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화형 AI챗봇 '챗GPT' 파장이 거세게 일며 생성AI 기술이 산업 질서를 재편할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기술이 과거 인터넷, PC 등장이나 아이폰을 시작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스마트폰처럼 인류 사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분석도 흘러나온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간 AI기술 전쟁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미국에 이어 중국, 러시아 등도 참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구글 vs. MS, 제대로 붙었다

전쟁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미국이다. 챗GPT 개발기관 오픈AI와 연합군을 꾸린 MS와 막강한 검색엔진,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구글이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MS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오픈AI 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검색엔진 '빙'을 공개했다.

새로운 빙에는 챗GPT 기반을 이루는 언어모델 'GPT-3.5'보다 향상된 '프로메테우스' 모델이 적용됐다. 이 모델은 최신 정보를 취합하는 것은 물론, 컴퓨팅 성능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정보의 정확도와 최신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챗GPT가 지난 2021년까지 취합된 정보를 기반으로 결과값을 내는 반면, 빙은 최대 1시간 전 정보도 담아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검색엔진 '빙'에 '내 8살짜리 제이크를 위해 운이 맞는 시를 써라. 그는 개와 바다에 관한 사실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예시를 적용한 모습/사진=MS 검색엔진 빙 캡처
마이크로소프트 검색엔진 '빙'에 '내 8살짜리 제이크를 위해 운이 맞는 시를 써라. 그는 개와 바다에 관한 사실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예시를 적용한 모습/사진=MS 검색엔진 빙 캡처

또 MS는 빙과 함께 엣지 웹브라우저에도 AI기술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엣지에는 이메일 초안이나 링크드인 게시물을 쓸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 재무제표 등에 대한 정보를 요약하거나 타사와 비교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AI가 적용된 빙과 엣지 웹브라우저는 PC용으로 출시된 상태다. 다만 MS 측은 향후 모바일 버전 빙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I 기반 채팅 서비스를 엣지 웹브라저를 넘어 크롬 등 모든 브라우저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보다 앞선 6일(현지시간) 구글 또한 대화형 AI서비스 '바드(Bard)' 출시를 공식화했다. 바드는 구글 언어 생성모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구글이 내세운 무기는 신뢰성과 시의성이다. 사용자 요청에 알맞은 실시간 정보를 막강한 검색엔진과 접목해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구글 또한 바드를 검색엔진에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팜 ▲이매진 ▲뮤직LM 등 언어·이미지·음성 생성AI 기술 또한 통합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구글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행사를 열고 바드가 접목된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공개 시연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6일 구글이 발표한 대화형 AI 챗봇 '바드'/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캡처
6일 구글이 발표한 대화형 AI 챗봇 '바드'/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캡처

이날 구글은 바드가 아홉살 어린이를 상대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통해 이뤄진 새로운 발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GIF 형식 동영상을 공개했다. 바드는 답변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 행성을 최초로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외계행성이 담긴 첫 사진은 지난 2004년 유럽남방천문대가 설치한 초거대 망원경이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구글 내부에서는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 내부 커뮤니케이션 사이트 '밈젠(Memegen)'에는 이번 발표에 대해 '부실했다', '서둘렀다', '구글답지 않았다. 장기적 전망으로 돌아가라' 등 게시물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전쟁 뛰어든 중국·러시아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또한 AI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기술기업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올해 일제히 대화형 챗봇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기업 모두 개발한 챗봇을 검색엔진에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두가 내놓은 무기는 AI챗봇 '어니봇'이다. 이 챗봇은 오는 3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어니봇은 챗GPT처럼 사용자 질문에 알맞은 답변을 내놓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입력한 이미지도 인식할 수 있다. 바이두는 이를 통해 대화형 검색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디디다컴퍼니 제공
/사진=디디다컴퍼니 제공

알리바바 또한 검색엔진에 탑재할 AI챗봇을 개발 중이다. 정확한 출시일과 서비스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알리바바는 지난 2017년부터 거대 AI 언어모델과 생성AI를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가 챗봇을 검색엔진 뿐만 아니라 자사 원격 근무 서비스 '딩톡'에도 결합할 것으로 분석 중이다.

러시아 기업 얀덱스(Yandex) AI 또한 지난 2019년 출시한 언어 모델 'YaML'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 중이다. 새 버전인 'YaML 2.0'을 AI챗봇 형태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언어 모델은 현재 영어와 러시아 데이터셋만 보유하고 있다. 얀덱스 또한 YaML 2.0 개발이 완료되면 챗봇 형태로 고도화해 검색엔진에 접목할 예정이다.

얀덱스 홈페이지/사진=얀덱스 홈페이지 켑처
얀덱스 홈페이지/사진=얀덱스 홈페이지 켑처

전문가들은 향후 AI시장 주도권 확보는 '범용성'에 달려있다고 판단 중이다. 신기함을 넘어 실질적 효용성, 사용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한 AI전문가는 "향후 AI 검색엔진 시장 주도권은 신규 기술보다는 '콘텐츠'가 핵심이 될 것이며,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 의존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호환성 등 실제 생활과 서비스에 효용을 주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