레이 'LG 스탠바이미'가 대표적입니다. TV 시장의 돌연변이 같은 이 제품이 MZ세대에게 의외의 흥행에 성공하자 삼성전자도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사진=삼성전자 제공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사진=삼성전자 제공

올해 라이프스타일 시장 확대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더 프리스타일은 예약판매에서만 총 1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완판' 기록을 세우는 등 초기 반응이 뜨겁습니다. 다만 실제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에게서 아이디어로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긍정적 평가과 동시에 너무 비싸고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부정적 평이 동시에 나오고 있어 정식 출시 이후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씨넷은 "더 프리스타일의 가장 큰 문제는 휴대성 부족"이라며 "크기는 작지만 여전히 전원 콘센트에 연결해야 하며, 삼성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액세서리를 판매할 예정이지만 이는 900달러의 가격 외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함을 의미한다. 참고로 우리가 선호하는 휴대용 프로젝터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약 600달러 수준"이라고 전하며 올해 휴대용 프로젝터가 주류가 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과잉반응(overreaction)'이란 평을 내놨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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