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갑 티빙 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사진=AWS 제공
왕정갑 티빙 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사진=AWS 제공

#간만에 친구들과 모인 술자리에서 누군가 요즘 핫한 콘텐츠라며 '환승연애' 얘기를 꺼낸다.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단체 야유가 쏟아진다. 그 날 밤 정주행을 마친 후 잠을 청하려다, 티빙에서 추천해준 영화 3편을 연달아 봤다. 결국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토종 OTT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달 티빙이 기록한 월간순이용자수(MAU)는 430만6973명으로, 국내 주요 OTT 서비스를 모두 제쳤다.

이같은 성장은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등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서비스 전반을 든든히 지탱해주는 '기술력'이 이끌었다. 특히 사용자 본인도 모르는 취향을 먼저 찾아주는 '개인화 추천' 기술은 티빙이 지닌 강력한 무기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마존웹서비스(AWS) 인더스트리 위크' 행사장에서 만난 왕정갑 티빙 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은 "좋은 개인화 추천 시스템은 마음을 꿰뚫어 그 사람도 모르는 취향을 알려줘야 한다"며 "티빙의 최종 목표는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지속 고도화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뒤에 숨은 기술력 

OTT플랫폼의 경쟁력은 어디서 기인할까. 대부분의 경우 '콘텐츠'를 꼽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기술 경쟁력이다. 아무리 잘 만든 콘텐츠라고 해도 안정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티빙이 주목한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장을 통해 가입자를 빠르게 확보함과 동시에, 역량을 갖춘 개발자들을 모아 안정적 기술 기반을 다지는데 주력해온 것이다.

지난해 티빙에 합류한 왕 팀장은 가장 먼저 아마존웹서비스(AWS) 솔루션 기반 데이터웨어하우스(DW) 및 데이터레이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티빙은 퍼스트파티 데이터와 서드파티 데이터 수집 및 품질 관리가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했다. 기존 시스템의 경우 인프라 구조가 좋지 못해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 데이터 가공·적재 파이프라인을 구성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과 모델러들 간 원할한 협업이 이뤄지는 '데이터 옵스' 환경을 조성했다. 이같은 대대적 작업을 통해 티빙은 관련 기술을 내재화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기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 모델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 

왕정갑 티빙 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사진=AWS 제공
왕정갑 티빙 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사진=AWS 제공

실제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티빙이 서비스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배포한 모델은 ▲프로그램 추천 모델 ▲콜드스타트 영화 추천 모델 ▲비슷한 영화 추천 모델 ▲비슷한 프로그램 추천 모델 ▲영화 장르 추천 모델 ▲프로그램 장르 추천 모델 등 6개에 달한다.

특히 티빙 개인화 추천 시스템은 '콜드 스타트'를 해결하는 점이 특징이다. 콜드 스타트는 데이터 부족으로 특정 고객에게 적절한 상품이나 콘텐츠를 추천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사용자 개인의 취향과 관계없이 단순히 인기가 많거나, 이전에 봤던 콘텐츠와 유사한 종류만 추천하는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왕 팀장은 "기존 추천 시스템의 경우 시청 기록 기반으로 구성돼있어 '콜드 스타트' 현상을 해결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며 "그러나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모델을 배포해 콘텐츠 진입률과 순사용자수를 각각 51%, 38%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티빙은 최근 조성철 티빙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주축으로 AI·ML 기반으로 개발된 특허 기술도 출원했다. 이 기술은 영상 내용 중 하이라이트일 것으로 판단되는 장면을 딥러닝으로 예측·추출하는 점이 골자다.

왕 팀장은 "향후 전체 영상 중 조회 수가 많은 부분을 선형 그래프로 표현하거나, 재생 바에 장면이 바뀌는 지점을 네모 박스로 표시하고 대표 이미지(섬네일)를 띄우는 방식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WS 손잡은 티빙, '초개인화' 꿈꾼다

AWS 솔루션과 서비스를 활용해 안정적 기술 인프라를 마련한 티빙은 최종 목표로 '초개인화' 서비스 구현을 꼽았다. 지속적인 고도화를 통해 '좋은 추천 서비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좋은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갖춰야할 조건으로 ▲관련성 ▲참신성 ▲의외성 등을 꼽았다. 추천 콘텐츠가 사용자 취향과 밀접하게 관련돼야 하는 것은 물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콘텐츠도 선제적으로 추천해 참신성과 의외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왕 팀장은 "추천 시스템이 계속 비슷하거나 같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클로즈루프'에 갇히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이것이 서비스 이탈로 이어진다"며 "생판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맞춰 추천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정갑 티빙 데이터분석팀 팀장/사진=AWS 제공
왕정갑 티빙 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사진=AWS 제공

이를 위해 티빙은 내년 1월까지 다양한 모델을 지속 개발·배포할 예정이다. 또 기존 모델과 이를 이루고 있는 인프라에 대한 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사용 중인 자체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시스템을 AWS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해 전체 인프라를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왕 팀장은 "기존 모델과 이를 이루고 있는 인프라에 대한 고도화를 통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코딩한 결과물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ML 옵스' 환경을 구현하고 싶다"며 "뿐만 아니라 개인화 추천 시스템의 커버리지를 확대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취향 탐색에 용이하도록 하고, AB테스트 플랫폼을 고도화해 최적의 모델이 주류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마지막 목표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모든 프로필마다 판이 다르게 구성되도록 해 사용자 취향에 더 가깝고,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들로 꽉 채우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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