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씨에서 거래되고 있는 BAYC / 사진=오픈씨
오픈씨에서 거래되고 있는 BAYC / 사진=오픈씨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을 유인원들이 점령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프로필 사진(PFP) NFT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은 PFP NFT의 원조격인 '크립토펑크'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심지어 BAYC 발행사는 크립토펑크 지식재산권(IP)도 인수했다. 해외에서 유인원 NFT가 인기를 끌자 국내서도 고릴라를 이용한 '메타콩즈'가 등장해 큰 성공을 거뒀다. 

업계는 유인원들이 PFP NFT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이유로 PFP NFT 특성을 꼽는다. PFP NFT가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는 만큼 보유자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얼굴이 인간과 비슷한 유인원들이 선택됐다는 것이다.


출시 1년된 원숭이가 NFT가 시장을 점령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BAYC는 가상자산의 급상승으로 부자가 돼버린 원숭이가 세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늪에 들어가 본인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총 1만개의 NFT가 발행됐고, 모자를 쓴 원숭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원숭이 등 각 NFT 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BAYC 소유자는 멤버십, 에어드랍 등 다양한 혜택 역시 받을 수 있다.

NFT 시가총액 순위 / 사진=댑레이더
NFT 시가총액 순위 / 사진=댑레이더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BAYC는 NFT 콜렉션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BAYC의 시가총액은 약 33억달러(약 4조1794억원)다. 시가총액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크립토펑크의 시가총액보다 2배 가까이 큰 수치다. 

아울러 BAYC가 흥행하자 돌연변이 원숭이 요트 클럽(MAYC)이라는 파생 NFT가 발행됐다. 지난 3월에는 BAYC 개발사 유가랩스가 라바랩스로부터 크립토펑크 IP를 인수했다. 출시한지 1년도 되지 않아 크립토펑크를 제치고 IP까지 인수해버린 것이다. 


국내 NFT 시장도 주인공은 유인원

국내 NFT 시장 주인공도 유인원이다. 고릴라를 기반으로 한 PFP NFT '메타콩즈'는 3차에 걸쳐 1만개의 NFT를 수초만에 완판시키면서 국내 NFT 거래 역대 기록을 모두 갱신할 정도의 성과를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메타콩즈는 해외 프로젝트 사이버콩즈에 영감을 받아 이강민 메타콩즈 대표와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가 협업해 발행한 NFT다.

/사진=메타콩즈
/사진=메타콩즈

메타콩즈 역시 BYAC처럼 자체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서커스장에 있는 지루해하고 있던 고릴라들이 파라다이스에 가기 위해 하수구에 들어가 엔진을 개발하려는 이야기다.

다른 PFP NFT들과 마찬가지로 고릴라들이 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고, 메타콩즈 NFT 보유시 멤버십 혜택을 받는다. 더불어 NFT 발행 흥행에 성공한 메타콩즈는 MAYC처럼 돌연변이 컨셉으로 '지릴라'를 출시해 판매 흥행에 성공했다.


PFP NFT는 아이덴티티...얼굴이 필요해

업계는 유인원이 해외는 물론 국내 NFT 시장까지 점령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인간과 닮았다는 점과 더불어 PFP NFT의 특성을 꼽는다. PFP NFT는 말 그대로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는 NFT를 의미한다. 크립토 세계, 블록체인 세계에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것.

BAYC나 메타콩즈보다 훨씬 먼저 나온 PFP NFT   역시 단순한 픽셀로 구성된 NFT지만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선 소위 '플렉스(flex)'를 의미했다. 픽셀 아트가 수십만달러, 심지어 수백만달러까지 치솟아도 거래가 이뤄졌던 이유다. 

즉 PFP NFT가 보유자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기 위해선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형태를 가져야했고 이에 유인원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완전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면서도 또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점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된다는 것.

다양한 동물을 기반으로 한 PFP NFT가 있지만 유인원을 기반으로 한 것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서 재미도 있고, 또 유인원의 얼굴이 인간과 닮은 점이 있기 때문에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FP NFT 성공사례로 원숭이가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변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니까 얼굴이 있는 형태여야 했을 것"이라며 "사람이나 유명인을 PFP NFT로 만들면 너무 현실적이고 뻔하기 때문에 동물중에서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이 선택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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