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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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을 크게 바꿔놨던 PC, 스마트폰에 이어 다음 하드웨어 트렌드는 혼합현실(XR) 기기가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급률 포화,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 등으로 스마트폰이 과거 PC와 같은 침체 수순을 맞이하고, XR기기 확산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21일 NH투자증권은 '저무는 스마트폰, 미래는 XR이 창조할 New Reality'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은 혁신 부족에 따른 제품 경쟁력 약화, 보급률 포화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며 "스마트폰이 2010년대 IT기기 성장을 견인했다면 이제 XR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얼어붙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내년에도 '우울'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및 공급망 이슈,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던 흐름을 역행하는 수치로, 8년 만에 가장 적은 3분기 출하량이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 내내 지속됐다. 앞서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 2분기에는 9% 줄어들었다. 주요 스마트폰 판매 기업인 삼성전자 또한 출하량 감소를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3분기 출하량은 6470만대로 전년 동기(6790만대) 대비 320만대 가량 줄어들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올해를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고물가, 고금리에 러-우크라 전쟁, 중국 봉쇄 정책 등 악재가 겹치며 주요 스마트폰 기업들은 감소 정책을 세울 수 밖에 없다"며 "전 산업에 걸쳐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거라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12억대 수준으로 전망한다"며 "중장기적으로도 스마트폰 시장은 2010년대 PC가 보여줬던 출하량 침체 트렌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황도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장 경제가 풀릴 것으로 보이는 2024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지난 2020년,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애플·소니' XR시장 진출, 2024년 시장 '개화' 

다음 트렌드를 이끌어갈 하드웨어로 전문가들은 XR 기기를 꼽았다. 삼성전자, 애플, 소니, 퀄컴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관련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다.

이 연구원은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즈, 소니,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최근 본격적인 XR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기업들은 IT 기기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가는 경향이 강해 XR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XR기기 출하량 전망/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XR기기 출하량 전망/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이어 "내년에는 애플 '리얼리티', 소니 'PSVR2' 등을 비롯한 신규 XR기기 출시에 힘입어 전년 대비 59.5% 증가한 1730만대를 기록, 성장세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본격적인 성장은 애플 리얼리티 보급형 모델 출시, 메타 퀘스트 3 판매 확대, 삼성전자 XR 등 주요 업체 신규 XR 기기 출시가 몰려있는 2024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XR기기 연간 출하량이 1000만대를 넘어섰다는 점은 대중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과거 200만~300만대 수준이었던 출하량은 지난 2021년 1120만대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090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 XR기기 '애플 리얼리티'/사진=애플,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애플 XR기기 '애플 리얼리티'/사진=애플,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마트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기기 출하량이 1000만대를 넘어었다는 건 메인 스트림이 형성됐다는 의미"라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진입하며 시장 내 유동성이 공급되고, 파이가 커지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애플이 내년 상반기 중 '애플 리얼리티'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중이다. 주요 국내외 부품사들의 납품이 내년 1월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출시가 머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요 스펙으로는 ▲8K 급 디스플레이 및 외부 디스플레이 탑재 ▲'리얼리티 원 칩'이 포함된 초고성능 반도체 장착 ▲홍채 인식을 통한 신분 확인 및 카메라 13개를 활용한 고정밀 센싱 등이다.

삼성전자 XR기기 '릴루미노 글래스'/사진=삼성전자,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삼성전자 XR기기 '릴루미노 글래스'/사진=삼성전자,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삼성전자 또한 XR기기 '릴루미노 글래스2'를 앞세워 XR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릴루미노 글래스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저시력자들의 시각 보조용 의료기기다.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가 이미지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이미지 확대 및 축소, 윤곽선 강조, 색상 대비·밝기 조정, 색상 반전 등을 거쳐 안경으로 전송하는 형태다. 정확한 스펙과 출시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애플 리얼리티가 공개된 이후, 성능을 개량해 빠르면 내년 말, 늦어도 오는 2024년에는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선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2'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가 요즘 화두"라며 "삼성전자도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메타버스를 신성장 사업 중 하나로 꼽고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소니 XR기기 'PSVR2'/사진=소니,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소니 XR기기 'PSVR2'/사진=소니,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지난 2016년 'PSVR 1세대'를 출시했던 소니는 내년 2월 차기작 'PSVR2' 출시를 확정했다. 이 제품은 4K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시선 추적 기능이 추가될 전망이다. 또 무게와 부피가 축소되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사용자 편의성이 크게 개선돼 가파른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등 게임 플랫폼과 이를 통해 확보한 탄탄한 유저풀을 통해 초기 성장세 수혜를 누릴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연구원은 "향후 소니는 콘솔게임을 VR과 TV 모두 구현 가능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어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XR 시장 진출 기업이 늘고 있으며, 기기의 다양성이 갖춰지는 2023년과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시장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자유무역협정(FTA) 승인을 받은 상황이며, 다른 산업 영역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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