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노태문 3년이면 '노태북'을 만든다.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 언팩 2023'을 통해 선보인 주인공 '갤럭시 S23' 스마트폰보다 조연 '갤럭시북3 프로' 노트북이 초기 완판을 이어가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워낙 인기가 좋다보니 커뮤니티에선 갤럭시북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이름을 더한 '노태북'이란 애칭까지 생겼다.

실제로 갤럭시북3 프로 제품을 써보니 반짝 인기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가성비가 좋았던 점이 가장 큰 흥행 요인이었지만, 제품을 만져보니 가격으로만 평가 받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그동안 애플 '맥북'이나 LG전자 '그램'에 밀리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번 신제품으로 갤럭시북 시리즈의 평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절치부심' 완벽해진 모습으로 돌아오다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2021년 4월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노트북이다. 삼성 노트북 중 가장 고성능 제품으로, 특히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무선이어폰 등과 연동성을 강화하고 휴대성을 극대화해 '모바일스러운' PC를 구현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삼성이 공들여 만든 만큼 빌드 품질이나 성능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었으나,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좋지 않고 특히 한글 가독성이 좋지 못한 점이 평가를 끌어내렸다. 이 단점은 지난해 출시된 2세대 모델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또 경쟁 제품인 애플 맥북은 '디자인', LG 그램은 '가벼움'이란 뚜렷한 정체성이 있던 반면, 갤럭시북에 대한 인상은 그리 강력하지 못했다.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하지만 3세대는 안팎으로 확실히 달라졌다. 알루미늄 유니바디로 견고하게 마감된 외관은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고급스러운 질감과 컬러로 프리미엄 제품다운 세련미를 갖췄다. 직접 써본 그라파이트 색상은 진한 회색을 바탕으로 빛에 따라 푸른빛이 돌아 맥북에어의 미드나이트 컬러와 견줄만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매력적이다. 14인치 모델 기준으로 두께 11.3mm, 무게 1.17kg으로 휴대성도 충분히 갖췄다.

전작에선 단점으로 지적되던 화면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같은 '다이내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오히려 강점으로 변모했다. 선명한 3K 해상도(2880x1800)에 최대 120Hz 주사율로 매끄러운 스크롤을 지원하며, OLED 특유의 깊은 명암비와 선명한 색감, 진한 블랙 표현이 더해져 콘텐츠에 생동감을 더한다. 여기에 하나 더해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와 협업한 쿼드 스피커 역시 슬림형 노트북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품질의 사운드를 들려줘 영상 시청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강력한 성능 갖춘 '다재다능' 노트북

갤럭시북3 프로는 인텔 이보(Evo) 플랫폼 기반의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보는 성능 뿐만 아니라 빠른 부팅 속도와 긴 배터리 수명 등 인텔이 정한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i7 프로세서 탑재 모델로, 벤치마크에서 프리미엄급 씬앤라이트 노트북 중 가장 우수한 수준의 점수를 보여줬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으로 고사양 게임이나 4K급의 무거운 영상 편집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문서 작업이나 포토샵, 풀HD급의 영상 편집 등에는 충분한 사양이다.

갤럭시북3 프로 벤치마크 결과 /사진=테크M

갤럭시북3 프로는 업무를 위한 편의사항도 고르게 갖췄다. 양쪽 측면에는 HDMI 1.4 단자와 썬더볼트4 USB-C 포트 2개, 헤드폰 단자, USB-A 포트,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등을 갖췄다. 개인적으론 SD카드 단자가 없는 점이 아쉽지만, HDMI 단자와 USB-A 포트까지 챙긴 것만으로도 슬림형 노트북으로는 나름 최선을 다한 구성이라 인정한다. 충전기도 스마트폰 수준으로 작고 가벼운데다 모든 갤럭시 기기와 호환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이번 신제품은 터치패드 크기가 대폭 커져 따로 마우스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불편함 없이 조작할 수 있다. 터치패드 감도는 우수한 수준이고, 키보드 타이핑 중에 간섭도 없었다. 키보드는 키 깊이가 낮은 편이지만, 반발력이 우수해 경쾌한 키감을 갖췄다. 며칠 업무에 활용하는 동안에는 키보드 배열이나 키감에서 특별한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또 화면비가 한 화면에 표현되는 정보량이 많은 16:10 비율로 바뀐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특히 베젤이 얇고 상단에 FHD 카메라는 우수한 화질은 물론 크기도 작아 노치 디자인을 채택한 맥북과 비교해 훨씬 시원한 화면을 보여준다. 마이크도 전면부에 함께 탑재해 화상회의나 영상통화시 목소리를 깨끗하게 전달할 수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태블릿 더하면 '금상첨화'

