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서면서 얼어 붙었던 반도체 업황에 훈풍이 기대되고 있다.
7일 삼성전자는 2023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설명자료를 통해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는 IT 수요 감소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경쟁사들이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진행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선단공정 전환이 목표대로 이뤄졌다는 판단 하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 조절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반도체 시장 사이클이 회복기에 접어들 시기를 대비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회사 측은 "그동안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B/G)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며 "이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에 대비해 필요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량 조절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20% 가량 하락했으며, 재고 소진 여파로 2분기에도 10~15% 하락이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면서 하반기 업황 반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후 3%대 반등을 기록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부문 분기 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1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75% 감소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