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임 화면 캡쳐
/사진=게임 화면 캡쳐

어릴적 영화 '에일리언'을 보고 나서 천장 환풍구만 보면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외딴 행성에 홀로 남은 고립감, 한정된 자원이 주는 절박감, 미지의 존재에게 쫓기는 긴장감까지, 우주는 때로 지구보다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영화는 물론 게임에서도 '스페이스 호러'는 확고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난 2일,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적통을 자처하는 기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출시됐다.


스페이스 호러 서바이벌 장르의 기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를 앞두고 국산 콘솔 대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호기심은 컸지만, 솔직히 겁이 먼저 났다. 워낙 '쫄보'인 까닭에 트레일러만 봐도 눈이 감겼다. 하지만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얼마나 무섭나 눈을 부릅뜨고 게임을 기다렸으리라.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 직후 반응은 엇갈렸다. 일단 PC 최적화 문제가 이슈였다. 조속한 패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으로 게임의 디렉터인 글렌 스코필드가 개발했던 스페이스 호러 게임의 대표작 '데드 스페이스'와의 유사성이 지적됐다. 같은 사람이 만든 같은 장르의 게임이기 때문에 비슷한 건 당연하겠지만, 과연 원작인 데드 스페이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다.

/사진=메타크리틱 홈페이지 캡쳐
/사진=메타크리틱 홈페이지 캡쳐

해외 매체들의 평가처럼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 스페이스의 장점들을 많이 물려 받았다. 전반적인 분위기부터 화면에 아무것도 표시하지 않는 독특한 유저 인터페이스(UI), 캐릭터 목 뒤로 표시되는 체력 게이지까지 데드 스페이스의 팬들이라면 반가운 요소들이 많다. 여기에 차세대 콘솔로 출시된 만큼 그래픽과 사운드가 대폭 향상됐다.


호러 대신 '액션'이 있었다

기왕 무서울 거 확실히 느껴보고자 늦은 밤 불을 끄고 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시작했다. 허나 막상 게임을 해보니 애초 기대했던 부분과는 다른 면이 많았다. 데드 스페이스의 후속작을 기대했다면 생각이 좀 빗나갔다 느낄 수 있겠다. 일단 크게 무섭지 않고, 게임 스타일도 미묘하게 다르다.

/사진=게임 화면 캡쳐
/사진=게임 화면 캡쳐

게임의 시작은 영화 같은 연출과 우수한 그래픽이 맞물려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교도소라는 독특한 분위기와 괴이한 모습의 적들이 긴장감을 높였다. 허나 게임이 진행될수록 바짝 움츠렀던 어깨가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오는 호러 게임 특유의 '깜짝 이벤트'가 몇 번 있었지만,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연출은 영화 같았으나, 캐릭터들의 연기에는 메소드가 느껴지지 않았다. 교도소라는 공간도 좀 지저분하다는 것 외에 다른 게임 속 공간과 크게 차별점이 느껴지진 않았다.

이 게임의 매력은 애초 생각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근접전의 타격감이 격투게임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전투 디자인 자체도 근접전을 위주로 구성돼있다. 데드 스페이스가 '슈팅'이라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액션'이다. '어떻게 쏴 죽일까'가 아니라 '어떻게 때려 잡을까'가 관건이다. 총은 때려잡기 위한 보조 수단 정도로 사용된다. 데드 스페이스의 키네시스 시스템을 대체한 '그립' 역시 마찬가지다. 회피와 공격, 다양한 콤보까지 이어지는 액션성이 점점 강해지면서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사진=게임 화면 캡쳐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강한 액션성은 데드 스페이스와의 차별화, 혹은 '엘든링'과 같은 일명 '소울류'의 인기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 지점에서 게임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호러 게임 특유의 쫄깃한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고, 호쾌한 타격감을 좋아한다면 의외로 큰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공포는 '귀'로 느껴라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시각적으로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사방에 절단된 시체들, 사지 절단과 낭자하는 선혈, 전투에 실패할 경우 잔인하게 부서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끔찍하긴 하지만, 공포까지 느껴지진 않는다. 고어한 요소를 좋아한다면 가점 요소겠지만, 게임의 재미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 공포스러운 부분은 사운드다. 별다른 배경 음악 없이도 주위 사물들이 내는 소리들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괴이한 비명과 바닥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까지, 섬세하게 만들어진 음향들은 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요소다. 꼭 헤드셋을 사용해보길 권장한다.

/사진=게임 화면 캡쳐
/사진=게임 화면 캡쳐

게임 진행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이동 루트는 정해져있고, 파밍을 위한 갈림길 정도가 존재한다. 액션에 익숙해진다면 속전속결로 클리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괴물과의 일대일 전투에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무리를 지어 몰려 올 땐 고난이 시작된다. 구르기 같은 회피 동작이 따로 없기 때문에 둘러 쌓이면 방법이 없다. 괴물들도 제법 머리를 쓰고 협공까지 하기 때문에 지형지물을 고려해 되도록 한놈씩 확실히 때려줘야 한다.


기대와는 조금 다르지만, 잘 만든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당초 높았던 기대에 비해선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최적화가 개선되면 장점들이 충분히 돋보일만한 게임이다. 게임을 하는 내내 머리에 떠오른 게임은 고전 명작 '스플래터하우스'였다. 데드 스페이스나 바이오 하자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좀비들을 고어하게 때려잡는 액션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탄탄하게 만들어진 수작이다. 특히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글로벌 게임사로 떠오른 크래프톤과 글렌 스코필드가 이끄는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첫번째 게임인 만큼, 향후 행보에 더 기대가 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