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200만원대를 돌파하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100만원=심리적 저항선'이란 공식이 있었지만, 사양이 계속 높아진 데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까지 만나면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디까지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소비자들 손에 닿지 않는 가격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Z 폴드4' 가격은 저장용량 256GB 모델이 199만8700원으로 200만원대 코앞으로 책정됐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전 세대 제품에서 동결한 덕에 간신히 100만원대에 턱걸이를 한 수치다.

하지만 저장용량을 키우려면 200만원대를 훌쩍 넘어간다. 갤럭시 Z 폴드4의 512GB 모델은 211만9700원, 삼성닷컴 단독으로 판매되고 있는 1TB 모델은 236만1700원에 달한다. 제품 출시 이후 여러 외신에서는 갤럭시 Z 폴드4의 완성도와 멀티태스킹 성능 등에 대해 호평을 보내면서도, 너무 높은 가격을 일제히 단점으로 꼽았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The Verge)는 갤럭시 Z 폴드4 리뷰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대체할 수 있는 놀라운 혁신이지만, 그렇다 해도 엄청난 가격"이라며 "휴대폰에 1800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씨넷(CNET) 역시 "갤럭시 Z 폴드4는 너무 비싸다는 게 포인트"라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전했다. 다만 "Z 폴드4는 진정한 라이벌이 없는 계층의 꼭대기에 있다"며 "벤츠와 BMW 사이에 놓인 페라리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갤럭시 Z 폴드4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독점성을 가진 최상위 제품인 만큼, 가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다.


폴더블폰, 왜 비싼가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을 스마트폰 시장의 틈새 제품에서 주류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고, 올해 4세대 '갤럭시 Z' 시리즈를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가격대인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대신, 비교적 저렴한 100만원대 갤럭시 Z 플립 시리즈를 통해 폴더블폰 시장의 외형부터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갤럭시 Z 플립4 /사진=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Z 플립4 /사진=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Z 플립 시리즈는 세련된 디자인과 휴대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엄밀히 봤을 때 기존 바(bar)형 스마트폰을 단순히 가로로 접은 형태의 과도기적 제품이다. 삼성이 폴더블폰에 집중하는 건 접히지 않는 스마트폰을 구식으로 보일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결국 폴더블폰이 기존 스마트폰 시장을 전복시킬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려면 태블릿급의 대화면이나 차별화된 멀티태스킹 기능 등을 제공하는 갤럭시 Z 폴드급의 혁신 제품이 필요하다.

삼성이 진정한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선 이런 혁신 제품의 가격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까지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아직 폴더블폰의 핵심 부품들은 소량 생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여전히 고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대량생산이 필요하지만, 아직 고가인 탓에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는 '닭과 달걀' 문제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아이폰은 비싸도 잘 팔린다?

애플은 조용히 폴더블폰 관련 특허들을 확보하며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입장에선 아직 급할 것이 없다. 지난해 많이 팔린 스마트폰 10개 중 7개는 애플 제품이었고, 유일한 보급형인 'SE' 시리즈를 제외하면 모두 100만원대의 고가 제품이다. 기술적 완성도와 공급망이 완벽히 갖춰진 상태에서 진입해도 늦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애플은 지금도 고가의 아이폰을 팔아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나온 아이폰 중 가장 고가인 '아이폰13 프로 맥스 1TB' 제품은 한국 기준으로 217만원에 달한다. 내달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아이폰14 프로 맥스' 제품은 100달러의 가격 상승이 전망되고 있어, 치솟은 환율 영향까지 더해 220만~230만원대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폰14 프로' 예상 렌더링 /사진=존 프로서
'아이폰14 프로' 예상 렌더링 /사진=존 프로서

그럼에도 애플은 올해 아이폰14 프로 맥스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리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차세대 아이폰은 가장 저렴한 '미니' 모델은 아예 없애버렸고, 새로운 프로세서와 디자인도 모두 '프로' 라인업에만 몰아줘 '급나누기'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성도 높은 애플 소비자들이 고가 모델에 쏠리면,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 영향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의 수성이냐, 삼성의 뒤집기냐

애플은 가격 전가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애플은 38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를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제조사를 옮기기 쉬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달리, 아이폰은 애플의 독자적인 운영체제(OS)인 'iOS'를 기반으로 폐쇄적인 락인효과를 적용해 견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가 되면, 다소 비싸더라도 다시 아이폰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잡은 물고기는 웬만해선 놔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폴더블폰의 대중화 시점으로 애플의 시장 진입을 꼽는 전문가들도 다수다. 고가의 폴더블폰도 애플이 팔면 팔린다는 것. 삼성 입장에선 자신들이 연 폴더블폰 시장을 애플에 통째로 넘겨주지 않기 위해 선점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도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고 알려질 만큼 이번 가격 동결은 최대한 쥐어짠 결과물이다.

올해 삼성과 애플의 초고가 플래그십 제품의 성적표는 그래서 중요하다.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도 애플은 스마트폰 가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을지, 삼성이 힘겹게 가격을 동결한 폴더블폰으로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향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표가 될 전망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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