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2023년 임원인사는 '미래설계'에 방점이 찍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사업 경험이 풍부한 CEO를 대부분 재신임하며 안정을 택했다. 동시에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대거 임원으로 선임하고 기술 인재를 중용하며 5~10년 후 미래 설계에 나섰다.
LG는 23일과 24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회사 측은 LG의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 전진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핵심 계열사 CEO는 유임…미래사업 힘 실어줬다
이번 인사의 전체 승진자는 모두 160명으로, 경제상황과 경영여건을 고려해 지난해 179명 보다 다소 줄었다. 다만 LG는 연구개발, 고객경험은 물론 생산, 구매, SCM, 품질/안전환경 등 분야를 망라해 철저히 미래 경쟁력 관점에서 인재를 선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래 준비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소프트웨어 포함) 분야의 신규 임원 31명을 발탁하고, 전체 신규 임원 114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이 92%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띈다.
부회장단에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제외하고 권봉석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유임돼 3인 체제가 됐다.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건전성 강화가 시급한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사장도 유임됐다.
LG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사업에서 승진을 확대했다. 글로벌 각축전이 심화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29명의 승진자를 배출했고,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도 7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계열사 내 사장 승진자는 4명으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사장, LG화학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를 맡고 있는 차동석 부사장과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생활건강에서 음료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 내 전장 사업의 흑자 전환을 주도한 은석현 VS사업본부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는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LG이노텍과 LG CNS 등에서도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적극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현신균 LG CNS 부사장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LG이노텍의 조지태 상무와 노승원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젊은 인재 과감한 발탁…세대 교체 준비
LG는 이번 인사에서 미래 준비를 이끌 차세대 리더로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했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전체 승진자 가운데 70% 이상을 신규 임원으로 채웠으며, 이번 신규 임원 중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이다.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LG전자 우정훈 수석전문위원(상무)이다. 이와 함께 신기술 개발과 시장 선도를 위한 연구개발(R&D) 분야 인재도 중용됐다. 연구개발(SW 포함) 분야에서 신규 임원은 31명이며, 이번 인사를 포함해 그룹 내 전체 임원 가운데 연구개발 분야 임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96명으로 늘었다.
LG는 이번 인사를 통해 2명의 여성 CEO를 선임했다. 코카콜라음료 이정애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LG생활건강의 CEO를 맡았고, 지투알 박애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EO에 선임됐다. 특히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 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 측은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고객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도 꾸준히 기용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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