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때아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의 공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이목이 쏠린다. 채용비리 등으로 국민적 뭇매를 맞았지만, 서울시라는 '동아줄'을 잡은 만큼, 상생 키워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내걸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신한은행이 서울시의 '박원순표 제로페이'를 지우기 위한 장기말로 쓰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모바일 빅데이터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의 월간순이용자(MAU)는 38만명으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48만명)'에도 못미치는 성과를 냈다. 사실상 시장에서 밀려난 위메프오(18만명)을 넘었지만, 배달 플랫폼 3강으로 불리는 배달의민족(2020만명)-요기요(760만명)-쿠팡이츠(420만명)와는 비교 불가다.
사실 플랫폼 기업도 아닌 은행이 내놓은 음식배달 앱에 시장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인터넷 플랫폼이 아닌 금융사가 직접 '레드오션'인 배달앱을 내놓은 이유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한류스타 '싸이'를 내건 매스미디어 광고를 비롯, 부진한 이용자 추이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거액의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례적으로 '상생'을 키워드로 내걸며, 공공 배달앱에 준하는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를 잡겠다는 각오보다, 오히려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돕겠다는 것이 신한은행 측의 의지다. 실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직접 챙기며 앱 구축에만 14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타깃은 서울시 광진구 지역이다.
이에 대해 금융가에선 신한은행이 지자체 사업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상생 사업을 홍보수단 내지는 지자체 사업의 명분으로 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땡겨요는 7~10% 할인 효과가 있는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음식값을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올 3월 서울시 공공배달 지원사업 '제로배달유니온'에 가입하면서 서울사랑상품권 결제가 가능해진 덕이다. 특히 제로페이(서울사랑상품권)와 제로배달 등 서울시가 추진해온 주요 사업들 상당수 역시 신한금융그룹(신한)으로 집중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서울시와 인천시 금고지기로 선정된 상태다. 지난 2018년부터 신한은행이 1금고 운영권을 따낸 데 이어 올 4월부터 제1금고와 함께 우리은행이 관리해오던 2금고까지 운영권을 따낸 것이다. 서울시 금고 규모는 무려 48조원에 이른다.
다만 이에 앞서 대규모 채용비리가 불거지며 윤승욱 부행장과 인사부장 등 핵심 관계자가 1, 2심 모두 유죄(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뭇매를 맞은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당시 인사부 직원 3명도 벌금형을 받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으나, 금융권 채용 이슈는 전방위로 확대됐다.
이때문에 신한은행의 시금고 지원 자격을 박탈하자는 지적도 경쟁사들 사이에서 일었으나, 여론의 무관심 덕에 신한은행은 빠르게 지자체 사업을 늘리는 양상이다. 추후 서울시 지자체 사업을 필두로 향후 다양한 공공 금융플랫폼 사업에 신한은행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가의 한 관계자는 "비리와 시금고 운영 능력은 무관하다는 말이 힘을 얻은 것은 여론의 무관심 덕"이라며 "서울시 추진 공공사업에 대해 신한금융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