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역할이 있는데...굳이 배달 앱까지 진출?

#예대금리차 높은 신한은행, 고리대금으로 쿠폰 뿌린다?

#영역 침범 대신 금융기관 고유의 역량 고도화에 집중해야


최근 신한은행의 배달 앱 '땡겨요'가 화제다. 싸이를 광고 모델로 앞세우며 배달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특히 '연쇄할인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할인쿠폰을 뿌리고 있어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한은행의 행보가 못내 불편하기도 하다. 은산분리 원칙으로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은 제한돼 있는데, 은행은 자유롭게 유통업에 발을 뻗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상 '은행업'의 목적은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고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을 높이며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돼 있다. 은행법은 은행의 건전한 자금중개 기능으로 역할을 제한하고 있으며, 은행을 금융기관으로 부르는 이유도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예금을 경제발전의 마중물로 사용하는 공공성이 있기 떄문이다.

신한은행의 배달 앱 '땡겨요' 광고 /사진=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의 배달 앱 '땡겨요' 광고 /사진=신한은행 제공

고금리 장사로 번 돈, 쿠폰으로 뿌리는 땡겨요

게다가 은행들은 최근 고금리 기조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7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다. 특히 신한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62%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크다.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해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사회재투자·소외층 금리인하·사회공헌 등에 이익을 환원하기 보다는 플랫폼 사업으로 진출해 추가 수익을 올리겠다고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금융지주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진옥동 행장이 배당을 크게 늘리는 등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땡겨요는 지역상품권 활용 시 7% 할인 등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 마케팅 비용은 어디서 왔을까? 높은 예대금리차를 활용한 이자 수익에서 나왔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결국 고금리 장사로 서민들의 고혈을 짜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 이 역시 결국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대출 영업 불 보듯 뻔해...영역 침범 대신 고유의 역량 가다듬길

신한은행은 '착한 배달 앱' 등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이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대출 확대일 수밖에 없다. 입점 업체에 대한 전방위 대출 영업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을 사실상 대출 영업 창구로 인식했다고 하면 과장일까?

신규 사업에 보수적인 금융산업의 성격을 고려하면 신한은행의 이런 공세적 움직임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부도 사실상 신한은행 행보에 눈을 감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신한은행의 이런 활동은 여러 스타트업들이 피땀 흘려 개척한 영토를 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핀테크·로보어드바이저·블록체인 등 혁신 금융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눈을 감고 있더니, 이제와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곱게만 바라봐야 할까.

우리나라엔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세계적 제조·IT 서비스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유독 금융업만은 세계적 기업이 없다. 다른 영역을 침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금융업 고유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기술을 고도화해 스스로 세계적 경쟁력 갖추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허준 기자 joo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