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규모 M&A에 1조 가량 투입...실적 열어보니 1Q 영업손실
콘텐츠 시장 수익성 악화+성장주 조정국면 본격화

 

CJ그룹 중기비전선포식에 등장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CJ그룹 유튜브
CJ그룹 중기비전선포식에 등장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CJ그룹 유튜브

 

CJ ENM이 약 1조원을 들여 사들인 미국 할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트'가 오히려 CJ ENM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 말 그대로 '오버페이 인수합병(M&A)'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성장주 조정국면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기업가치가 붕괴하는 등 콘텐츠 시장 성장 기대감까지 낮아진 탓에, M&A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조 들여 산 美 엔데버 콘텐트...뚜껑 열어보니 '빈수레'?

박천규 CJ EN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 2022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엔데버 콘텐트의 1분기 매출은 1171억원이었지만 1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엔데버 콘텐트의 별도 실적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J ENM은 올해 1월 엔데버그룹홀딩스 산하의 제작 스튜디오인 엔데버 콘텐트 인수를 마무리했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의 경영권을 포함, 지분 약 80%를 7억8538만 달러(한화 약 9300억원)를 지불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8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원)로 추정됐다. 지난해말 기준, CJ ENM의 현금성자산은 1.3조원 가량이다.  

창사 이래 최대 '빅딜'에 관심이 쏟아졌지만, 시장의 궁금증도 함께 커졌다. 인수 효과를 판단할 만한 정보들이 공개되지 않은 탓이다. 매출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또 흑자를 내는 회사인지 적자를 내는 회사인지 등 세부적인 정보들이 '깜깜이'였다. 당시 CJ ENM은 매출규모를 4조원으로 소개했는데, 이는 스튜디오 별도 매출이 아닌, 엔데버 그룹의 전체 매출이었다.  

실제 엔데버그룹홀딩스의 기업설명(IR) 홈페이지에 공개된 실적 보고서에 다르면, 엔더버 그룹은 지난해 4억6750만 달러(약 6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0년 6억2530만 달러(약 8000억원)에 비하면 손실폭을 줄였지만, 매출 상승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매출은 2021년 51억 달러(6조5774억원), 2020년 약 35억 달러(약 4조5139억원)를 기록했다. 꾸준한 제작비 단가 인상 탓에 시장 활황기에도 좀처럼 적자를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사진=스튜디오드래곤 제공
/사진=스튜디오드래곤 제공

 

이때문에 시장에선 CJ ENM이 글로벌 진출에 급급해 무리한 M&A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CJ ENM과 타깃으로 설정한 월트디즈니의 역시도, 최근 1년새 주가가 50% 이상 빠진 상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 이슈에서 벗어났는데도 시가총액이 2조원 초반대까지 밀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콘텐츠 산업의 수익성 둔화 요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제작사 인수가 오히려 독이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단기적인 영향일 뿐"...자신감 내비친 CJ ENM

이같은 엔데버 콘텐트 실적 부진에 관해 CJ ENM 측은 "엔데버 콘텐트의 작품은 출시 기준이 아닌 플랫폼 공급 기준으로 매출에 인식을 하는데, 1분기에는 제작 지연이 있어 1편의 작품만이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특히 "단기적인 영향으로 제작 무산이 아닌 연기인 만큼 향후 실적 개선에 반영될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익 전환에 대한 부분에 있어선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CJ ENM은 올해 엔데버 콘텐트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 등 13~15편의 지식재산권(IP) 제작을 계획 중이다. 더 나아가 최근 설립한 '스튜디오스', 스튜디오드래곤과 멀티 스튜디오를 구축, 국내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처럼 장르별로 특화된 다수의 스튜디오들을 산하에 두면서 콘텐츠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을 택한 것. 엔데버 콘텐트는 CJ ENM의 미국 진출 기지가 활용될 공산이 크다. 엔데버 콘텐트는 세계 19개 국가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폭넓은 네트워크와 유통망까지 갖추고 있다는 게 CJ ENM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쩐의 전쟁'이 잇따르는 콘텐츠 업계에선 과감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아마존의 MGM 인수, 완다그룹의 레전더리픽쳐스 인수 사례 등과 비교하면 빅딜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이때문에 단기적인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 보단, 장기적인 방향성에 주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할리우드는 5대 메이저 스튜디오(파라마운트 픽쳐스, 워너브라더스, 월트디즈니컴퍼니, 유니버셜 스튜디오, 컬럼비아 픽쳐스)가 꽉 잡고 있어, 그 외 스튜디오는 비주류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면서 "(이들에 비하면) 엔데버 콘텐트는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고 제작비 규모도 작다. CJ ENM은 마니아층을 양산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공략, 일종의 '타깃 전략'으로 현지를 공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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