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성적표가 눈에 띈다. CJ ENM은 콘텐츠 투자 비용이 증가한 반면,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높아진 협상력으로 다수 판권판매에 성공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급변하는 방송 채널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스튜디오드래곤을 필두로 콘텐츠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CJ ENM은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CJ ENM은 지금 '투자 중'
4일 CJ ENM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2%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1925억원으로 31.3% 늘었다.
CJ ENM의 매출 증가 폭과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난 곳은 미디어 부문이다. '우리들의 블루스', '환혼', '유미의 세포들 시즌2' 등 제작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TV 광고와 디지털 부문 등 채널이 성장했지만, 동시에 콘텐츠 투자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부진했다. 미디어 부문 매출은 72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TV광고 채널 성장은 5.9% 증가에 그쳐 수익성 악화가 지적되고 있다.
CJ ENM은 콘텐츠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도 지속 집행하고 있다. 약 1조원의 거금을 들여 사들인 미국 헐리우드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제작 지연이 이뤄지면서 당장의 매출 기여가 크지 않다. 박천규 CJ EN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엔테버 콘텐트의 2분기 매출액은 2246억원, 영업손실은 6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1분기 대비 영업적자를 116억 줄이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J ENM의 동영상 플랫폼(OTT) 티빙 또한 당장의 이익보다는 투자가 우선시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티빙은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채널의 성장을 위해 콘텐츠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CJ ENM은 올해 콘텐츠 예산의 23%(2000억원)를 티빙에 투입한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용이다. CJ ENM은 올해 1000억원을 KT스튜디오지니에 투자하여 9.1%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 채널 확대를 위한 투자도 이어오고 있다.
변화하는 채널 환경,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겐 '호재'
변화하는 채널 환경에 맞춰 지속적인 투자로 체질개선에 나서야하는 CJ ENM이지만,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상황은 다르다. 방송 채널 다변화는 제작사에게 도리어 콘텐츠 협상력을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5% 성장한 15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5.7% 상승한 270억원을 달성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하반기에도 국내외 유통 채널 및 방영 편수 확대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총 23편의 콘텐츠가 공개될 예정이다. 협력 플랫폼 역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쿠팡플레이, 애플TV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OTT 오리지널 공급 확대 및 신·구작 매출원 다각화를 통해 역대 최대 판매 매출을 기록했다. 판매 매출은 10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8% 증가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한 666억원으로, 판매 매출의 64%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살인자의 쇼핑목록', '별똥별', '링크', '이브', '괴이', '유미의 세포들 시즌2' 등 13편의 콘텐츠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에 판매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이 CJ ENM을 앞지른 것은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이날 종가 기준 CJ ENM의 시총은 2조2192억원, 스튜디오드래곤은 2조3051억원이다. 모회사를 1000억원 가량 앞지르고 있는 것. 두 회사의 시가총액 순위가 뒤집힌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CJ ENM "수익성 제고에 집중"
CJ ENM이 2분기에는 부진했지만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콘텐츠 투자가 시장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인수합병(M&A) 성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부진한 주가 흐름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것. 단적으로,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와 함께 13~15개 콘텐츠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엔데버 콘텐트가 1분기 동안 매출 성장을 두배로 이끌어온만큼, 제작 지연 변수가 해소된다면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게 CJ ENM 측 설명이다.
더불어 티빙 또한 '규모의 경제' 실현에 성큼 다가섰다. 티빙은 KT '시즌'과 합병을 통해 국내 1위 유료가입자 지위를 공고히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올해 400만 유료가입자 확보가 목표이고,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티빙은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에 네이버와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과도 손을 잡았다. 글로벌 1억명의 구독자를 목표로하는 OTT '파라마운트+' 또한 티빙 앱안에 론칭하는 성과도 거뒀다.
CJ ENM 관계자는 "상반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으며 음악 사업 역시 일본을 중심으로 아티스트 해외 사업을 강화했다"며 "하반기에는 독보적인 콘텐츠 경쟁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기반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