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차지훈/사진=크래프톤
'헤더' 차지훈/사진=크래프톤

어떤 스포츠 종목도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이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마추어와 프로의 격차가 적은 종목이라고 해도, 대회에 참가하는 마인드가 다르고 종목에 쏟아붓는 열정 역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종종 e스포츠에서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이기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한번의 '기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추어팀이 한번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가능해도, 시대를 평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수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아마추어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게임피티에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헤더' 차지훈이 있습니다. '헤더'의 활약으로 게임피티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피티는 지난 달 열린 배틀그라운드 스매쉬컵 시즌8에서 쟁쟁한 프로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정규시즌인 2023 펍지 위클리 시리즈(PWS) 페이즈1 3주차 경기에서 또다시 우승, 한번의 반란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죠.

PWS 주차 우승을 이끈 것 역시 '헤더'였습니다. 2위와 겨우 3점차로 승리한 게임피입니다. 만약 한번이라도 치킨을 가져가지 못했다면 우승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 한번의 치킨을 가져갈 수 있도록 활약한 것이 '헤더'입니다. '헤더'는 1대3 상황에서 기가 막힌 샷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치킨을 목전에 앞두고 혼자 남은 헤더가, 크레센도 세명을 해치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헤더'의 1대3 위기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틀그라운드 스매쉬컵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친 '헤더'의 진가가 다시 한번 발휘된 셈입니다.

"아마추어팀이 PWS에서 주차 우승을 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잘해줘 우승할 수 있었고, 믿기지 않는 결과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 더욱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1대3에서 승리한 매치에서 제가 13킬을 기록했더라고요. 동료들이 욕까지 섞으며 격하게 칭찬해줬죠(웃음). 그 매치에서 치킨을 뜯은 뒤 너무 긴장해서 웃음만 났어요. 제가 잘했다기 보다는 상대가 무리해서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정말 잘한 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에게 공을 넘기거나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한 '헤더'. 겸손함까지 갖춘 '헤더'의 모습에서 아마추어가 아닌 이미 '프로'의 냄새가 물신 났습니다. 

게임피티는 진화하는 팀입니다. 배틀그라운드 스매쉬컵 우승 이후 PWS 초반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문제점을 고쳤고 절치부심한 끝에 3주차에서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스매쉬컵에서 우승하고 난 뒤 자신감이 넘쳤는데 그것이 1, 2주차에서 독이 됐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합이 잘 맞지 않은데다 운까지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프로팀들이 장기전을 하는 것들을 보며 많이 배웠죠.

맵 연구를 많이 했어요. 동료들이 어떤 포지션에 있어야 할지, 랜드마크에서의 전력이나 동선을 짜는 것 등 준비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덕분에 3주차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헤더'는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스매쉬컵이 치러지기 전 해설자들에게 '헤더'는 이미 유명인사였다고 합니다. 연습경기에서 보여진 '헤더'의 플레이가 워낙 좋아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아마추어 대회와 프로 대회는 확실히 달라요. 경기가 빠르고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돼 있다 보니 잠시도 방심할 틈이 없더라고요. 남은 경기도 잘 준비해서 아마추어 돌풍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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