갤럭시북3 프로는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연결 경험을 강화한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노트북에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메시지와 전화를 송수신할 수 있고, 스마트폰 핫스팟을 통해 자동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있다. 실제 사용하면서 편리했던 기능은 '삼성 플로우' 앱이었는 데, 스마트폰의 다양한 알람을 노트북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고, 아예 스마트폰 화면 전체를 미러링해 조작할 수도 있어 노트북을 쓰면서 스마트폰을 따로 볼 필요가 없어졌다.

'갤럭시 Z 폴드4'와 '갤럭시북3 프로'를 연결한 모습 /사진=테크M
'갤럭시 Z 폴드4'와 '갤럭시북3 프로'를 연결한 모습 /사진=테크M

이와 함께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자동으로 전송해 편집하거나, 사진이나 문서 파일을 주변 기기와 공유하는 '퀵쉐어' 기능 등도 유용하다. 태블릿이 있다면 세컨드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고, 향후 '멀티 컨트롤' 기능으로 갤럭시 북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근처 갤럭시 스마트폰이 태블릿을 조작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렇게 연결된 기기 간에는 커서를 자유롭게 이동해 글자나 이미지를 드래그해 복사하고 붙여 넣을 수 있고, 사진이나 파일도 편리하게 옮길 수 있다.

특히 갤럭시북3 프로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앱이 복잡하게 분산돼 있지 않고 스마트폰과 유사한 유저인터페이스(UI)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는 게 다른 노트북과의 차별점이다.


옥에도 티가 있다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갤럭시북3 프로지만, 아쉬운 점이 없을 순 없다. 먼저 고사양 프로세서 특성상 발열이 존재한다. 특별히 무거운 작업을 하지 않아도 하판이 뜨거워지면서 펜이 부지런히 돌아간다. 다행히 방열 구조가 잘 돼있어 키보드나 팜레스트 등 손이 닿는 부분까지 열이 올라오지 않고 빠져나가게 설계됐다. 다만 펜소음에 예민하다면 수시로 돌아가는 펜이 다소 거슬릴 수는 있다.

/사진=테크M
/사진=테크M

OLED 특성상 블랙에 가까운 색상이 표현되는 부분에 사용자의 모습이 선명히 비친다는 점도 예민할 수 있다. 그만큼 선명하다는 것은 강점이지만, 화면 비침에 예민하다면 반사 방지 필름이 필요할 수 있다. 이밖에 무광 계열 노트북의 고질병으로 지문 등 유분에 쉽게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자주 닦아줘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마지막으로 고사양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 배터리 지속시간이 경쟁 제품 대비 긴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소비전력을 크게 제한하지 않고 최대한 성능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갤럭시 생태계 강화할 '히든카드'

삼성전자 노트북은 국내 1위다. 그것도 작년까지 무려 28년 동안 1등이었다. 처음 노트북을 산다면 삼성이 무난하다. 삼성이란 이름값만큼 품질이나 서비스가 믿을만하기 때문이다. 외산 노트북을 쓰다가 고장나서 고생해보면 다음 노트북은 삼성을 고르게 된다. 갤럭시북3 프로는 이런 신뢰에 프리미엄 제품다운 강력한 성능과 완성도를 더한 제품이니 인기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은 노트북 시장 톱5 안에도 끼지 못하는 '기타'(Other) 그룹에 속한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아이폰 쓰는 사람이 맥북을 많이 쓰는 것처럼 '생태계'로 묶인다면 삼성 노트북도 더 많이 팔리지 않을까?

갤럭시북3 프로는 분명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만한 제품이다. 제품 자체로도 높은 완성도를 가졌고, 갤럭시 제품을 연결하면 더 강력해진다. 이번 신제품은 옆에 두고 써봤을 때 확실히 맥북과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고 느껴졌다. 갤럭시북3 프로는 올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킬 강력한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북에어(왼쪽)과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맥북에어(왼쪽)과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맥북에어(왼쪽)과 갤럭시북3 프로 /사진=테크M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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