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에 5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최근 네이버는 차세대 커머스 성장 동력으로 개인간거래(C2C)를 낙점, 투자를 확대해오고 있다. 한국(크림)·일본(빈티지시티)·유럽(베스티에르)를 넘어 북미대륙(포쉬마크)까지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는 게 네이버의 구상이다.
2일 네이버는 올 4분기 중 손자회사 크림에 50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네이버가 크림에 직접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림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분사한 손자회사로, 스노우가 2020년 3월 설립해 지난해 1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크림은 네이버가 아닌 스노우를 통해 자금 조달을 주로 진행했다. 올해에만 5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크림이 스노우로부터 차입한 금액의 총계는 87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가 크림에 직접 투자를 단행한 것은 C2C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3조원을 들여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하며 사업 확장의 의지를 내비쳤다. 2011년 설립된 포쉬마크는 현재 총 8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에 진출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C2C 커머스 핵심지인 북미 지역을 거점으로 한국-일본-유럽을 잇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크림은 네이버의 C2C 커머스 확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크림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권역을 관통하는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크림은 올해 초 싱가포르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는 '키스타 테크놀로지'에 36억원을 투자했다. 리벨로는 가전 리퍼 제품을 중개하는 C2C 플랫폼으로, 현재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선두 사업자다.
지난해는 태국 '사솜 컴퍼니'의 지분 20.10%를 취득했다. 이어 두달 뒤, 일본 리셀 사업자 '소다'에 356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약 15% 확보했다. 소다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경쟁업체 '모노카부'를 인수, 업계 독보적인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특히 소다를 통해서 크림은 중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등 지역에 간접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소다는 중국 리셀 업체 나이스(nice)와 제휴를 맺는 등 사업을 확장해왔다. 또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등 지역에서는 운영하고 있는 리셀 서비스 앱(애플리케이션) 스니커덩크의 서비스 론칭도 준비 중이다. 소다는 이미 현지 테스트에 돌입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C2C 서비스는 네이버의 글로벌 인프라와 MZ(밀레니얼+Z세대) 콘텐츠가 결합되며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중"이라며 "대중적 서비스는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와 스마트스토어로 활용하고, 글로벌 버티컬 시장은 C2C로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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