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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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PC 시장의 '봄'이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 세계 PC 출하량은 3억4100만대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PC는 일과 학습, 여가의 중심에 있었고, 이는 강력한 수요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1인 1PC' 시대를 넘어 용도에 따라 2대 이상의 PC를 보유하는 일도 흔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지만, PC 시장에서는 그만큼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습니다. 국내에선 굳건한 1위 기업이지만, 세계 시장에선 레노버, HP, 델 등 PC 시장 전통의 강호들은 물론, 라이벌 애플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점유율로 시장조사에서 '기타(Other)' 그룹에 속해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만 보지는 않을 모양입니다. 삼성은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 차세대 노트북 PC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를 선보이며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난해 4월 '갤럭시 북 프로'를 통해 노트북 PC를 갤럭시 생태계에 편입한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에서 더 강화된 연결성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모바일 PC'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빅테크 '연합전선'으로 독불장군 '애플' 맞선다

애플 '아이폰'을 오래 사용하던 사람은 '맥북'이나 '아이맥' 같은 애플의 PC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폰에 온 문자를 PC에서 확인하거나 파일을 손쉽게 전송하는 등 다양한 연동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맥에 모바일 컴퓨팅 기반의 'M1' 칩셋이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아이폰에서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앱)을 PC에서 사용하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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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이 같은 애플의 생태계 전략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만 하드웨어는 물론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도 직접 만드는 애플과는 다르게 삼성전자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연동성을 높이는 게 차이점입니다. 애플의 방식은 자사 제품 간 연동이 매끄럽게 잘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범용성은 떨어집니다.

삼성전자의 협업 모델은 OS 간 장벽을 없애 보다 폭넓은 연동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이번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용 보안 솔루션인 '시큐어드 코어 PC' 규격을 충족해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강화했고, 인텔과 긴밀한 협업으로 최신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합니다.


'갤럭시'끼리 쓰면 더 좋아진다

삼성전자는 외부 개방성을 높이는 동시에, 갤럭시 생태계 내부의 연결성을 강화해 '락인(Lock-in)'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탭' 태블릿  이용자가 갤럭시 북2 프로를 같이 쓰면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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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선보인 '갤럭시 북 익스피리언스' 앱은 계정 등록 한 번으로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에서 삼성 갤러리, 삼성 노트 등 갤럭시 기기의 콘텐츠와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갤럭시 기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원 UI'를 적용해 사용자 경험의 통일감도 높였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에서 스마트폰의 최근 사용 앱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윈도 11'의 작업표시줄에서 스마트폰의 상황을 확인 가능할 뿐 아니라, 가장 최근 사용한 앱을 노트북에서 바로 실행할 수도 있습니다. 또 '삼성 멀티 컨트롤' 기능을 이용하면 노트북의 키보드와 터치패드로 갤럭시탭S8 시리즈를 쉽게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경박단소' 기술력에 '모바일 DNA' 이식

강력한 갤럭시 생태계를 등에 업은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 자체의 성능은 어떨까요. 일단 얇고 가볍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는 외장 그래픽 카드 모델을 제외한 전 모델의 두께는 11mm 수준입니다. 특히 갤럭시 북2 프로 13.3형 모델의 경우 11.2mm 두께에 무게는 870g에 불과합니다.

삼성전자의 주특기인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화와 더불어 스마트폰의 노하우도 노트북에 많은 부분 전수됐습니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21시간 이용 가능한 배터리와 65W 고속 충전 지원으로 마치 스마트폰처럼 휴대성을 극대화했고, 노트북에 최초 탑재되는 '삼성 디바이스 케어'를 통해 전력과 메모리도 최적으로 관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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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활용도가 대폭 높아진 영상 통화 기능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띕니다. 전면에는 최대 87도로 전작 대비 더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1080p FHD 카메라를 탑재했고, '오토 프레이밍'을 지원해 사용자가 움직여도 항상 화면 가운데로 보여 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영상 뿐만 아니라 오디오도 양방향 AI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배경 소음을 제거해 더 뚜렷한 음성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작의 낮은 해상도를 그대로 유지한 디스플레이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갤럭시 북 프로의 AMOLED 디스플레이는 뛰어난 명암비로 영상 시청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FHD 해상도로 인해 텍스트 가독성이 좋지 않다는 불만이 있었습니다. 또 최근 문서 작성 등에 편리한 16대 10 비율이 아닌 영상 시청에 최적화 된 16대 9 비율을 유지한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일잘러'인데 얼굴은 '엔터테이너'라 다소 어색한 모습입니다.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는 15.6형과 13.3형 디스플레이 모델로 전세계 시장에 4월에 출시됩니다. '갤럭시 북2 프로'는 그라파이트와 실버, '갤럭시 북2 프로 360'는 버건디, 그라파이트, 실버의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국내에서는 3월18일부터 사전 판매를 진행하고 4월 정식 출시할 예정입니다. 과연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가 PC 시장에서도 '갤럭시'의 이름값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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