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플랫폼 업계에서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이 나서면서다. 이들은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의 다양한 기술과 인프라를 중소상공인(SME)에게 제공한다. SME는 플랫폼의 지원을 거름으로 삼아 작은 성공들을 꽃 피우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상생 행보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플랫폼 기업들의 상생 모델이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플랫폼의 새로운 '성공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 비결인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중소상공인(SME)이 다시 플랫폼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선순환'이 지속가능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네이버가 피운 상생의 '꽃'...나비효과로 퍼져

플랫폼 업계에 상생 모델을 가장 먼저 제시하고 꾸준히 발전시켜 온 대표기업 중 하나가 네이버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프로젝트 꽃'이 대표적이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길에도 피어나는 꽃들이 있듯, SME 또한 저마다의 위치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런 '꽃'들을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지원하고 키워주자는 것이 골자였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부터 6년째 프로젝트 꽃을 통해 판매자와 창작자를 지원하고 있다. 프로젝트 꽃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사업 성장과 연결되는 유기적인 모델이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판매자 플랫폼), 데이터 분석, 라이브커머스 툴 등 기술 지원을 비롯해 빠른 정산, 사업자 대출과 같은 자금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프로젝트 꽃' /사진= 네이버
네이버 '프로젝트 꽃' /사진= 네이버

프로젝트 꽃 시작 당시 네이버는 매년 1만명의 온라인 창업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현재는 목표치를 크게 상회한 51만명의 온라인 창업을 이끌었다. 프로젝트 꽃의 마중물이 되고 있는 '분수펀드'는 지난해 기준 4년간 3700억원의 규모를 넘어섰고, 올해 기준 누적 4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분수펀드를 활용해 소상공인 교육 및 컨설팅 지원, 사업 단계별 마케팅 포인트 지원 등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표 상생 플랫폼'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온라인 판로와 비즈니스 확대를 견인하는 '동네시장 장보기'가 좋은 사례다. 네이버는 시장 상인들에게 무료로 플랫폼을 제공하며, 운영과 배달은 스타트업 및 지역 배송업체와 협력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었다. 이 밖에도 창업 이후 생존률을 높이는 집중 프로그램 '스타트올인원', 전문 비즈니스 교육 플랫폼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 등을 내놓으며 상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새롭게 선임된 최수연 대표 또한 "프로젝트 꽃을 네이버의 일하는 문화로 만들어 직원들이 더 자부심을 갖고 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생을 위한 네이버의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통시장 본인의 브랜드를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하는 방향이 골자다. 최 대표는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플랫폼 리터러시(활용능력) 강화 방안, 부산, 광주 등 네이버 스퀘어 로컬 거점들의 확장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생에 진심인 카카오...3000억원 기금마련도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허나 개인적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창업주의 생각이다. 세상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소셜 임팩트' 사업이 출발한 배경이다.

카카오의 상생 행보는 2018년 4월 사회공헌재단 '카카오임팩트'를 설립하며 본격화됐다. 창업주의 의지에서 출발한 카카오임팩트는 곧 카카오 크루(구성원)의 목표로 확산됐다. 가장 먼저 카카오임팩트는 '사람'에 주목했다. 2018년 '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 '크리에이터스데이' 등 창작자 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2019년에는 문제 정의 플랫폼 '백업(100up)',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100' 등 이용자 참여형 플랫폼을 차례로 선보였다.

카카오메이커스 '제가버치' 프로젝트의 1년 간 성과 /사진=카카오메이커스 제공

인간, 기술, 가치의 연결을 통한 카카오식 소셜임팩트는 서비스 곳곳으로 확산됐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론칭한 '카카오메이커스'가 중심이 됐다. 카카오메이커스는 '공동 주문' 모델을 통해 일상 속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아이디어 상품을 소개하는 등 제조사 및 창작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경기 침체로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돕고, 구매를 통해 기부를 실천하는 다양한 제작 상품도 꾸준히 내놓으며 상생 행보를 이어갔다.

더 나아가 카카오는 지난해 3000억원의 '상생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공격적인 상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고객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소신상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8월엔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모집에도 나섰다. '분수펀드', '동네시장 장보기' 등 네이버가 앞서 유사 사업을 진행해 성공 사례를 만든만큼, 카카오 사업도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카카오 공동체의 의사를 조율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도맡아온 홍은택 이사가 올해 7월 각자대표로 선임된만큼, 카카오식 상생 모델이 더욱 무르익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 각자대표는 "카카오 공동체가 이 사회에서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배민과 쿠팡도 소상공인과 함께간다

25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배달의민족' 또한 상생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주는 힘들게 장사하던 어머니 밑에 자랐다. 식당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주의 선한 의지는 창업 사관학교 '배민 아카데미' 운영으로 이어졌다.

배민 아카데미는 장사 고수들이 장사 새내기에게 성공법을 알려주고, 상권 분석에서 마케팅 방법까지 전문가들이 코칭하는 귀한 수업들이다. 모두 무료다. 배민 아카데미는 14만 명의 업주들이 참여했다. 2014년 첫 교육 이후 지난해 상반기 1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6개월 새 40%가 늘었다. 지금까지 제공된 교육 횟수도 1500회 이상에 달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500여 개가 넘는 온라인·비대면 라이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9만4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민아카데미 실시간 비대면교육 촬영현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아카데미 실시간 비대면교육 촬영현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라이더를 위한 지원 정책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음식배달 중 사고를 당해 어려움에 처한 라이더에게 생계·의료비로 지난 5월 기준 총 161명에게 12억원이 지원됐다. 지원에 쓰이는 '우아한라이더 살핌기금'은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의 사재와 법인 기금으로 마련됐다. 라이더 안전을 위해 지난해에는 제휴 보험사를 확대해 시간당 보험료를 약 10% 인하하고 가입 조건도 완화했다. 지난 6월에는 시간제 보험보다 더 저렴한 일 5시간 정액제 보험도 도입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또한 "일상 곳곳에 행복을 배달하는 회사로서, 파트너와 사회가 좀 더 행복하면서 지속 가능하도록 외식산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한 만큼, 배달의민족의 상생 플랫폼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우리 가게 맞춤 진단'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전문 컨설턴트가 지역 외식업 소상공인 매장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1:1컨설팅 프로그램이다. 컨설팅 참여 후 월 매출이 183% 늘어난 사례도 만들어졌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제공

플랫폼 업계의 상생 모델에 '쿠팡'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정부 및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지역 중소상공인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던 쿠팡은 지난달 상생 전문관 '착한 상점'을 열었다. 착한상점은 마케팅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전국 중소상공인이 경쟁력 있는 자사 상품을 쿠팡 고객에게 홍보 및 판매할 수 있다. 쿠팡은 이후에도 상생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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