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마더미디어에서 내년 1월 1일까지 진행되는 '왈츠 무브먼트(Waltz Movement)' 전시회가 화제다. 이 전시는 블랭크코퍼레이션의 자회사 스튜디오엑스와이제트(Studio XYZ)와 그래픽 디자이너 이덕형 작가가 협업한 것으로, '시계'를 주제로 디지털 아트 컬렉션을 선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회라는 점이다. 스튜디오엑스와이제트는 실물 작품을 전시하고 이후 해당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NFT 아트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전 공개일인 지난 18일, 하루 만에 전시된 작품 30개가 완판되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덕형 작가와 함께한 '왈츠 무브먼트'
왈츠 무브먼트는 대중에게 익숙한 시계를 주제로 이덕형 작가 특유의 색상 조합을 더해 새로운 시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일상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시간을 순수 컴퓨터 코드로만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색과 선, 면으로 시, 분, 초를 분리해 심미성을 더했다.
이번 전시는 NFT와 예술의 만남이 의미있는 산업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출발했다. 스튜디오엑스와이제트 관계자는 "NFT 기술이 각 예술 작품의 보증서 역할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시장을 형성한 것에 착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덕형 작가와 손을 잡았다. 이 작가와 함께 하면 심미성에 기능성을 더한 디지털 아트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믿음에서다. 이덕형 작가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스피커(Speaker) 소속 그래픽 디자이너로,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도 많은 활약을 했다. 한남동 블루스퀘어, 용산 드래곤시티, 가수 지드래곤이 창업했던 카페 '몽상드 애월', 가수 박재범이 설립한 힙합 레이블 AOMG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BI)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요셉 알버스, 백남준 등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거장에게 영감을 받은 작품이 많았다. 정사각형 틀 안의 디지털 아트는 컴퓨터 코드에 따라 실시간으로 시간 화면을 생성해낸다. HTML 코드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어떤 디스플레이에 적용해도 동일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 당 가격은 480만원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 NFT 시장에 '도전장'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차세대 먹거리로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환경은 PC 기반의 웹 1.0, 모바일 기반 웹 2.0, 블록체인 기반 웹 3.0 시대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다가올 웹 3.0 시대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NFT를 꼽은 것이다. 스튜디오엑스와이제트를 세운 이유다.
올해 10월 설립된 스튜디오엑스와이제트는 두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첫번째는 프로필 이미지(PFP) 프로젝트 '크레이지 리치 옐로우'다. NFT의 홀더는 모두 옐로우랜드의 국민으로서 투표를 통해 대통령인 차기 옐로우맨(Yellow Man)을 선출한다는 세계관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그 결과, 글로벌 최대 NFT 마켓 '오픈씨'(Open Sea) 순위 3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현재 선출된 대통령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
이후 진행된 두번째 프로젝트가 왈츠 무브먼트다. NFT 아트의 시장 잠재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플의 '에브리데이: 더 퍼스트 5000데이즈'가 2021년 크리스티 옥션에서 6930만달러에 낙찰된 이후로 관련 시장이 성장했고, NFT 아트 컬렉터나 화랑이 생겨나고 있다. 스튜디오엑스와이제트는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하면서 다오(DAO·탈중앙화 자율조직) 형태로 디지털 화랑을 구축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도 가지고 있다.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는 "NFT 시장이 커지기 위한 핵심 요소로 실용성이나 기능성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왈츠 무브먼트의 시계는 시간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능성이 있고 이를 거실이나 침실 같은 공간에서 예술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NFT를 대중과 가깝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