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과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왼쪽)가 26일 부산시청에서 '부산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및 디지털 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과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왼쪽)가 26일 부산시청에서 '부산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및 디지털 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부산시

 

부산광역시가 디지털자산(코인) 육성을 위해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에선 불법인 해외 '코인 선물 거래소'들과 이례적으로 손을 잡고, 부산시를 동북아의 코인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국내업계에선 국내 코인 자본의 유출 우려와 더불어, 자칫 조세회피 등 세금 탈루의 근원지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30일 부산시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 '부산 블록체인 산업 발전 및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FTX는 내년 예정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에 동참하고, 부산시에 한국 지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협약으로 부산시와 FTX는 부산을 글로벌 디지털 금융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블록체인 분야의 다양한 사업과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FTX는 지난 2019년 설립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로, 최근 국내 거래소 빗썸 인수설이 제기된 곳이기도 하다. 전직 월가 퀀트 트레이더 샘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했고,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지분 7.6%를 취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내에선 허용되지 않는, 코인 선물 및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올 1월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2와 타이거 글로벌부터 4억달러 펀딩도 받았는데, 당시 몸값을 32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업계에선 FTX가 부산을 교두보로 삼아,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부산시가 해외 거래소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광역시는 지난 26일, 전격적으로 바이낸스와의 파트너십을 공식화하고 시가 추진하는 거래소 설립에 바이낸스의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와 바이낸스는 부산 지역 대학들과 연계한 블록체인 특화 교육을 개설하고, 바이낸스는 아카데미 온라인 콘텐츠와 바이낸스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특히 바이낸스는 연내 바이낸스 한국 사무국을 부산에 설립하겠다는 공격적인 포부까지 내놨다.  

부산시의 이같은 해외 거래소 유치 전략은 결국 막대한 코인 자본을 국내에 유치하는 한편, 고용창출 등의 간접 효과를 얻어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위스 주크, 조세회피처로 불리는 바하마 등이 누리는 경제효과를 부산시도 얻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업계에선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규제 흐름과도 엇박자가 나는 데다, 자칫 국내 자본 유출 및 정부 콘트롤 부재로 인한 제2의 루나 사태 등이 우려되는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를 상당수 유출한 상황에서, 국내 코인 자본의 유출 가능성도 큰 바이낸스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과세 문제와 데이터 보호 등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낸스를 구글과 준하는 해외기업으로 봐야하는데, 지자체가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또다른 거래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서버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커,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시 우리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 등을 반드시 명문화해야할 것"이라며 "특히 조세회피처를 통해 각국 주요 기업들의 세금 탈루용으로 코인 거래소가 활용되고 있어, 자칫 부산시에도 이같은 여파가 닥칠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아직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규제가 등장하기 전인 데다, 우리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어 과도한 우려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이미 미국과 우리 규제 당국이 국내 거래소의 거래 현황을 지켜보고 있는데다, 결국 은행을 통해 콘트롤이 가능해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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