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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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 상생의 윤활류가 되는 것은 '상생기금'이다. 중소상공인(SME)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상생기금은 마케팅, 기획전 등 단기적 지원뿐 아니라 창업 교육과 비즈니스 컨설팅, 금융 등 장기적 지원으로 이어지며 생태계 확장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상생의 분수효과...플랫폼 상생모델 키웠다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이슈가 된 요즘, 6년간 51만 창업자를 육성한 네이버의 '프로젝트 꽃'은 플랫폼이 기술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창작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소셜 임팩트의 성공모델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분수펀드'가 존재한다.

분수펀드는 네이버가 온라인 사업자부터 공익재단, 소셜벤처, 아티스트까지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구축한 사내 펀드다. 분수펀드 운용은 단기에 그치지 않았고, 규모도 매년 늘어났다. 네이버 분수펀드는 2017년엔 609억원으로 출발했는데, 2018년 613억원, 2019년 689억원, 2020년 86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총 3700억원의 규모를 넘어섰고, 올해 기준 누적 4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프로젝트 꽃' /사진= 네이버
네이버 '프로젝트 꽃' /사진= 네이버

 

분수펀드 구축 이후 실제로 네이버 내부에서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왔다. 네이버는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지원해 주는 스타트 올인원 프로그램과 파트너스퀘어 설립뿐 아니라 빠른정산, 비즈컨설팅 등 사업자와 창작자 대상의 지원 프로그램들을 매년 꾸준히 발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창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풀케어 홈페이지', 전문 비즈니스 교육 플랫폼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 등 네이버표 상생 모델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다양한 성장 지원 프로그램들은 실제 사업자 성장으로 이어졌고, 네이버는 이커머스 1위 사업자로 거듭났다. 이는 생태계를 바꾸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네이버가 쏘아올린 판매자 중심의 철학이 번지면서, '상생 모델'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 수수료 제로, 빠른정산, 사업자 대출 등 중소상공인 중심의 '풀케어' 시스템들은 관련 업계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후 카카오 '소신상인 프로젝트', 쿠팡 '착한상점' 등이 세상에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해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 상생 철학을 플랫폼에 내재화하는 구조가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함께 가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정표가 생겼고, 이를 따라 업계에 상당한 반향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골목상권서 나온 카카오...상생 위해 달린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카카오는 공동체 차원에서 3000억원의 기금 마련을 약속했다. 올해부터는 기금 실행을 구체화하고 있다. 네이버 '분수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소상공인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 공연예술 창작자,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기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활용처와 기금 규모를 살펴보면 ▲소상공인 및 지역 파트너 1000억원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 550억원 ▲공연 예술 창작자 150억원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 500억원 ▲스타트업 및 사회혁신가 200억원 ▲지역 사회, 이동약자, 디지털 약자 지원 600억원 등이다. 카카오 플랫폼의 다양한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 소상공인들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파트너들이 실질적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왼쪽부터) 카카오 뷰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허유정 작가와 차우진 음악평론가 /사진=if kakao
(왼쪽부터) 카카오 뷰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허유정 작가와 차우진 음악평론가 /사진=if kakao

 

최근 카카오는 중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소신상인 프로젝트', 우리 농수산물의 판로 확대 프로젝트 '제가버치' 등 상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미 국내 최대 디지털 광고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만큼, 그간 쌓은 노하우를 남김없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1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최대 이커머스 마케팅 채널 카카오톡 운영 비용을 지원하고, 상점의 홍보 및 단골 모집을 돕는 '카카오톡 채널 홍보 키트'를 배부하는 등 다양한 지원안을 마련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창작자 지원을 위한 '카카오창작재단'을 설립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투명성'이란 가치를 바탕으로 플랫폼 종사자들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마련을 고심중이다. 이 밖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공동체가 더 나은 상생안 마련을 위해 지금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밀접한 영역인 이커머스 비즈니스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교육, 콘텐츠, 게임,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며 "앞서 분수펀드 사례가 존재하듯, 카카오의 상생 의지를 납득할 만큼 디테일한 기금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쿠팡·배달의민족도 '상생기금' 마련 앞장

'쿠팡의 성장이 곧 중소상공인의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쿠팡도 지난해 상생기금 마련을 공식화했다. 쿠팡 전체 판매자 중 80%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이다. 쿠팡은 지난해 총 4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지원활동을 펼쳤다. 광고 마케팅, 쿠폰 등 판매 촉진을 지원하고 대금 조기지급, 담보대출 등으로 경제적 지원에 나섰다. 지원사업에 참여한 소상공인은 코로나19 펜데믹 와중에도 평균 121%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더불어 정부·지자체와 협업해 지역 중소상인을 지원했다. 입점 품평회와 온라인 입점 교육, 마케팅 지원 등에 적극 나섰다.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통해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배달 진출을 지원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도 운영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판매 활로를 넓히는 데도 힘을 보탰다.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사진=쿠팡 뉴스룸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사진=쿠팡 뉴스룸
배민아카데미 실시간 비대면교육 촬영현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아카데미 실시간 비대면교육 촬영현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올해 2월 '우아한사장님살핌기금'을 마련했다. 김봉진 의장이 기부해 마련한 200억원 규모로, 살핌기금은 우선 외식업주 자녀의 장학금 지원에 100억원이 사용된다. 배달의민족 입점업주가 아니어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 가정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자녀에게 1인당 최대 6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선정된 가정은 자녀의 연간 학업 지원금 또는 주거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100억원은 외식업자의 의료비, 생계비 지원에 쓰인다. 외식업자들은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식당 운영이 어려워졌을 때 생계에 위협을 받기 때문에 마련한 기금이다. 올해 초 살핌기금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은 첫 사례도 나왔다. 전북 익산에서 11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지난해 회전근개파열로 수술받았다. 어깨를 쓸 수 없어 가게 운영은 물론 생계까지 어려워진 박씨는 기금을 통해 병원비와 생계비로 총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계에서 상생이 점차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상생 모델 효과가 수년 간 검증받으며 업계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획전이나 마케팅 지원부터 시도하고 있는데, 네이버의 사례처럼 사업 전방위적인 지원으로 점차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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