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좀 놀랐습니다. 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 이후 다소 한산했던 지스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마치 파도를 연상케 하는 관람객 행렬부터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까지, 하나하나 다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죠.
3년만에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지스타 2022'는 지난 20일을 끝으로 4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약 18만4000명에 달하는 '구름 인파'가 몰렸습니다. 정말 완벽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던. '겜알못' 기자가 바라본 지스타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다
신발 주머니를 들고 다니던 시절, 제 최애 게임은 '메이플스토리' 였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단 4개였던 당시 '봉황기사'라는 닉네임의 전사 캐릭터를 키웠었죠. 페리온에 있는 '주먹펴고 일어서'가 주는 여러 고난(?)을 해치우고 '파이터'로 전직했을 때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기쁨도 잠시, 파이터 이후에는 게임을 잘 할 수 없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며 부모님의 압박 강도 또한 상승했기 때문이죠. 20년이 훌쩍흐른 지금도 제 머리 속에는 부모님들은 게임을 싫어한다는 편견이 강하게 잡혀있습니다. 그러나 지스타 2022에서 이같은 생각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방문한 아버지부터, 온 가족이 총 출동한 관람객까지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자녀 분들의 연령대가 다소 어려보였고, 지스타에 등장한 여러 게임들 중 그들이 즐길만한 작품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제가 섣부른 걱정을 했더군요. 어린 아드님 손을 잡고 온 한 아버님께서는 "아들에게 아빠의 취미를 보여주고, 좋은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왔다"며 설렘과 수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린 딸과 함께 부산을 찾은 아버님과 어머님은 꿈을 키워주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스타 출품 게임 중 현재 자녀가 즐길만 한 게임은 아직 없지만, 1년에 한번 열리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자녀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꿈을 꾸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홀로 벡스코를 찾은 백발의 신사 분도 눈에 띄웠습니다. 손에 여러 게임사들이 제공하는 굿즈 쇼핑백을 주렁주렁 든 한 관람객 분은 "젊은 시절부터 게임을 해왔고, 여전히 여가시간을 활용해 즐기고 있다"며 "나이 든 사람이 이런 곳에 오는 게 이상해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도 나는 게이머"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리셨습니다.
남녀노소, 세대와 나이에 상관없이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지스타는 경계없는, 모두가 즐기는'축제' 였습니다.
산업을 아우르다
지스타에는 '게이머들의 축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많은 게임사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신작과 굿즈를 선사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죠. 허나, 이 뿐만은 아닙니다. 클라우드, 보안, 마케팅 등 게임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기술을 게임사에 소개하는 'BTB(기업간)관'은 축제를 풍성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축입니다.
43개국 987개사 2947개 부스로 개최된 이번 지스타에는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 기업들이 참가해 자사 솔루션과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부스 규모만 해도 지난해 313개에서 847개로 2배 이상 늘었죠. 뿐만 아니라 주한 캐나다 대사관, 스웨덴무역투자대표부 등 해외 기관 및 기업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부스를 꾸리지 않은 메가존클라우드, 텐센트,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부산을 찾아 네트워킹 파티를 열고 고객사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일반 관람객이 참가하는 'BTC(개인간)관' 보다는 적지만, BTB관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실제로 행사 기간 동안 부스에서 ▲게임 베이스 ▲게임앤빌 ▲게임톡 ▲NHN 모바일 앱가드 등 자사 솔루션을 전시한 NHN에는 약 300여 고객사 관계자가 몰렸습니다. NHN 관계자는 "비즈니스 미팅 신청이 꽉차 쉴 틈도 없이 고객사를 만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외에도 네이버클라우드는 게임개발 및 통합 운영 플랫폼 '게임팟'과 채팅 서비스 구현 플랫폼 '게임챗',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게임리포트' 등을 소개하고, 써드아이 시스템과 네트워킹 파티를 개최해 소통에 나섰습니다.
이같은 기회를 '공부의 장'으로 활용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기업이 어떤 솔루션과 서비스를 냈는지, 어떤 점이 산업계 트렌드인지를 확인하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열기' 가득한 지스타에 정부만 시큰둥
현장 분위기는 정말 '불' 같았습니다. 안전상의 사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아했던 지점이 있습니다. 정부가 다소 시큰둥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한 해동안 큰 성과를 낸 게임사들을 시상하는 '게임 대상' 행사가 열렸습니다. 대상은 넥슨이 개발·운영하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돌아갔습니다. 이 상은 대통령상이었습니다. 응당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야 마땅한 자리였지만,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이 시상을 진행했습니다. 이후에도 박 장관은 지스타 현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전 차관은 시상식을 통해 게임산업이 한국 콘텐츠 산업 수출 7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분명 중요 산업이라는데 왜 장관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것인지 놀라움과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게임 산업을 취재해오신 편집장 선배께 들었습니다. 장관이 직접 행사에 참석한 적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차관도 아닌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이 대통령상을 시상한 일도 있었다고 말입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게임 홀대'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장관 '노쇼'는 물론, 이번 윤석열 정부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게임'이라는 단어가 언급조차 되지 않기도 했더군요.
지난 9월에 열린 '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UDC)'에서도, 이번 지스타 2022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중요', '핵심' 산업은 말뿐인 '허울'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렇다보니 두 가지가 결합된 '블록체인 게임'은 여러 해가 지나도록 검토만 거듭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어째서 늘 '뒷짐'만 지고 있는 겁니까. 왜 늘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한참을 미루다가, 사고가 터지면 그제서야 관심이 있는 '척', 산업의 문제인 것처럼 치부하는 겁니까. 말 뿐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부디 내년 부산에서는 정부가 '핵심' 산업을 대하는 제대로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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