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이동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택시 기사 감소로 인해 밤마다 '택시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택시 기사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탄력요금제 도입 등을 통한 경제적 인센티브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리두기' 완화되자 이동수요 폭증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사적모임 인원이 10명까지 늘어나고 영업시간도 자정까지 확대되면서 이동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택시 호출 앱 '카카오 T 택시' 기준으로 살펴 보면 이달 4일부터 17일까지 마지막 거리두기 2주간 택시 호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9%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직후인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33%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 지역의 일평균 호출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6%, 2020년 동기 대비 441% 폭증했다.
이 같은 택시호출 폭증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당시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위드코로나 시행 3주간과 이달 4일부터 3주간 전국 택시 호출량을 비교하면 전국 12%, 서울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드코로나 당시에도 심각한 택시대란 조짐을 보인 바 있어 앞으로 이동수요가 더 증가할 경우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같은 택시 수요는 특히 심야 피크시간대 집중되고 있다. 이달 4일부터 24일까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전국 택시 호출량은 위드코로나 시행 직후보다 34%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시간대 서울 택시 호출량도 28% 이상 늘었다.
택시를 떠난 기사들
이런 수요 폭증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가 길어진 사이 택시 기사 숫자는 도리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 기간보다 심야 피크시간대 전국 법인기사 수는 2.9% 줄었고, 출근 피크 시간대 역시 3.3% 감소했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택시기사 감소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심야 피크 시간대 법인 기사수는 전국적으로 12.1% 감소했다.
결국 최근 심야 시간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은 피크 시간대 택시 기사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택시 기사들이 수입이 좋은 배달 등으로 이탈하면서 이런 공급난을 더 부추기고 있다. 현실적으로 당장 택시 공급량을 증가시키기 어려운 만큼, 기존 기사들에게 택시 심야 운행을 독려할 수 있는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택시 업계 한 관계자는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는데서 오는 체력 소모 등을 감안했을 때 심야 택시 운행은 노동 강도에 비해 수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취객 대상 영업을 기피하는 경향도 높기에 대중교통에 준한 비합리적인 요금체계는 고수익을 찾아 떠나는 택시 기사들이 늘어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 수요-기사 공급 불균형 해소 위해 '당근책' 마련해야
택시 승객들은 야간에 배회하는 택시를 잡기 어러운 상황에 택시호출 앱 등 모빌리티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수요불균형 해소를 위해 카카오 T 블루·블랙·벤티, 프로멤버십 이용 기사에게 '실시간 수요지도'를 제공해 이동자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최근에는 택시 수요 폭증에 대비해 서울 택시기사들에게 '수요 급증에 따른 운행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승차난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플랫폼 역시 택시 공급과 수요를 좌우할 수는 없기에 택시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택시기사의 자발적 운행을 촉진하기 위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업계 요구다. 탄력적인 요금 할증제를 적용하거나 소형 화물 배송 등 부가적인 수익 창출 허용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탄력요금제를 포함해 택시기사의 운행을 독려하고 택시 수급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사회와 정부, 업계 모두 논의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