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IN 메타버스#
3화. 덕질의 미래, 버츄얼 뮤지션

/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앞으로 메타버스 공연장에서 팝스타나 아이돌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아티스트의 모습을 본 뜬 아바타가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어차피 가상 공간 내에서의 공연인데, 반드시 현실 세계의 아티스트가 필요할까?

최근 광고계를 접수한 '버츄얼 휴먼'이 공연을 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스친다. 이런 상상은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음악 제작을 위한 음성 합성 엔진 보컬로이드를 통해 다양한 '보컬로이드 가수'가 등장했다. 이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이미 팬도 상당하고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도 크다.

실제로 버츄얼 휴먼의 공연도 곧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여러 기업들이 만든 버츄얼 휴먼들이 앨범과 뮤직 비디오를 내며 현실 세계 가수들에게 도전장을 내고 있다. 조만간  메타버스 공연도 준비중이다.


101명중 11명 추렸다...가상 아이돌 이터니티

국내 AI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이 만든 11인조 버츄얼 걸그룹 '이터니티'는 고해상도 안면 생성기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펄스나인은 가상인물 남녀 각각 101명씩을 생성하고 마음에 드는 얼굴을 선택하는 'AI심쿵챌린지'를 통해 최종 멤버를 선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이터니티는 지난해 3월 여름 멤버 수진, 혜진, 서아, 민지가 '아임 리얼(I'm Real)'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정식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 멤버 정다인 / 사진=펄스나인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 멤버 정다인 / 사진=펄스나인

지난해 4월에는 이터니티 멤버 다인이 디지털 싱글 '노 필터(No Filter)'를 선보였다. 이달에는 또 다른 멤버가 새로운 음원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올 연말 메타버스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이터니티 11명의 멤버는 프로듀서, 그래픽 아티스트, 개그, 안무가, 춤 등 각자 고유의 활동영역을 갖고 있다. 현실 아이돌과 같은 다양한 콘셉트로 현재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팬클럽 이름은 '이터널'이다. 메타버스 시대 새로운 뮤지션의 등장, 그리고 새로운 팬덤의 탄생이다.


게임 캐릭터가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한다

PC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에서 축적한 노하우로 디지털 휴먼 분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는 지난달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제작 중인 데뷔곡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의 뮤직 비디오 티저를 공개했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의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 온 유'의 히로인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버츄얼 휴먼으로 재탄생해 음반까지 낸 것이다.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방송, 유튜브, 공연,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이언트스텝이 함께 제작하는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의 데뷔곡 'I Like That'의 뮤직 비디오 티저를 공개했다. /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는 자이언트스텝이 함께 제작하는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의 데뷔곡 'I Like That'의 뮤직 비디오 티저를 공개했다. /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넷마블은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 글로벌 무대에 내놓을  버츄얼 아이돌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버츄얼 휴먼 '리나'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연예 기획사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도 체결했다.

이밖에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 역시 버츄얼 휴먼을 개발중으로, 게임 캐릭터, e스포츠, 버츄얼 인플루언서 그리고 가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제는 게임 속 캐릭터가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 세상에 직접 나와 가수가 되고 연예계 활동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열애설' 없는 버츄얼 휴먼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세계 가상인간 마케팅 시장은 2019년 9조원에서 오는 2022년 17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

넷마블은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디지털 휴먼 '리나(RINA)'가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은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디지털 휴먼 '리나(RINA)'가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넷마블 제공

버츄얼 휴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인간에 비해 스캔들이나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릴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이 기획사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버츄얼 휴먼의 콘셉트도 타깃층의 취향에 맞게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도 향후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제는 여러 아이돌 중 이상형을 '찾는' 대신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오직 팬만 바라보는 영원불멸한 우상의 탄생 앞에 우리의 '덕질'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