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성 티몬 대표/사진=티몬
장윤성 티몬 대표/사진=티몬

 

'피키캐스트'로 유명한 판교의 스타개발자 장윤성 대표의 티몬이 유통의 굴레를 넘어 테크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장 대표 취임 8개월만에 티몬이 새로운 옷을 입고 대대적인 변화에 돌입한 것이다.  

티몬은 8일 자체코인 발행 계획과 더불어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조직(DAO) 도입 등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올 상반기 중 공개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테라 등 국내 굴지의 블록체인 인프라와의 연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외 자본에 티몬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티몬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있는 신현성 씨는 시가총액만 100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블록체인 플랫폼 테라의 창업자다. 티몬이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빠르게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네이버와 경쟁? 블록체인으로 커머스 패러다임을 바꾼다 

이날 티몬이 공개한 사업전략의 핵심은 유통기업의 틀을 깨고, IT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기반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던 커머스 사업 전반을 손보고, 블록체인을 대대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 브랜드 입점사부터 MD, 이용자 등 티몬 생태계 구성원들 모두, 코인을 통해 이윤을 나누고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동지적 관계가 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티몬이 꿈꾸는 블록체인 생태계는 쉽게 말해 플레이 투 언(P2E)의 이커머스 버전이다. 티몬 브랜드 입점사들의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코인, NFT 등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접목하는 것. 예컨대 특정 브랜드의 리뷰를 쓴 이용자에게만 NFT를 제공하거나, 브랜드 입점사가 티몬에 내재된 커머스 빅데이터를 코인을 주고 구입할 수 있다. 일종의 전문가 DAO를 도입, 티몬의 커머스를 인프라를 블록체인에 올려 상호 연결하면 티몬 소속 MD 역시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이같은 생태계가 실제로 구현될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도 참여 동기가 크다. 빠른 배송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쿠팡-네이버쇼핑과 달리, 충성도 높은 팬 커뮤니티에 머물며 '팬덤 소비'가 가능해지는 것. 동시에 코인 획득으로 합리적 소비도 꾀할 수 있다. 브랜드 입점사 입장에서도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의 저가 경쟁에서 탈피, 좀 더 많은 이윤을 누리며 블록체인에 기록된 팬덤 빅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추후 우수한 제품과 브랜드를 발굴하는 MD들의 DAO도 등장, 이른바 유튜브식 콘텐츠 운영도 가능할 전망이다. 참신한 브랜드가 출혈 경쟁없이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 이같은 구조에선 플랫폼사의 갑질 또한 찾아볼 수 없다. 

티몬 측은 "AWS가 많은 스타트업의 모바일 시장 진출을 도왔듯, 티몬은 커머스 생태계 구성원들의 블록체인 시도를 돕는 탈중앙 지원조직이 될 것"이라며 "자체코인의 발행 계획 및 파트너사의 경우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티몬
사진=티몬

 


1세대 이커머스로 빛난 티몬, 이제 웹 3.0으로 재도약

타임커머스를 앞세워 무려 1200만명에 달하는 커머스 이용자를 확보, 종횡무진 모바일 커머스 시장을 달려온 티몬은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이 등장한 후, 힘을 잃기 시작했다. 전국에 물류센터를 구축, 발 빠른 배송과 무료반품 등의 속도전을 앞세워 온라인 장보기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것. 포털 최강자 네이버 역시 수십년간 쌓아온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세계와 CJ 등 대기업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국내 커머스 시장의 절반을 가져갔다.

이제 뒤에 남은 것은 티몬과 위메프 뿐이다. 브랜드 입점사의 출혈 경쟁, 차별화된 MD의 콘텐츠 큐레이팅 또한 쿠팡-네이버의 물량 공세를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티몬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블록체인 기반의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가치소비다. 같은 제품이라도 무신사, 컬리에서 구입하는 팬덤 소비층을 겨냥한 새로운 트렌드를 놓칠 수 없다는 것. 실제 티몬은 올 들어 콘텐츠 커머스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자체 제작 혹은 아프리카TV 프리콩처럼 전문성을 가진 제작팀과 협업, 브랜드 가치를 갖춘 제품 발굴에 나선 상태다. 커머스 버전의 '인스타그램'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을 넘어서 이용자가 원하는 브랜드, 개인화와 충성도가 가미된 신시장을 열어보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전략을 공식화한 만큼, 더이상 GMV라 불리는 거래액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구독 커머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브랜드 성장을 위해 구독 서비스에서 필요한 정기결제 등 기술적 지원도 뒷받침할 계획이다. 티몬 모바일 앱에는 추후 '브랜드홈'이 생기고 사용자가 팔로잉할 수 있다. 

티몬 직원들도 달라진 회사의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이어지는 회의 뿐만 아니라, 완전 자율출근제를 통한 직원의 동기부여 극대화 역시 장 대표 취임 후 바뀐 근로 체계다. 장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티몬 직원들이 DAO를 통해 블록체인에서 개인의 성과를 얻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티몬의 인프라를 활용, 킬러콘텐츠를 발굴해 수익화가 이뤄지면 그 수혜를 직원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인플루언서의 밸류에이션을 의미하는 GIV로 내부 성장지표도 바꿨다"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웹 3.0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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