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3 SK텔레콤 전시부스에서 관람객들이 UAM 실물 기체를 체험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3 SK텔레콤 전시부스에서 관람객들이 UAM 실물 기체를 체험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최근 몇년새 관계사를 통해 신사업을 키워온 SK텔레콤이 이제 비통신사업 확장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줄곧 피력한 플랫폼 및 구독 경제 등 신사업 확장의 취지가 아니다. 이제 통신 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하는 절실함이 묻어난 행보다. 

SK텔레콤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토큰증권 사업 준비와 추진을 위한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ext Finance Initiative) 컨소시엄을 결성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토큰증권 사업이란 부동산과 예술품 등 다양한 자산의 증권화를 지원하고,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하는 사업을 말한다. 분산원장은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합의한 원장을 공동으로 분산 관리하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미래에셋증권과 더불어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 토큰증권 대상인 기초자산의 공동 발굴과 연계 서비스 개발에 협력할 예정이다. 특히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웹(Web) 3 지갑∙NFT 마켓플레이스 운영 노하우와 미래에셋증권의 금융 투자 인프라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또 'NFI'에 국내 대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토큰증권 발행 희망기업 및 프로젝트에 대한 인큐베이팅 및 엑셀러레이팅 역할도 수행하기로 했다. 국내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토큰증권 글로벌 사업화 방안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SK텔레콤의 비통신사업 진출은 올해 더욱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지난 2월 열린 MWC 2023에서 SK텔레콤은 5대 사업영역을 구체화하고 로봇과 AI, UAM, 메타버스 등 여느 통신사 대비 가장 구체화된 신사업을 공개했다. 특히 AI+X를 통해 로봇과 AI를 더한, 새 통신 모멘텀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이미 SK텔레콤이 지분 투자한 CMES는 국내 물류 대기업에 로봇을 납품중이며, 파트너사 Molocco는 SK텔레콤의 광고 플랫폼에 AI를 적용, 수익화한 드문 사례로 호평을 받고 있다. 또 SK텔레콤의 UAM 사업은 2025년부터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모바일 다음, 차세대 통신이 필요한 모든 곳에 SK텔레콤이 가있겠다는 의지다. 

사실 SK텔레콤은 여전히 전체 매출 비중에서 무선 사업부가 차지하는 영역이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의 72%에 해당하고, 영업이익은 82% 가량이 무선 사업부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유무선을 아우르는 통신 사업부의 매출액은 13.9조원, 1년새 2%도 채 되지 않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콘텐츠와 플랫폼이 주축이 된 미디어와 클라우드-IDC 등 B2B 사업은 각각 20%, 12%대의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모바일 통신으로는 더이상 성장을 꾀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의 계속된 통신산업 규제, 특히 모바일 부문의 규제는 실적에 직접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산업의 규제측면에서 SK텔레콤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요금 규제와 제 4이동통신사업자의 등장 거론이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나, 주력 사업의 저성장과 5G와 6G의 넓어진 등장 간격을 고려하면 규제의 강도는 이전보다 강할 것이고, 영향도 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최근 SK텔레콤은 지난 28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제시한 5대 사업군으로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년째 슬로건으로 내건 단순 신사업 확장 측면을 넘어, 현실화된 통신 규제 강화 분위기 속 올해 반드시 활로를 찾겠다는 각오다. 

이중에서도 올해 SK텔레콤이 내건 핵심 키워드는 AI다. SK텔레콤은 AI 솔루션의 동맹관계를 형성해 시장규모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의 AI 기술 플랫폼에서 6개 분야에 협업이 진행 중이며, AI반도체는 계열사 SAPEON, 클라우드는 베스핀글로벌, AdTech는 Molco의 AI/DT 기술 결합, AI 기술 개발은 코난테크놀로지 등을 통해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을 통해 AI 사업을 확장하고 생산성을 높여 글로벌 눈높이의 AI 기술을 활용해 보안RHK 헬스케어, 광고, 스마트팩토리, 업무용솔루션 등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SK텔레콤은 관계사를 통한 신사업으로 기업가치 증대를 노렸다면, 지금은 최근 중간 요금제 추가 도입과 같은 리스크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필사적 행보"라며 "AI, 구독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돋보이는 신사업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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