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애나' 넷마블 '리나'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온마인드 '수아'에 펄스나인의 가상아이돌 '이터니티'까지...
패션잡지부터 CF모델까지 섭렵한 가상인간
게임업계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

크래프톤의 애나/ 사진=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의 애나/ 사진=크래프톤 제공

바야흐로 가상의 시대다. 코인,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가상자산 붐이 일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가상공간 메타버스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상, 가상인간이 뜨고 있다.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사이버 가수 '아담'의 뒤를 잇는 다양한 가상인간들이 나오고 있는 것. 그간 서브컬쳐로 치부됐던 가상인간에 주요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주류 문화-주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서브컬처에 정통한 게임업계가 가상인간 사업에 진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게임을 그저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의 속을 들여다보면,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콘텐츠다. 3D 모션캡처 기능부터 사실적인 그래픽 구현, 대규모 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는 서버 기술까지...IT업계에서 게임은 그야말로 최첨단 문화예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들이 집약돼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가상인간'이다. 

크래프톤이 선보인 가상인간 '애나' /사진=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이 선보인 가상인간 '애나' /사진=크래프톤 제공

특수능력까지 보유한 '크래프톤'의 '애나'

'배틀그라운드'로 전세계 게임업계를 뒤흔든 크래프톤은 최근 가상인간 '애나'를 공개했다. 언리얼 엔진5로 만들어진 애나는 동서양의 미(美)를 동시에 가졌다. 또 피부는 물론 주근깨, 솜털까지 구현해 실제 인간과 매우 흡사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애나는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달하는 '긍정 에너지 전도사'다. 게임과 노래, 춤, 패션을 좋아하고 동물과 환경 보호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Z세대 인플루언서 콘셉트다.

게임사가 만든 가상인간답게 특수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애나는 손가락에 낀 초록색 크리스탈 반지를 이용해 다양한 현실 세계를 순간 이동하고 세상과 새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 또 애나에게는 '피즈(FIZZ)'라는 글씨가 적힌 핑크색 비눗방울 총을 쏘며 주위 사람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특별한 능력도 있다.

넷마블의 리아 /사진=리아 인스타그램
넷마블의 리아 /사진=리아 인스타그램

 


패션잡지 모델로 활동중인 '넷마블'의 '리나'

넷마블의 가상인간 '리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할 정도로 인간과 닮았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플에프앤씨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월 공개한 리나는 성격과 재능, 다양한 내러티브를 가진 복합적인 인격체를 지향한다.

넷마블의 '리아' /사진=리아 인스타그램
넷마블의 '리아' /사진=리아 인스타그램

서핑, 롱보드, 디제잉, 볼링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리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내뿜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SNS 채널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만명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도 체결하고 패션잡지 화보도 모델로도 발탁됐다. 이후엔 넷마블 신작 PC게임 '오버프라임'에 캐릭터로도 등장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똑단발'이 매력인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2002년생, 새하얀 피부에 '똑' 떨어지는 단발이 특징인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이다. 지구가 즐겁고 매일매일이 새로운 인공지능(AI) 소녀로 엉뚱 발랄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청초하면서 신비로운 외모로 차별화 된 매력을 갖고 있다. 한유아는 지난 2017년 스마일게이트의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온유'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게임 캐릭터 같던 얼굴은 이제 완전히 사람의 모습을 변해 사람들을 이목을 끌고 있다.

옥수수수염차 광고모델로 선정된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사진=유튜브 캡쳐
옥수수수염차 광고모델로 선정된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사진=유튜브 캡쳐

벌써 등장한지 5년이나 지난만큼, 다른 가상인간들보다 활동 폭이 넓다. 지난 2월 글로벌 매니지먼트 YG 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으며, ‘YuA’(유아)라는 이름으로 첫 음원 'I Like That'을 공개하며 가수로도 데뷔했다. 특히 I Like That 뮤직비디오는 8월 둘째주 기준 709만회를 넘겼다.

심지어 지난 4월에는 김태희, 전지현, 조보아, 선미에 이어 광동 옥수수수염차 모델로 발탁됐다. 옥수수염차 광고 영상도 조회수 105만을 기록했다. 현실에 있을법 하면서 몽환적인 외형을 가진 가상인간이 진짜 사람을 홀리고 있는 것이다.

온마인드 수아 /사진=수아 인스타그램
온마인드 수아 /사진=수아 인스타그램

 


컬러렌즈 '오트르' 모델로 나선 '온마인드'의 '수아'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도 자회사 온마인드의 '수아'를 통해 가상인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아는 서울과 가상의 도시 루오에스를 오가며 살고 있다는 콘셉트다. 루오에스에서는 뛰어난 엔지니어, 서울에서는 메타테이너인 것. 가수를 꿈꾸는 수아는 패션에 민감하 고 핫플을 즐기는 트렌디 한 냉미녀 같다가도 가끔 엉뚱함이 폭발하며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음식을 챙겨 먹으며 건 강한 삶을 추구하는 가상인간이다.

온마인드의 수아 /사진=수아 인스타그램
온마인드의 수아 /사진=수아 인스타그램

수아의 활동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수아는 여성 패션 크로스보더 플랫폼 '니코'를 운영하는 아보카도와 협업해 컬러렌즈 브랜드 '오트르'를 론칭한 바 있다. 또 던킨도너츠, 라네즈 등과 인스타그램 협업을 진행하며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골프 브랜드 '왁'도 브랜드 홍보대사로 수아를 발탁했다.


이젠 가상 아이돌 시대...생방송에도 등장한 '펄스나인'의 '이터니티'

가상인간을 넘어 가상 아이돌도 등장했다. 펄스나인이 선보인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가 그 주인공이다. 이터니티는 지난해 3월 '아임리얼(I’m real)'로 정식 데뷔했고, 지난해 8월 '노필터(No filter)'를 선보였다. 지난 4월 말 3번째 싱글 '파라다이스(Paradise)'도 발표했다. 특히 파라다이스 뮤직비디오는 펄스나인 공식 유튜브에서 조회수 440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펄스나인 유튜브 이터니티 콘텐츠 조회수는 1700만회를 넘어섰다.

펄스나인의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 /사진=펄스나인 제공
펄스나인의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 /사진=펄스나인 제공

게다가 '이터니티' 멤버 제인은 최근 보이는라디오 생방송, YTN 뉴스라이더 생방송에도 출연하며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초당 30프레임으로 실시간 페이스 스왑(Face swap)해 실제 사람 진행자와 함께 방송을 해도 손색없을 만큼 다양한 표정 변화를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표현한 펄스나인의 '딥리얼 Live' 기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말에는 이터니티 11명 완전체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미 수많은 가상인간들이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지, 여리지, 이솔, 와이티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가상인간을 쏟아내는 이유는 뭘까?

YTN 생방송에 출연한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의 '제인' /사진=펄스나인 제공
YTN 생방송에 출연한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의 '제인' /사진=펄스나인 제공

역시 일단 '돈'이다. 가상인간은 지치지 않고, 나이들지 않고, 사고도 치지 않는다. 혹시라도 터질 '열애설'이나 '학폭' 걱정도 없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느 시간에나 존재할 수 있다. 또 잘 만든 가상인간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가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인간보다 '리스크'도 없고 '가성비'가 좋은 셈이다.  

아울러 팬데믹 등 다양한 요인으로 소비자가 온라인·버추얼에 익숙해지면서 가상인간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점도 가상인간 열풍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성격과 외형을 다진 가상인간이 지금도 개발되고 있다. 언젠가 가상인간 '덕질'이 표준인 세상이 올수도 있지 않을까?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