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심화, 금리 인상,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내년 정보기술(IT) 산업은 기술 완성도를 높여가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임진국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단장은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2023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전망 콘퍼런스'에서 "내년도 경제 여건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IT 산업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2023년은 반도체, AI, 메타버스 등 기술의 내실을 다지고, 혁신 동력을 재정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 단장은 2023년 정보통신기술(ICT) 10대 이슈로 ▲반도체 ▲AI ▲디지털 안전 ▲네트워크 ▲메타버스 ▲우주 ▲로봇 ▲모빌리티 ▲안보 ▲글로벌 경쟁 등을 꼽았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로 모색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9.9%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미세공정 난이도 및 글로벌 경쟁 심화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시스템 반도체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기술 발전에 따라 폭증하는 데이터, 연산체계 복잡화를 해결할 'AI 반도체'가 '핵심키'로 부상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DT)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는 두 번째 이슈로 지목됐다. 임 단장은 최근 전 산업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AI 기술은 알고리즘과 연산속도가 개선됨에 따라 '멀티 모달', '초거대 AI'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또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는 범위가 단편적 고객응대에 그치는 경향이 높아 완성도와 내실 보강을 통해 기업 경쟁력 근원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부각된 플랫폼발 재난을 해결할 '디지털 안전' 기술도 10대 이슈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임 단장은 "카카오 먹통 사태는 디지털 재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며 "지능화나 분산이중화를 통한 대응 및 투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하게 요구받으며 성능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노력이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네트워크는 우주와의 결합으로 영역 확장 가속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공간을 선점하려는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성통신 단말 보급, 민간 위성 등을 중심으로 지상망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한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양자암호 통신' 기술이 의료, 우주를 시작으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임 단장은 역설했다.
한 풀 열기가 꺾인 메타버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함됐다. 그간 단순한 놀이공간에 한정돼왔던 이유가 '킬러 콘텐츠'의 부재인 만큼, 내년에는 웹툰, 영화 등 'K-소프트파워'가 메타버스 생태계와 연결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는 설명이다. 또 메타버스 기기의 고질적 단점으로 꼽혔던 착용성, 편의성, 비용성 등을 개선한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도 주목할 지점으로 꼽혔다. 실물 경제를 연결할 핵심 기술로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가 지목됐다. 자산 가치 하락가 무관하게 멤버십, 굿즈, 부동산, 투자 증명 등 실물 경제와 연계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며 안착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그간 과학과 탐사의 영역으로 치부돼왔던 우주 또한 새로운 지평을 열 전망이다. 임 단장은 "나로호, 누리호, 다누리호 등 K-우주 산업이 본격적 도약에 올랐다"며 "우주 공간은 지구와 우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해 산업 공간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거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가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잡게 된다"며 "특히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발사체 조립, 심우주 탐사체 제어 등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우주 선점을 가를 분수령"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또한 2023년 사람과의 공존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DT 가속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와 인건비 증가, 노동인구 감소 등으로 로봇 수요가 지속 증가함과 동시에 지능화, 고도화로 자율성, 이동성, 경제성, 상호운용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임 단장은 네이버 신사옥 '1784'를 예로들며 건물 또한 혁신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거라고 말했다.
도심항공교통(UAM), 전기차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는 8번째 이슈로 꼽혔다. UAM의 경우 기체 개발 본격화, 관제시스템 및 운영 플랫폼 등 생태계 구축 활동 등으로 상용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SW로 움직이는 자율차와 전기차가 확산되며 모빌리티 및 물류, 제조 등 산업 구조 자체가 변화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국방 분야 또한 디지털 기술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양상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임 단장은 "과거 탱크,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처럼 사이버 공격을 활용한 국가 기간 시스템 마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로트러스트 정책이 일반화되고, 사이버 복원력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힘줘말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 간 심화되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이 내년 ICT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이슈로 지목됐다. 미국 인플레이션법, 반도체 과학법 등 모든 IT단으로 경쟁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자국 우선주의 ▲기술의 블록화 ▲배타적 공급망 구성 ▲자원 민족주의 등이 심화되며 선제적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재로 경쟁이 확산되는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임 단장은 강조했다.
그는 "기술패권경쟁이 완성된 결과라면 인재는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라며 "전 세계 각국은 인재 육성과 해외 인재 유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경쟁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임 단장은 "ICT는 대한민국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돌파의 선봉장 역할을 다해왔다"며 "2023년에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이 재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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